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가리봉 5거리에서는 생활정보지에 난 인력모집광고를 보고 새벽부
터 모여든 일용직 노동자 5백여 명이 일자리를 얻지 못하자 도로를 점거한 채
자생적인 항의시위를 벌인 소동이 벌어졌다. “시발! 우리가 개돼지인 줄 아나?”
라며 분노를 표출한 노동자들의 거친 항의는 건설 노동자들의 실업실태를 정확
하게 반영하고 있다.
실제로 올해 발생한 체불임금 항의 분신자살과 생계 비관 자살의 대부분을 차
지하는 사람들은 건설노동자이며, 노숙자, 가장파괴, 아동학대 등 사회문제된
문제가정의 70%도 건설노동자 계층인 것으로 밝혀졌다. 그럴 수밖에 없는 까닭
은 건설경기의 침체와 함께 200만 건설노동자의 80%가 장기적 실업상태에 빠졌
기 때문이다. 사회보장이 갖춰지지 않은 한국사회에서 지옥은 바로 현실로 다가
왔다.
이에 전국건설노동조합연맹(건설노련)은 ‘반드시’ 실업자조직이 필요하다는
판단 하에서 ▲조직의 확대 ▲건설노동자의 실태 여론화 ▲대정부 압박, 관련
대책 수립, 건설산업 육성정책 유도 ▲실직노동자의 사회복귀 기회제공을 목적
으로 지난 3월 ‘실업자 동맹’을 발족한 바 있다.
그러는 가운데 이루어진 건설노련과 전국건설일용노동조합협의회의 연대투쟁
은 “중대한 결단”이었다. 이것은 4월에서 6월까지 진행된 3단계 투쟁 속에서 일
용직 노동자들의 절박한 생존권을 전면에 내걸고 건설경기의 붕괴를 선전하는
데 성공을 거두었다. 주요 요구사항은 ▲건설노동자들의 실효성 있는 실업대책
마련을 위한 차원의 건설산업 육성과 일자리 창출 ▲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용유
지를 위한 정리해고 철폐와 부당노동행위 중지 ▲중단된 공사 현장 재가동과 공
공설비투자 확대 ▲건설시장의 정경유착, 중층적 불법하도급 구조 근절 ▲건설
현장의 8시간 노동 강제화로 일자리 나누기 확산 ▲비정규직 노동자의 실업정책
적용과 직업안정 창구 개설로 요약된다.
정부는 “건설노동자 요구 정부정책 수립에 반영하고, 공공시설 투자조기 집행
과 사회간접자본시설 예산 10조원 가운데 8조원을 상반기에 조기 배정하고 건설
현장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요지의 회신을 보냈다. 하지만 곧이
은 “98년도 안에 구조조정을 완결하기 위해서 올해 안에 케인즈주의식 실업대책
은 없다”는 정부의 발표는 자신이 거짓말쟁이임을 스스로 증명하였다.
또한 영종도 신공항 건설현장에 대거 투입된 건설노동자에 대한 노동강도는
상상을 초월한다. 사업 6개월만에 무려 10명에 이르는 노동자가 싸늘한 시체가
되어야 했다. 동절기 실업대책에 가서는 건설노동자들의 절망을 분노로 바꾸었
다. 대구지역 일용직 실업자는 10만 명에 달하는 데도 정부는 고작 2만9천 명이
라고 조작하는 한편, 2만9천 명에 대한 실업대책도 “하루 고작 10여 명이 비닐
하우스와 조경으로 팔려갔을 뿐이다”며 대구지역 건설노동조합 관계자는 분통을
터트린다.
이 관계자는 21일 대구지역 [건설 일용 노동자대회]를 앞두고 “우리들은 안
다. 그 지랄같은 협상으로 실업문제가 풀릴 수 없다는 것을 또한 우리들은 안
다. 각 단체 사람들은 다 모여라. 실업대책에 대해 간담회를 하자. 그렇게 모여
열나게 싸우고 정작 투쟁에서 서로 미루는 작태를 보면서 그들에게 실업문제를
맡긴다고 해결될 것은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을! 우리는 똑똑히 깨달을 것이다.”
며 결국 아래로부터의 실업자 투쟁만이 유일한 대안이라고 강조한다.
건설노동자들의 실업실태! “김대중 정권은 더이상 실업자에게 사기 치지 말
라”는 그들의 분노만큼이나 알맹이 없는 생존권을 단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노동네트워크 주간뉴스, 98/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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