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네트워크는 1999년 새해를 맞이하여 〈주간뉴스〉를 통해서 98년에 이어

99년도 싸움을 지속하고 있는 주요 사업장을 방문하여 투쟁하는 노동자들의 목

소리를 전해보고자 합니다.

물론 노동자의 하루하루가 투쟁이 아닌 날이 없겠지만 새해가 더욱 남다르게

다가오는 투쟁사업장의 소식을 통하여 좀 더 그 투쟁과 함께하고자 하는 마음입

니다.

이를 위해서 두 차례에 걸쳐 투쟁사업장 방문기를 신년특집으로 게재합니다.

그 첫 번째로는 명동성당에서 농성중인 세 곳의 노동조합―만도기계 노동조

합, 조폐공사 노동조합, 조흥시스템 노동조합을 방문한 탐방기입니다.

모두가 잊고 지내는 1월 1일 새해 첫날에 방문한 명동성당 농성장의 모습이

여러분께 생생히 전달되고 노동자 투쟁의 당당함이 충분히 전해졌으면 합니다

1999년의 새해가 밝았다. 경제가 어렵다고는 하나 아직 많은 사람들에게는

‘새해’라는 것이 마음을 들뜨게 하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가족과 오손도손 떡국을 해 먹을 새해 첫 날도 추운 천막 속에서 맞는

분들이 있다.

명동역에 내려서 명동성당으로 가는 길은 의외로 한산했다. 31일의 들뜸이 너

무 커서일까? 몇몇 젊은 연인들만이 흥겹게 걸어가고 있고, 전경들이 이중 삼중

으로 명동을 둘러싸고 있었을 뿐이었다.

종현마루(명동성당이 위치한 곳)로 올라가는 길은 천막으로 가득했다. 실업자

분들과 한총련 농성단, 그리고 오늘 방문할 세 노조의 천막까지….

천막안은 짐작만큼이나 싸늘했다. 낯설은 방문객이지만 금새 친절히 대해주시

는 분들은 아주 평범한 우리 주변의 아저씨들일 뿐이었다.

이야기를 하시면서 가장 안타까와 하시는 부분은 자신들의 이야기가 전혀 알

려지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언론에서 취재해 간 내용도 데스크에서 짤리기 일

쑤이고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들의 기억에서도 희미해지고…. 자신들은 구조조정

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원칙과 일관성이 없고 오히려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구

조조정을 반대하는 것임에도 마치 구조조정과 개혁을 반대하는 이익집단으로 매

도당하는 것이 너무도 안타깝다고 하였다.

그러나 언제나 누군가가 투쟁의 대열을 찾을 때 그들에게 오히려 힘내라며 계

속 싸우겠노라고 다짐한다지만, 이 단순한 응답 속에는 연대투쟁을 바라는 작은

소망이 담겨있다고 여겨졌다. 작은 연대는 가장 어려운 분들이 실천하고 계셨

다. 도착하기 전에 들르신 일용직 노조 분들이 귤 한 박스를 놓고 가셨다고 했

다. 속 좁은 마음에 ‘연맹에서는 찾아오지도 않나?’ 하는 생각이 불현듯 들기도

했다. 빈손으로 찾아간 것도 죄송스럽고….

조폐공사 위원장님이 만들어주신 저녁식사를 맛있게 먹고 취재를 정리하며 나

오는 걸음은 무척이나 죄송스러웠다. 제대로 투쟁에 호응한 적이 없는 방관자였

기에….

떠나는 뒤에 대고 꼭 많이 알려 달라시는 그 말씀이 얼마나 애절하시던지 다

시 뒤돌아보기가 겁이 났다. 그러나 새해이기에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하

는 인사를 남기고 어둠이 내린 명동성당을 내려왔다.

누가 이 노동자들을 서울 한 복판에서 투쟁하도록 내몰았던 것일까?

가족 생각이 안 나시냐는 질문에 많이 보고싶다는 분도, 가족을 보면 가슴이

아파서 오겠다는 것도 오지 말라고 호통을 치셨다는 분도, 그리고 천막에 찾아

온 부인을 보면서 마냥 애처로와 하시는 분들도 99년에 싸움에서 꼭 승리해서

가족들과 2000년 빛나는 새해를 맞이하셨으면 하는 바램 간절하다.

〈노동네트워크 주간뉴스, 99/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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