대통령 자문 정책기획위원장 경질을 두고 최장집 위원장이 2일 “청와대의 종용에 의한 사실상의 해임”이라며 지난해 <조선일보>와 벌인 이념논쟁의 결과일 가능성을 제기하고 나서 파문이 일고 있다.
최 위원장은 이날 “청와대에서 사흘 전부터 사표를 내주었으면 좋겠다는 의사를 전달해왔다”며 “이유를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조선일보>와의 이념문제가 표출됐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한길 청와대 정책기획수석은 “사표를 내라고 강요한 적이 없다”며 “어제(1일) 저녁 최 교수와 만나 대화를 나눈 뒤 사표제출 이유를 `정책기획위 출범 뒤 돌출상황이 있었고 이에 휘말리다보니 제 기능을 못하고 침체했으며 청와대 주무수석도 바뀌고 했으니 학교로 돌아가 연구에 전념하기 위해서’로 함께 정리했다”고 말했다.
김 수석은 “지난주 국무회의 의결로 `새천년위원회’가 구성되면서 새로운 1000년 관련 정책을 주로 입안해오던 정책기획위의 역할과 기능을 바꿔야 한다는 논의가 있었는데, 최 교수가 이를 전해들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위원회를 아예 폐지하거나 경제 당면과제와 대안을 제시하는 역할을 맡기는 등 대대적인 개편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한길 수석은 이날 아침 김대중 대통령에게 최 위원장의 사표제출을 보고했으며, 김 대통령은 이에 대해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고 김 수석이 전했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최 교수와 <조선일보>의 이념논쟁은 매듭지어졌지만 내년 총선을 앞두고 보수세력이 거부감을 갖고 있는 최 교수를 정책기획위원장에 그대로 두기에는 정치적 부담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해 내년 총선을 앞둔 `보수층 눈치보기’ 차원에서 경질이 이뤄졌을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 관계자는 “하지만 최 교수의 내각제 반대 발언과 김종필 총리와의 갈등은 이번 사건과 직접 관련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학술단체협의회 공동의장인 강정구 동국대 교수는 “김대중 정권이 집권 초기 김영삼 정권과의 차별성을 보여준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보수계층의 공격의 빌미가 될 만한 요소는 놔두지 않겠다는 생각에선 한완상 전 통일부총리 등을 조기 경질했던 김영삼 정권과 꼭 닮았다”고 비판했다. 성한용 김보근 기자
이 기사가 마음에 들었다면, 좋아요를 눌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