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를 앞두고 위기 심화
[주간녹색좌파] 스티브 마이어스, 8/25
러시아가 자국 채무에 대해 모라토리엄을 선언하고 루블화가 급락하면서 가뜩이나 나쁜
상황이 심각한 정치, 사회, 경제적 위기로 선회한 지 이제 막 일 년이 넘어서고 있다.
1998년은 90년대 들어 노동자들의 전투적 동원이 최대 규모로 이루어진 해였는데, 광산
노동자를 비롯한 산업 노동자들이 철로를 점거, 봉쇄하였고 10월 총파업 당시에는 천 5백만
명이 파업에 참여하였다.
올해 7월 9일은 러시아 노동자들의 저항에 있어 특별한 날이었다. 노동자들이 점거하여
통제하고 있던 비보르그 펄프제지 공장을 무력으로 탈환하기 위해 업주측이 고용한 무장 용
병들이 (지역 경찰과 함께) 동원되었다. 500여 명의 비무장 노동자들은 이들 구사대를 격퇴
하였다.
같은 날, 툴라 지역에 있는 야스노고르스크 기계공장의 노동자들은 8개월간 지속된 공장
점거를 마치면서 서구가 경험하지 못했던 노동자 통제를 쟁취함으로써 승리를 선언하였다.
야스노고르스크의 승리로 고무된 키모프스크 노동자들은 한 대공장을 점거하고 기업주의
축출과 노동자 통제라는 전투적 요구를 주장하였다. 한편 툴라 지역의 광산 노동자 위원회
들은 이 지역 다른 노동자들의 지원을 받으면서 크레믈린까지 대규모 행진을 벌이기로 결의
하였다.
블라디보스톡에서는 체불임금을 요구하는 단식투쟁이 진행되고 있으며(17명의 노동자들이
거의 죽어가고 있다), 크레믈린측에는 보다 불길한 징조일텐데, 쿠즈바스 산업지대에서는
총파업과 심지어 총봉기에 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러시아 노동자들은 모든 정당에 대해 극도로 비관적이고 회의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일단 행동을 결의한다면 노동자들은 영웅적 전투성으로 이를 이루어내곤 한다.
이 모두는 새로운 가혹한 노동법이 국가두마[하원]를 통과하는 맥락에서 진행되고 있다.
새 노동법은 어렵게 획득한 권리를 가차없이 박탈하고 기업주들에게 전례없는 독재권력을
부여하게 될 것이다.
12월 19일로 예정된 선거를 앞두고 제기되는 질문들은 다음과 같다. “이러한 법률이 시행
될 수 있을까, 그리고 이를 시행하는 정부의 구성과 정치적 성격은 무엇일까?”
선거 승리가 예상되는 세력은 (수사적으로) 현 대통령 옐친보다 반(反)서구적인 민중주의
-민족주의 동맹이다. 새로 결성된 조국전러시아당(Fatherland All-Russia)은 모스크바 시장
유리 루즈코프의 조국당과 지역 주지사들의 전러시아운동당의 동맹체이다.
12월에 조국전러시아당이 승리할 경우, 2000년 6월 대선 이후 당의 두 주요 지도자인 전
수상 예브게니 프리마코프와 루즈코프 중 한 명이 옐친의 반(半)독재적인 입헌 권력을 물려
받을 것으로 보인다.
조국전러시아당은 ‘중도좌파’이자 노동자에 우호적인 정치세력으로 묘사되고 있다. 이는
사실이 아니다.
조국전러시아당은 국제통화기금(IMF)과 옐친의 전면적 지배에 맞서는, (아직은 상대적으
로 미약하지만) 태동중인 러시아 자본가 계급의 단결과 보호막으로 표상된다(옐친에 가까운
극소수 과두 지배세력은 여기서 제외된다). 러시아 최대 노동조합연맹의 관료들도 이 세속
동맹에 참여하고 있다.
루즈코프는 한편으로는 회계 감사를 무기로 러시아 기업들로 하여금 가난한 사람들에게
저렴한 식료품을 공급하도록 강제하겠다고 선언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신규 노동법을 시
행하고 노동자 저항을 분쇄하는 데 필요한 모든 독재적 권력을 활용하겠다고 약속하고 있
다. 현재 그는 모스크바 근교 농장들에서 군대를 파업대체 인력으로 동원하면서 야채 가격
을 떨어뜨리고 있다.
대통령후보 선호도에 관한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프리마코프가 20%의 지지로 선두를 달리
고 있다. 공산당 지도자 겐나디 쥬가노프와 루즈코프가 각각 16%, 11%로 2, 3위이지만 현재
급속히 지지율을 높이고 있다.
루즈코프는 많은 시간을 들여 ‘진정한 러시아의 길’인 러시아정교회를 지원하고 있다.
‘민주주의’를 공공연히 비판하는 그의 민중주의적 슬로건은 ‘빵, 연료, 질서!’이다.
쥬가노프와 ‘적갈’동맹[공산주의와 극우 파시스트의 동맹]은 조국러시아당의 날개 아래서
대기하고 있다. 많은 지역들에서 공산당과 노골적인 파시스트 그룹 사이의 협력이 진행되고
있다.
쥬가노프는 “광범위한 애국전선”을 주장하면서 선거운동에 공산당이라는 이름을 부각시키
기 위해 9월 4일에 임시국회를 열 것을 요구하였다. 이는 몇 년간 진행되고 있던 노력이지
만 당 내부의 저항으로 여전히 분열을 낳을 가능성이 남아있다.
한편 공산당 왼편에 있는 31개 조직들은 8월 7일 모스크바에서 통합회의를 열어 노동자당
운동(Movement for a Workers’ Party)이라는 조직체를 건설하였다(이들 조직은 앞서 언급한
노동자 투쟁을 조직화하고 지원한 바 있다). 최초의 성명서는 이 운동이 맑스주의와 변증
법, 혁명에 기반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동자당운동은 선거에서 후보를 출마시키려 하고
있다.
* 필자 스티브 마이어스가 활동중인 러시아 노동자와의 국제연대(International
Solidarity with Workers in Russia)는 노동자들의 투쟁에 폭넓은 실천적 연대를 조직하며
진보적 노동자 공동체들을 지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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