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년 3월 사상 처음으로 전체 임금노동자 중 비정규직 노동자가 정규직 규모를 넘어선 뒤 계속 확대되고 있어 7백만 비정규직 노동자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그러나 비정규직 확대에 따른 조직사업은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어 시급한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99년 4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전체임금노동자 1천2백35만명 가운데 5백95만명만이 정규직에 고용돼 있어 전체의 48.2%에 그치고, 임시·일용직 등 비정규직 노동자는 6백40만명에 달해 전체의 49.8%를 차지했다. 이는 정규직 6백56만명, 비정규직 5백67만명이었던 98년 4월에 비하면 정규직 대 비정규직의 비율이 완전히 역전된 것이다. 정규직 대 비정규직의 비율은 남성의 경우 4백49만명 대 2백98만명으로 정규직이 우세하나 여성의 경우 1백46만명 대 3백42만명으로 비정규직이 훨씬 많다.

그러나 이런 현실에도 비정규직 조직를 위한 움직임은 아직 미흡하기 그지없다. 민주노총 전일노련, 한라중공업사내하청노조, 서울과 대전의 여성노조, 전국비정규직노동자연대모임, 창원과 당진 등의 공공일용노조 등이 비정규직 조직화를 표방하고 나섰으나 아직 몇몇 조직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비정규직 조직화를 진행하고 있는 쪽으로부터 민주노총, 연맹을 비롯한 상급단체의 비정규직 조직정책의 부재, 무관심에 대해 문제제기가 계속되고 있다. 비정규직 조직화를 위한 민주노조운동 차원의 대응이 시급한 가운데 비정규직 조직화를 위해 나선 서울지역사무전문서비스직노조와 한라사내하청노조를 찾아봤다.

—————————–

① 비정규직 조직화에 나선 사람/이진희 서울사무노조 위원장

“지금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절실하게 노조를 원합니다”

홈페이지 개설 등으로 조직화 박차

서대문 사무금융노련 사무실 한켠에는 서울지역사무전문서비스직노조(서울사무노조)가 IMF 이후 극심해진 고용불안과 임금체불에 시달리고 있는 비정규 사무전문직 노동자들의 튼튼한 울타리를 만들어가고 있다. 그리고 사무전문직 노동자들의 미래를 만들어 가고 있는 서울사무노조의 중심에는 이진희(30) 위원장이 있다.

이씨는 대학졸업 뒤 94년부터 현재까지 중고등학생 대상의 보습학원에서 국어전문강사와 학습지교사로 일해왔다. “학원강사를 선택한 까닭요? 빡빡한 일반 직장과는 달리 남는 시간으로 폭넓은 사회활동이 가능하고, 개인적으로는 여유를 갖고 배우고 싶은 분야에 대한 공부를 계속할 줄 알았죠.” 그러나 막상 현실에서 겪어보니 학원강사는 일반 직장인보다 출근시간이 늦을 뿐 보충수업 등으로 밤 11시나 12시 퇴근의 연속이었다. 그럼에도 시간외 근무수당같은 것은 꿈도 꿀 수 없었다. 무엇보다 지극히 불안정한 고용관계로 스트레스를 받아야 했다. 갑자기 원장에게 불려가 특정한 이유없이 “나가라”고 ‘명령’받는 동료들을 지켜보는 일이 부지기수였다. 학생수가 줄어들 경우 모조리 강사의 책임으로 돌리거나 인건비 상승으로 강사가 3년이상 한 학원에 머무르기 어려운 탓이다. 자연스레 노조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직원이 백여명 이상씩되는 사업장도 아니고 도무지 방법을 찾을 수 없었다.

그러던 중 이씨는 지난 해 6월 사무노련(사무금융노련의 전신)에서 사무직 지역노조 건설 움직임이 있다는 소문을 듣게 됐고 사무노련을 통해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동료들을 만날 수 있었다. 이들은 대부분 중소규모 직장인들로 전산업체, 인터넷서비스 회사, 광고기획사, 이벤트사 등에서 일하며 저임금은 물론, 장시간근로에도 초과근로수당은 꿈도 못꾸는 이들이었다. 학습지 교사들 가운데는 회사들의 영업목표를 채우지 못해 빚만 지고 그만둔 경우도 많다. 텔레마케팅 회사에서 계약직으로 일하고 있는 여직원들의 경우 계약기간이 끝나기도 전에 경영상의 이유를 대며 해고시키는 일이 다반사였다. 90년대 이후 정부와 언론이 만들어낸 ‘미래가 보장된 유망직종’ ‘고소득 보장’의 허울에 가려있던 적나라한 현실이 드러난 것이다.

