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외부문>

· 매년 160만명이 지난 20세기동안 각종 무력분쟁으로 인해 사망.

· 매주 13만명의 어린이들이 제3세계에 가해진 과도한 외채부담으로 사망.

· 세계 군비지출은 7천 8백억달러, 세계 복지비 지출은 130억달러에 불과.

지난 한 세기의 다른 단면들…. 이 짧은 사실들은 진보와 풍요의 팽창이라고 일컬어졌던 20세기가 사실은 전쟁과 폭력, 그리고 빈곤의 내출혈에 다름 아니었음을 보여준다. 5천만 명 이상을 죽음으로 몰아간 두 번의 세계대전, 또 그만큼의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고 간 여러 대량학살들. 그 어떤 세기에도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인간의 손에 의해 죽임을 당한 때는 없었다.

그러나 더욱 불행한 것은 새 천년을 앞두고, 성찰과 반성의 시간이 되어야할 1999년 올해 한해만하더라도 이 지구상에서는 여러 폭력과 전쟁으로 인한 상흔이 엄청났다는 점이다. 어떤 상처들이었을까? 일부에 불과하지만, 기억해보기로 하자.

□ 나토의 유고공습(3월 24일)

3월 24일 나토는 유고전역에 대한 공습을 감행했다. 나토는 공습을 시작하면서 이번 조치가 코소보 민중에 대한 밀로세비치의 인권말살을 억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지만, 많은 세계의 평화·인권단체들은 공습의 실상이 전쟁범죄에 지나지 않았다는 점을 역설했다. 국제법까지 무시하면서 진행된 나토의 공습이 사실상 ‘힘이 곧 법’이라는 권력정치의 횡포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것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또한 당시 평화·인권단체들의 감시활동에 따르면, 나토의 유고폭격과정에서 1500명에 이르는 민간인이 사망했으며, 5000명 이상이 부상을 당했다.

(이중 1/3이 어린이들이었다) 게다가 나토는 비인도적인 무기로 분류돼 사용이 금지되어 있는 열화우라늄탄과 분사폭탄을 사용해 그들의 폭격이 어떤 명분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는 점을 스스로 보여주었다. 현재 코소보 지역에는 이른바 코소보 재건이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이 재건계획의 주도권을 유고민중이 아니라 공습에 참여했던 나토동맹국, 세계은행, 국제금융기관을 쥐고 있어, 과연 코소보 재건의 방향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의문을 자아내기도 하고 있다. (더욱 자세한 내용은 평화연대 창간준비 4호 7호,9호를 보십시오)

□ 일본 신가이드라인 관련법안 통과(4월 26일)

4월 26일 미-일 신가이드라인 관련법안의 일본 중의원을 통과했다 주변사태법, 자위대개정안, 미일물품역무상호제공협정을 포함하는 신가이드라인 관련법안은 일본의 재무장과 해외파병을 가능케 해주는 법률적 기반들이라는 점에서 많은 사람들의 우려를 자아냈다. 특히 주변사태법의 경우 일본에 영향을 미치는 ‘주변유사사태’를 매우 애매 모호하게 정의해, 사실상 그것이 한반도와 동아시아에 대한 군사개입의도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여론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군국주의를 향한 일본의 이런 움직임은 과거 군국주의의 상징이었던 기미가요 – 히네마루 부활논쟁, 평화헌법 개폐논쟁 등에서 계속적으로 재연되었다. 이외에도 일본은 현재 미국과 함께 북한의 위협에 대처한다는 명목으로 전역미사일방어망 건설을 추진하고 있어, 동북아시아 주변국들의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있다. (더욱 자세한 내용은 평화연대 창간준비 8호, 13호를 보십시오)

□ 국가미사일방어망 건설안 미국 상원통과(3월 18일)

냉전을 경험하고 있던 80년대, 레이건 대통령에 의해 주창된 SDI계획(이른바 스타워즈 계획)이 국가미사일방어망(NMD:National Missile Defence)이라는 계획으로 부활하고 있다. 이 계획은 이른바 이라크, 북한 같은 일탈국가들(rogue state)의 미사일 공격에 대비한다는 명목으로 추진되고 있는데, 현재 많은 평화·인권운동가들과 과학자들의 비판여론에 직면하고 있다.

