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반기 신입사원 공채는 없다”는 재벌의 잇따른 발표에 이어 현대전자가
약 1천명에 이르는 신입사원에 대한 200만 원의 위로금을 던져주며 채용포기각
서를 요구하는 등 청년실업에 경종을 울리는 사건이 연일 신문지상을 오르내리
고 있다. 그것은 취업문제로 고민하던 대학생 및 졸업생들의 계속되는 자살로
귀결되었다.
이처럼 대졸 미취업 문제가 일단의 사회적 문제로 심각하게 부상하자 여론 또
한 동정적인 시각으로 돌아섰다. 이 동정적인 시각은 두 가지 성격을 지니고 있
다. 무엇보다 신규인력을 흡수하기 위해서는 기존 노동자에 대한 정리해고가 반
드시 필요하다는 논리와 인턴사원제 확대 유도 및 지원정책이 필요하다는 논리
가 그것이다.
이 논리들은 대졸 미취업 문제를 산업예비군의 성격으로 환원, 노동시장의 유
연화를 촉진하여 기존 노동자의 생활권을 하락시키자는 야만적인 시각이다. 하
지만 이 관점이야말로 김대중 정부와 자본가들이 공감하고 있는 취지이다.
문제는 대졸 미취업자를 흡수할 수 있는 이러한 논리와 정책조차도 현실적이
지 않은 데 있다. 정부는 약 4만 명에게만 취업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주장한
다. 그러나 대졸 미취업자는 올해 추가될 20만 명의 졸업자를 더하면, 이미 40
만 명에 육박하고 있다. 게다가 정부가 지난 7월 정·재계 정책간담회에서 30대
그룹 및 10대 공기업에 각 2백 명씩 총 8천 명의 인턴사원 채용을 요청했으나
지난달 말 기준 인턴사원 채용현황은 1천5백 명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됐다.
다급해진 정부는 공공근로사업에 눈을 돌렸다. “고학력 실업문제가 심각해짐
에 따라 대졸 미취업자를 대상으로 한 공공근로 사업을 12월 1일부터 시행한다”
는 발표가 그것. 하지만 1930년대 뉴딜정책에서 배울 수 있듯 공공근로사업은
실업자의 아래로부터의 분노를 차단하기 위한 썩은 당근이다.
성균관대 학보사가 지난 5일부터 3, 4학년 재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청년
실업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46%가 “나는 예비실업자라고 생각한다”
고 답했다. 이들은 또 “현재 정부의 인턴사원제 등 실업정책이 실효성이 없다는
불만을 갖고 있다”면서 “학생 스스로 자기개발을 통한 취업노력을 기울이고 있
지만 현실적으로 얼마나 도움이 될지 미지수”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국민승리21 청년실업대책위’ 등은 “정부의 책임을 분명하게 묻고
청년실업의 심각성을 제기하기 위해” 취업연령제한 폐지 투쟁 등을 펼치고 있
다. 이것은 평등한 취업기회를 획득하기 위한 것이다.
또한 각 대학의 선거에서는 실업대책 공약들, 즉 군축을 통한 실업기금 마련
(한양대), 미취업 졸업생들을 위한 취업연령제한 철폐, 실직자 자녀 장학금 지
급(성균관대), 취업대책 촉구엽서 청와대 보내기 운동(경희대), 고용안정특별법
제정운동(건국대), 실업대책센터 설치(서강대) 등을 제기하고 있다.
지금 청년실업자 및 미래의 실업자들이 가져야 될 것은 노동과 대학의 연대라
는 점을 아무도 의심하지 않는다. 공동투쟁과 일치된 저항은 김대중 정부의 신
자유주의를 저지할 것으로 청년 실업자들은 확신한다.
〈노동네트워크 주간뉴스, 98/12/28〉
이 기사가 마음에 들었다면, 좋아요를 눌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