이씨는 이들과 지난 해 9월 노조결성 준비위를 만들어 본격적으로 노조건설에 뛰어들었다. 이어 다섯차례 공청회와 설명회를 통해 사무직지역노조의 필요성을 알렸고 자료집을 만들어 배포하는 등 9개월간 꾸준한 준비를 통해 지난 4월10일 노조를 결성했고 그녀는 초대위원장으로 선출됐다.

서울사무노조는 결성당시 30명으로 출발해 현재 1백여명 조직화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이위원장은 6월 중순 개설되는 인터넷 홈페이지가 주요한 조직화수단이자 홍보수단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사무노조의 홈페이지는 웹디자이너, 프로그래머 등 정보통신업종에 있는 조합원들이 머리를 싸맨 채 사무전문직 노동자들의 입맛에 맞게 만드는데 주력하고 있다.

이위원장은 서울사무노조가 다양한 업종 노동자들을 포괄하고 있는만큼 4대 사회보험 문제 등 모두에게 공통으로 적용되면서도 영세사업장이기 때문에 더욱 불이익이 많은 문제들을 여론화시키는 것이 조직화의 주요한 매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해 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노조에 가입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와 관련돼 절반을 웃도는 숫자가 ‘가입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대답한 점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얼마나 노조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는지 알 수 있게 해주는 대목이에요. 중소규모 사무직 노동자 밀집지역인 용산이나, 구로에 노조가입 신청서를 대대적으로 뿌릴 계획입니다.”

—————————–

제조업 비정규직노조 첫걸음

한라사내하청노조

“말로 다 못합니다” 60여일째 출근투쟁을 벌이고 있는 김호근 한라중공업 사내하청노조위원장의 첫마디다. 지난 3월28일 청년진보당 목포지구당에서 7명의 발기인이 참가한 가운데 창립총회를 치른 뒤 사내하청노조는 3월31일 설립필증을 받아내는데 성공했다. 설립필증이 나오자마자 3명의 노조간부가 일했던 대명기업, 상진기업, 백운산업 등 하청업체들은 자진폐업이라는 형식을 빌어 즉각 정리됐고 한라중공업(회장 강제웅)은 사내하청노조 간부의 출입을 막고 있다.

김호근 김남준 황호인 이연식 등 노조간부 4명이 한라중공업 삼호조선소 서문앞에서 벽 하나, 비닐 한 장에 의지한 채 무기한 노숙투쟁을 벌이고 있는 이유는 ‘하청노동자도 인간’이라는 진실을 되찾기 위해서다. 체불임금 지급, 고용안정, 노조활동 보장 등 노조의 단체교섭요구는 폭력적인 노조탄압, 원·하청관계를 이용한 교묘한 노동통제속에서 철저히 무시됐다. 김위원장은 “불가능할 줄 알았던 하청노조의 신고필증을 받아낸 것은 큰 의의가 있지만 이번 투쟁은 하청노동자의 조직화가 원청노조의 도움없인 불가능하다는 것을 여실히 드러냈다”고 말했다. 원청업체가 하청노조원이 있는 하청업체와 계약을 해지할 경우 정상적인 단협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원청노조가 단체협약을 통해 최소한의 방어막을 구축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김남준 노조 사무국장은 “노조간부들이 일했던 3개업체가 정리된 줄로만 알았는데 2주전부터 과거 근무하던 사람들을 다시 모아 일을 시키고 있다”며 위장폐업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회사쪽이 돈다발을 들고 다니며 조합원들을 회유하고 있는 실정이다.

사내하청노조 추진은 98년 비정규직 조직화에 뜻을 같이하는 5명의 노동자가 모여 사내하청노조 준비모임을 비공개로 결성한 때부터 시작된다. 이들은 한라중공업 노무팀과 하청업체관리자의 눈을 피해 밤에 담을 넘고 탈의장 캐비넷에 유인물을 돌리는 등 노조결성을 위한 준비작업을 벌여나갔다. 사내하청노조라는 조직형태를 택한 것도 하청노동자들의 소속감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애초 4∼5월경에 예정됐던 노조설립시기를 앞당긴 것은 99년초부터 한라중공업의 제3자매각과 5월 업체 완전철수설이 나오고 하청업체의 무급휴직 및 인원정리가 확산됐기 때문이었다.

6월1일 위원장 삭발식과 총력투쟁 결의대회를 준비하고 있는 이들이 입을 모아 당부하는 말이 있다. “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 우리는 똑같은 노동잡니다. 함께 싸워야지요. 더 이상 비정규직이 정규직 고용안정의 희생물이 되는 일이 반복돼서는 안됩니다”

도움주실 곳 : 외환은행 431-18-01288-8 예금주 김남준.

이 기사가 마음에 들었다면, 좋아요를 눌러주세요!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