우주공간에서 상대방의 미사일을 요격시키겠다는 이 구상은 현재 많은 과학자들에 의해 현재의 과학기술로는 절대로 실현될 수 없는 것이라고 비판받고 있음에도, 미국은 앞으로 수천 억 달러에 달하는 비용을 투입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이 계획은 과거 미국과 러시아가 체결했던 요격미사일제한조약(ABM조약)을 위반하는 것이자, 미국에 적대적인 나라들로 하여금 미사일 방어망을 무력화시키는 무기개발에 나서게 한다는 점에서 전세계적으로 군축과 평화를 위한 전망을 상실케 하는 중요한 사건이다.(더욱 자세한 내용은 평화연대 창간준비 7호, 11호를 보십시오)

□ 미국과 필리핀의 방문군 지원협정(VFA) 체결

1991년 필리핀 민중들은 미국과 필리핀 사이의 미군기지임대협약갱신을 거부하여, 지난 93년 동안 필리핀 내에서 지속되어 오던 외국군주둔을 종식시켰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은 미국의 끈질긴 압력 속에서 올해 5월 역전되었다. 지난 91년 철수한 미군이 다시 필리핀에 개입할 수 있는 요건을 마련한 방문군 지원협정(VFA)이 필리핀 상원에서 통과되었기 때문이다. 필리핀 민중에 의해 ‘주인과 신하의 관계를 규정하는 협약’이라고 불려지고 있는 이 협약은 미군의 재주둔으로 인한 범죄의 확산, 사회와 도덕의 퇴보, 유전성 성병의 증가 등을 가져온다는 점에서 필리핀 민중에게는 인권과 안전에 직접적인 위협이 되는 사안이다. 나아가 이 협약의 체결은 아시아 지역에 대한 미국의 패권이 더욱 강화될 수 있는 계기를 형성해, 전아시아 민중의 인권과 평화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 협약은 현재 필리핀 민중의 격렬한 저항과 비판에 도전 받고 있는 중이다.(자세한 내용은 평화연대 창간준비10호를 보십시오)

□ 분쟁상태에 있는 인도-파키스탄의 핵경쟁

캬슈미르 지방을 둘러싼 인도와 파키스탄 사이의 해묵은 분쟁이 올해에도 악화일로로 치달았다. 지난 5월 벌어진 인도-파키스탄의 폭력분쟁으로 인해 파키스탄의 군 400여명이 사망했으며, 인도 또한 200명의 사상자를 내기도 했다. 두 나라는 이미 3차례에 걸쳐 전면적인 전쟁을 치른 경험이 있는데, 올해 벌어진 분쟁이 심각하게 받아들여지는 이유는 두 나라 모두 핵을 보유한 이후 처음 맞는 전시상태이기 때문이다. 인도는 60년대 중반 중국의 핵실험에 자극 받아 핵을 개발하기 시작해 74년 첫 번째 핵실험에 성공한바 있으며, 파키스탄 또한 이에 자극 받아 핵 개발에 나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분쟁이 벌어졌던 올해 5월 즈음에는 두 나라가 각각 5차례씩 핵실험을 강행해 위기상황을 고조시키기도 했다. 분쟁상황아래 있는 인도와 파키스탄의 핵경쟁은 세계 인구의 6분의 1이 거주하고 있는 이 지역에서 핵무기가 실제로 사용될 경우 엄청난 파국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세계적인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자세한 내용은 평화연대 12호를 보십시오)

□ 카시니 탐사선. 우주에까지 미치는 초국적 군산복함체의 권력

1997년 10월 15일, 나사는 “태양계의 탄생과 진화를 이해한다”는 목표아래 앞으로 7년 동안 토성탐사임무를 맡게 될 카시니 우주선을 발사했다. 그러나 당시 나사는 우주공간에서의 핵활동을 금지하는 OST조약을 무시한 채, 카시니호에 방사능 플루토늄을 무려 32.8Kg이냐 탑재한 바 있었다.

