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하철노조의 ‘파업중단’은 지난 26일 오후 6시30분께 석치순 위원장에 의해 최종 결정됐다. 석치순 위원장과 노조 지도부는 이 결정을 내리기까지 2-3일 동안 이번 투쟁을 어떻게 마무리지을 것인가를 놓고 고심을 해왔다고 한다. 석 위원장을 만나 파업중단 이후 노조의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 지금 심경이 어떤가?
= 위원장으로서 애매한 상태에서 투쟁을 중단하게 돼 책임을 통감한다. 우리 조합원들은 이번에 후회없이 싸웠다. 직권면직 시한을 넘겨 그간 노조가 깨지 못했던 ‘마의 7일’벽도 깼다. 위원장을 비롯한 지도부는 이번 일에대해 책임을 져야겠지만, 조합원들은 이번 싸움에서 이겼다고 본다.
– 파업중단을 선언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
= 한국통신노조의 파업유보가 영향이 컸고, 공사측의 직권면직 위협, 일부 지부의 이탈 등 몇가지 요인이 겹쳐지면서 주말께부터 동요가 있었다.
특히 26일 아침 한통노조의 파업 유보선언은 지도부의 예상 이상으로 조합원들을 동요하게 했다. 사실 이틀 정도는 더 버텼어야 한다는게 지도부의 생각이었는데, 농성대오가 힘을 유지하고 있는 시점에서 중단하는 것이 이후 투쟁에 도움이 되겠다고 판단했다.
– 앞으로 노조의 계획은?
= 파업 중단에 따라 이제 협상국면으로 전환될 것이다. 한편으로 노조는 다시 현장에서 호흡을 가다듬고 조직을 정비, 재투쟁준비에 들어갈 것이다.
우리가 던진 최종 요구안을 협상에서 관철시키고, 그 속에서 수배, 징계, 손배문제 등도 풀어야 한다. 결국 ‘구조조정 문제’를 파업지도부가 마무리해야 하는데, 기본적으로 재투쟁 준비로 조직력에 기반한 협상을 다시 이끌어낼 수밖에 없다.
– 재투쟁 가능성은 어느정도로 봐야하나?
= 94년 6.24 파업때는 마지막에 8-90%가 복귀하면서 파업참여자들이 현장에 돌아가서 위축됐는데, 지금은 복귀하지 않았던 조합원들이 더 많으니까 현장이 아직 힘을 유지하고 있다. 또 외부적으로도 민주노총이 아직 투쟁을 접고 있지 않아 재파업은 가능하다고 본다. 특히 내부적으로 대량징계가 강행된다면 노조의 투쟁은 앞당겨질 것이다.
– 이번 파업투쟁에 대해 평가한다면?
= 가시적 성과를 따내지 못했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정부가 ‘구조조정 철회’를 요구하는 노동자들에게 호락호락 넘어가지 않을 것이라는 것은 처음부터 예견됐었고, 노동자들의 힘에 한계가 있었다고 본다. 결국 노동계 전체가 힘을 싣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실 노조 내부적으로 파업이 장기국면
으로 접어들고 다른 노조들의 동력이 붙어주지 않으면서 내부 현안문제로 돌아가야 하는 것 아니냐는 제기도 있었다. 하지만 우리 문제를 잘 풀기 위해서라도 전체 노동계 차원의 대정부투쟁이 필요하다고 봤다. 노조가 비록 파업을 접었지만, 개별 사업장 협상에서 어느 부분은 양보하고 어떤 것은
얻어내고 이런 식으로 문제를 풀지 않았고 아직 구조조정 지침을 노조가 수용한 것은 아니다. 우리는 최종 협상안을 내면서도 큰 기조에서 노조가 원칙을 양보한 것은 없다. 따낸 것이 없어서 그렇지 진 것도 없는 거다. 따라서 이번 싸움은 엄밀히 말해 ‘무승부’고 지하철노조가 어쨌든 민주노총의 투쟁에 불씨를 당겨냈다는 점에서 노조로선 최선을 다했다고 본다.
[저 자] 황보연 기자
[출 처] 매일노동뉴스
[발 행 일] 1999.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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