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가정에 멀티미디어 PC와 인터넷을 보급한다는 취지로 출발했던 ‘국민PC’ 보급사업이 업체선정이 끝나면서 일단락되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의 혼선에 대한 비난과 함께, 과연 이 사업이 국민의 정보화를 담보하는 최선의 길이냐는 질문도 쏟아진다.
국민PC 사업은 인터넷 검열 등 통제의 칼날만을 휘둘러왔던 정보통신부가 모처럼 야심차게 추진한 정책사업이었다. 우리나라의 PC 보급률을 대폭 끌어올리고, 인터넷 대중화를 통해 세계화 시대에 걸맞는 정보화를 추진하겠다는 의도였다.
그러나 애초에 80만원대로 이야기되던 PC 가격이 대기업과 용산 상인들의 반발로 말미암아 1백만원대로 후퇴하는가 하면, 현실성을 고려한다며 1백2십만원대까지 후퇴하여 애초의 취지를 무색하게 하며 좌충우돌하는 양태를 연출해왔다.
지난 27일 마감한 제공업체 접수에는 삼성전자, 엘지-아이비엠, 삼보컴퓨터, 대우통신 등 국내 4대 메이저 업체들을 뺀 50여개 업체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대기업체가 무더기로 빠진 것, 특히 삼성전자가 빠진 이유를 두고 추측이 무성했는데, 국민피시 가격 상한선이 1백 2십만원대로 올리간 데에는 삼성전자 측의 로비가 있었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설득력있게 나돌았던 터라 포기배경에 궁금증을 더했던 것이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삼성의 압력에 굴복해 값을 올렸다는 비난여론으로 자존심을 구긴 정보통신부가 삼성 쪽에 값을 1백만원 이하로 낮추거나 신청을 포기해 줄 것을 막판까지 강력하게 요청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보급업체로는 현대멀티캡과 세진컴퓨터, 주연, 현주컴퓨터, 컴마을, 용산전자상가조합 등 12개 업체가 최종 확정됐고, 이들 업체들은 오는 10월부터 1백만원 이하의 가격에 전국 우체국 등을 통하여 국민PC를 공급할 예정이다. 정통부는 그러나 앞으로 초저가 PC 보급과정에서 품질과 서비스에서 하자가 발생하는 업체에 대해서는 국민불편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보급업체 자격을 박탈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결정은 차별화된 시장을 유지할 수 있는 대기업과, 상권 붕괴를 우려했던 용산 상인들을 동시에 어느정도 만족시켜 줄 수 있는 수준으로 보인다. 실제로 용산 상가연합회는 국민PC 사업이 발표된 시점부터, 만약 80만원대의 초저가 PC가 정부의 주도로 보급된다면 우체국과 전자상거래만 남고 중소 PC 조립업체는 모두 고사할 것이라며 강력히 반발해 왔다. 하지만 정통부는 사업 진행과정에서의 좌충우돌에 대한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되었고, 실제로 PC를 구매하는 국민의 입장에서는 ‘그리 싸지는 않은’ 가격에 감지덕지하게 되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과연 정보화의 요체가 국민PC를 많이 보급하는 것이냐 하는 문제이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인구당 PC 보급률은 미국에 뒤지지 않는다. 다만 PC의 실제 사용률과 통신 및 인터넷 사용정도에서 떨어질 뿐이다. 이러한 측면은 PC 보급보다는 대중적 PC 이용 교육이나 백본(backbone)망의 강화에서 보충되어야 하는 부분이다. 그러나 백본망이나 인터넷 접속서비스는 모두 한국통신 및 여러 사기업에 무질서하게 나눠 맡긴채 PC만을 많이 보급하겠다는 것은 근시안적인 발상이다. 모뎀보다 더 빠른 인터넷 접속서비스가 속속 등장하는 상황에서 56K모뎀을 기본사양으로 선택한 것만 해도 그렇다.
국민PC 사업은 만약 20년전이라면 국민들의 영상 마인드를 진작한다고 정부가 집집마다 TV 구매를 주선해주는 꼴이다. TV는 각 가정에서 알아서 구입하면 될 일이다. 설혹 경제적 어려움이 있다면 부가가치세를 감면하거나 제조업체에 대한 재정지원을 해주는게 나은 일이다. TV보다 중요한 것이 안테나와 방송국이었듯이 지금의 인터넷 또한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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