올해 8월 18일 나사는 지구의 중력장을 이용해 카시니호의 속력을 가속시킬 계획을 잡았으며, 이때 카시니호는 10mile/s 의 속도로, 소위 ‘지구근접비행’을 시작했었다. 이 지구근접비행에 대해 나사는 카시니호가 대기권으로 추락할 가능성, 그리하여 핵물질을 대기권내에 유출시킬 가능성이 100만분의 1도 안된다고 주장했었지만, 당시 많은 저명한 과학자들은 카시니호의 대기권 충돌이 불러올 수 있는 대규모 재앙의 가능성애 대해 경고했었다. 다행히, 카시니호는 지구근접비행도중 대기권에 충돌하지 않았고, 방사능 누출에 의한 재난은 없었다. 그러나 앞으로 우주공간에서 활발하게 벌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핵활동은 지구전체의 생명을 위협하는 심각한 재난을 일으킬 지도 모를 일이다.

□ 아! 동티모르

1999년을 통틀어 코소보에 이은 또 다른 인간사적 비극은 동티모르의 대학살일 것이다. 인간에 대한 인간의 살육이라는 인간군상에 대한 잔혹성을 넘어 자세히 보아야 할 것은 코소보에서 보인 것처럼 강대국의 이익에 의한 또 다른 비극이라는 점이다. 인도네시아 군과 준군사조직인 민병대, 그리고 민중의 학살을 포함해 반세기 동안 이 지역에서 지속되었던 ‘공포시대’가 생존을 위한 물질적인 기초들을 실질적으로 파괴하였다. 여기에는 카터행정부 때부터 동티모르에 대한 군사적 원조와 외교정책이 수십만의 대학살을 방조해왔다는 점이다. 미국은 딜리의 대학살이 만천하에 드러나기 전까지 무기판매와 인도의 잔악무도한 군대의 훈련프로그램을 아끼지 않았으며 수하르토의 IMF명령이행에 실패하기까지 엄청난 원조를 해왔다는 것이다. 이제 동티모르는 독립을 맞이했다. 하지만 인간 대학살에 대한 근본적인 치유와 역사적 반성은 여전히 가려져 있는 상태다. 밀로세비치의 전범기소와는 대조적으로 동티모르에서 벌어진 잔악 행위에 대한 아무런 자취를 찾으려는 노력도 처벌도 없어 보인다.( 자세한 내용은 평화연대 12호를 참조하세요) 어느 석학의 말처럼 코소보와 동티모르의 가장 큰 비극은 오만한 자들의 행위보다 공포스런 시대로부터 역사를 구원하는데 실패한 세계 그 자체일 것

이다.

□ CTBT 부결

지난 10월 사회적으로 이슈화된 하나의 해프닝이 미 의회에서 일어났다. 그것은 다름 아닌 포괄적 핵실험금지조약(CTBT)안이 부결된 것이다. 1996년부터 서명이 시작된 포괄적 핵실험 금지조약(CTBT)에는 미국과 150여 개에 달하는 국가들이 서명했지만, 미국과 다른 핵심적인 국가들의 의회는 아직까지 이 조약을 비준하지 않고 있어 조약의 이행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신문칼럼에서도 주장하는바와 같이, 군축과 핵실험의 공포로부터 미국과 다른 핵보유 국가들의 태만스런 모습은 핵무기를 배치하는 문제에 대해 손쉬운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명분을 제공하고 있다. 즉, 인도와 파키스탄의 카슈미르 분쟁이나 현재 북한의 미사일 주권에 대한 핵강국들의 명분은 더 이상 지속될 수 없게 만들었다.

