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끼리는 이런 농담도 합니다. 우린 다이어트 안해도 내년되면 다 바짝바
짝 마르게 돼있다고요. 그런데 사실 내년이 문제가 아니라 하루하루가 죽겠어
요.” 이것이 가난한 자 중에 가장 가난하며, 소외된 자 중에 가장 소외된 자인
장애인들의 삶이다. “제대로 먹지 못해서 빈혈이 날 지경”이라고 한탄하는 이들
장애인들의 노동환경은 지옥에 다름 아니다. IMF 이전에도 30%에 달하던 실업률
은 IMF 이후 더욱 증가하여 장애인은 정리해고 0순위이다.
밀알복지재단의 정형식 목사는 장애인 실업의 심각성을 다음과 같이 털어 놓
는다.
“취업된 장애인 중 대부분은 직장이 안정되지 못했기 때문에 실직당한 사람도
많고, 취업 중이라 하더라도 불안한 가운데 있다. 본인이 근무하고 있는 밀알복
지재단의 경우 지난 2개월 동안 무려 실직된 농아만 50여 명이 취업요청을 해왔
을 정도이다.”
그러나 장애인들은 실업대책의 사각지대에 있다. 애당초 생산관계로부터 소외
당한 중증 장애인은 말할 나위도 없거니와 노동가능 인구 또는 취업인구로 파악
된 장애인 일반은 실제 고용보험에 들어 실업급여를 받는다 하더라도 일반인보
다 60%나 낮은 평균임금 때문에 기아생활도 면치 못할 정도의 실업급여만을 제
공받을 수 있을 뿐이다. 더군다나 실업급여를 받지 못하는 실업자들을 위해 발
족되는 공공근로사업의 경우조차 장애인은 제외된다고 못박고 있다. 그럼으로
장애인은 취업도 안되고, 실직되면 실업대책의 혜택도 받지 못하는 그런 생존권
의 밑바닥에 존재해야 된다.
이처럼 더욱 가혹해진 장애인의 노동권 박탈현상은 국가에 의해 조장되고 있
다. 1990년 장애인 고용촉진법이 제정돼 노동자 3백명 이상 기업에서는 2% 이상
장애인 채용이 의무화되었으나 올 6월말 현재 기준으로 중앙행정기관의 고용률
은 0.96%이다. 검찰청, 국무조정실 등은 단 한 명도 채용하지 않았다. 심지어
30대 그룹 중 의무고용률이 1위인 강원산업은 불과 1.84%에 지나지 않는다. 오
히려 자본가들은 장애인 의무고용제를 폐지하자고 거론하고 있다. 더욱 많은 이
윤을 챙기기 위해서.
96년부터 98년 8월까지 취업된 장애인 9천6백46명 중 62%가 실업자가 되었고,
퇴직 당한 장애인의 33%가 취업 한 달 안에 그만둔 것으로 나타났다. 엄청난 노
동강도와 장시간 노동, 저임금을 견뎌내지 못한 이유에서이다. ‘임금은 50만
원, 노동시간은 12시간’이 장애인촉진공단에서 제시하는 고용조건이다. 또한 장
애인 복지기금이 식당이나 노래방을 짓는데 사용되는 게 현실이다.
그러나 장애인단체들의 실업대책은 전무한 실정이다. 심지어 실업대책의 일환
으로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를 중심으로 장애인 노동권을 노동부에서 복지부로
이관하자는 반노동자적인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최근 DPI와 한국장애인한가족
협회가 통합되면서, 이 통합조직은 ‘장애인 실업자동맹’을 건설한다는 입장을
내부적으로 정하고 있다.
이 땅의 장애인은 500만 명에 달한다. 이들의 실업문제는 실업대란의 뇌관이
되고 있다. 그러나 장애인을 복지수혜자의 입장으로 바라보며 실업문제를 해소
하려는 관점들이 장애인 운동의 전반적 문제점이다. 장애인의 노동권리 및 생존
권 보장을 구걸이 아닌 스스로의 힘으로 쟁취하는 바로 그때야말로 실업자 운동
의 첫 걸음이 시작될 것이다.
〈노동네트워크 주간뉴스, 98/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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