또한 지난 냉전해체 이후 핵군축의 흐름을 반전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것이다. 그간 START(전략무기 감축협정)Ⅰ을 통한 핵실험 유예연장과 프랑스의 유예선언 그리고 이어진 3000기 이상의 전략무기 동결이라는 STARTⅡ전략의 성과와 핵공포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기회를 져버린게 된 셈이다. 최근 냉전시기 이전으로 무기확산과 배치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미국에 대한 러시아 강경파의 주장이 대두되고 중국 또한 자국의 핵무기 24기를 배치한바 있다.

냉전시기의 적대감은 사라졌지만 핵확산의 위협은 이전보다 증대하고 있으며 지난 10년간의 얻어진 성과들은 빈약하기에 그지없는 상황이다. (자세한 내용은 평화연대 12호를 참조하시라)

□ 보호받고 있는 일본의 핵무장

9월 30일 일본 열도를 흔들어 놓았던 방사능 유출은 단순히 남의 나라일로 간주하기에는 너무나 위험스러운 것이다. 핵연로 가공시설에서 발생한 임계사고로 인한 방사능 유출사고와 지난 7월 많은 환경운동단체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영구고가 프랑스로부터 수입한 고농축 우라늄과 플루토늄 혼합원료(MOX)는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결과적으로 보았을 때, 핵에너지를 통한 자국 전력확보의 위험성과 군사적 잠재력이라는 ‘두 자루의 칼’을 동시에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사고 난 시설은 농축 우라늄과 플루토늄의 혼합체인 혼합산화물(MOX)연료를 만드는 곳이며 이는 핵폭탄 제조와 직결된 원료로’핵연료 재활용’이라는 미명하래 자유자재로 생산하고 주무르고 있다는 사실이다.

현재 일본이 보유하고 있는 플루토늄의 양만도 24톤에 이르며 히로시마 핵폭탄 4천여 개를 제조할 수 있는 분량이다. 앞에서 언급한 미일 신가이드라인의 통과와 북한의 로켓발사로 이어지는 군사적 긴장은 그들의 핵잠재력을 언제든지 전쟁으로 드러날지는 예측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군사적 잠재력은 ‘모범 사찰국’이라는 이름으로 보호받고 있다.

□ WTO 뉴라운드

지난 30일 비정부기구 엔지오가 미국 시에틀에서 135개 국가 각료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세계무역기구(WTO)의 뉴라운드회의를 지연시킨 한 판 승부는 역사적으로 상당한 의의를 던져준다. 비정부기구의 대규모 시위는 우선 이번 회의의 개막식을 5시간 20분이나 지연시키는 위력과 함께 대회장 출입봉쇄로 일본 대표단이 참석하지 못하였다. 회원국간의 의견조율을 위해 열리기로 했던 △농업 △시장접근 이행 △뉴 이슈 △세계무역기구 제도 개선등 5개 분야 작업반도 순연되었다. 세계무역기구가 조도하는 자유무역이 노동과 인권, 환경, 여성 등에 끼치는 역기능을 다시 집어볼 필요가 없을 것이다. 국제 노동기구는 자유무역이 모든 사람의 부를 증진시킬 것이란 약속과 달리 남아메리카에서 90년대 구조조정 결과 실업자가 더 늘었고 아프리가에서는 고용인구의 90%가 비정규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현재 한국사회에서 가해지는 고통도 마찬가지다. 어느 누군가의 말처럼 복지와 성장을 위해 필수 불가결한 체약국의 주권적 권리들은 초민족 국가적 또는 국제적인 조직, 법질서 또는 그 어떤 누구에게 이양된 것이 아니다. 그것은 다국적 투자자들의 이익을 위해 아무 대책 없이 포기되었을 뿐이다. 새 천년의 미래는 다양한 폭력성을 여기저기서 드러내고 있으며 20세기의 끔찍한 분쟁과 갈등은 또 다시 새 천년으로 이어지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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