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비 골드만(Debbie Goldman)의 저서 《단절: 디지털 시대 좋은 일자리를 위한 콜센터 노동자들의 투쟁(Disconnected: Call Center Workers Fight for Good Jobs in the Digital Age)》(University of Illinois Press, 2024, 246쪽)을 리뷰한 스티브 얼리의 글이다.
미국 정치인들은 흔히 세계화, 기업 구조조정, 해외 아웃소싱으로 위협받는 공장 노동자의 수호자를 자처하지만, 같은 이유로 위험에 처한 화이트칼라 직종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하지 않는다. 이런 직종은 철강, 자동차, 항공기 및 기타 기계류를 제조하는 모든 국내 제조업체를 합친 것보다 더 많은 노동자를 고용하고 있다.
이 중에는 미국에 기반을 둔 40,000개 콜센터에서 일하는 약 400만 명의 노동자가 포함된다. 이들은 지난 40년 동안 제품 구매와 서비스 및 지원 방식의 변화로 인해 급격히 확대된 노동력의 일부분이다.
데비 골드만은 그의 귀중한 신간 《단절》에서 "콜센터는 기업(그리고 많은 공공 기관)이 고객, 클라이언트, 시민과 상호작용하는 주요 수단이 되었다"고 설명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1,700만 명을 고용하고 있는 이 산업은 기업들에게 노동 비용이 높은 국가에서 저임금 국가로, 그리고 ‘전자식 착취 공장’ 조건으로 업무를 이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골드만은 통신노동자연합(Communications Workers)의 전직 연구 책임자다. 그는 노동조합 본부에서 30년간 근무하며 CWA 고객 서비스 담당자들이 AT&T와 벨 애틀랜틱(현 버라이즌)과 협상할 수 있도록 도왔다.
《단절》에서 그는 또한 통신 산업의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직종과 관련된 직장 문제와 해결책을 논의하기 위해 매년 모이는 조합원 활동가 네트워크를 육성하는 데 기여했다고 밝혔다.
대안적 비전
골드만은 고객 서비스 직업에 대한 대안적 비전을 개발하고 이를 홍보하려는 노력이 있었다고 설명한다. 이 비전은 “판단력, 경험, 전문 기술을 중시하는 환경”을 조성하려는 것으로, 콜센터 업무에 만연한 컴퓨터 주도 작업, 상사의 원격 감시, 판매 압박, 고객과의 대본화된 상호작용 등 근무 조건의 대대적인 변화를 요구했다. 이러한 압박은 스트레스가 많은 근무 환경을 조성해 질병, 결근, 높은 이직률로 이어졌으며, 이는 노동조합이 있는 직장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대부분 여성인 고객 서비스 담당자들은 초기에는 주로 남성 기술자들이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하던 노동조합 내에서 일부 저항에 직면했다. 저자는 서비스 담당자가 주도하는 지역 지부의 동원이 전국 노동조합이 자신들을 위해 싸우도록 압박하고, 해외 콜센터 노동자들과의 연대를 통해 효과적인 초국경 캠페인을 구축하는 과정을 묘사했다.
통신 산업 내 노동조합 조직률 감소는 직종에 관계없이 CWA(통신노동자연합) 구성원들에게 더 큰 문제였다. 독점 규제를 받던 AT&T는 한때 70만 명의 조합원을 고용했으나, 1984년 해체된 이후 반노조 성향의 경쟁업체들이 빠르게 성장했다.
저자는 1980년부터 2005년 사이 통신업 내 노조 조직률이 60%에서 22%로 감소했다고 지적한다. 현재는 CWA의 활발한 조직화 노력에도 불구하고 10%로 줄었다. 통신 업계에 남아 있는 11만 명의 CWA 조합원은 AT&T, 버라이즌, 프론티어, 센츄리링크/퀘스트에서 기술, 판매, 서비스 담당자로 일하고 있다. 이 중 1만7천 명은 9개 남동부 주에서 콜센터 직원 등을 포함해 이번 달 4주간의 파업 끝에 새로운 계약을 승인했으며, 이는 이 지역 통신 역사상 가장 긴 파업이었다. 또 다른 8,500명의 캘리포니아와 네바다 AT&T 노동자들도 회사의 이전 제안을 거부한 후 새로운 계약을 비준했다.
《단절》에는 25년 전 메인에서 버지니아에 이르는 8만 5,000명의 버라이즌 노동자가 참여한 3주간의 파업에 대한 상세한 사례 연구가 포함되어 있다. 이 파업은 고용 보장, 회사의 급성장 중인 무선 자회사에서의 조직화 권리 확보, 고객 서비스 담당자를 위한 ‘선구적인 스트레스 해소 패키지’ 획득을 목표로 했다. 광범위한 조합원 동원 덕분에 콜센터 노동자들은 “가장 학대적인 속도 증가, 관리 감시, 의무 초과근무, 업무 외주화를 제한”하는 새로운 계약 문구를 확보했다.
그러나 골드만은 업무 조직에 대한 근본적인 결정과 새로운 자동화 시스템은 여전히 경영진의 통제 하에 남아 있었다고 지적한다. CWA가 노조 조직권의 돌파구가 되기를 바랐던 버라이즌 와이어리스(VZW)에서는 상황이 곧 무효화되었다. 2000년 파업 이후, VZW는 CWA와의 카드체크 및 중립성 협정을 통해 노조화된 모든 무선 콜센터를 폐쇄하고 해당 업무를 국내 다른 지역으로 이전했다.
조직화의 도전적인 환경
25년이 지난 지금도, 버라이즌 와이어리스의 기술자와 소매점 노동자들 중 소수만이 협상권을 갖고 있으며, 콜센터 직원 및 접근이 더 어려운 ‘재택 근무 직원’을 포함해 더 많은 노동자를 모집하려는 지속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상황은 여전히 어렵다.
조직화 환경은 T-모바일 노동자 연합(T-Mobile Workers United)에게 더 도전적이다. 이 네트워크는 CWA의 지원을 받으며, T-모바일 US와 메트로PCS의 콜센터 직원, 기술자, 판매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반면, CWA는 2년 동안 AT&T 모빌리티(구 싱귤러)에서 2만 명의 신규 조합원을 확보했다.
이는 노동조합이 모회사와의 협상력을 활용해 카드체크 및 중립성 협정을 체결하며 NLRB(전미노동관계위원회) 선거를 회피했기 때문이다. 콜센터 관리자들이 위원회 구성 및 서명 작업에 개입하지 못하도록 함으로써, 미시시피 잭슨과 같은 지역의 콜센터 노동자들이 통상적인 반노조 캠페인 없이 스스로 조직화할 수 있었다.
CWA의 이후 콜센터 캠페인 중 일부는 남부 주에 집중되었지만, 통신 산업 외부에서도 진행되었다. 2014년, CWA는 19년에 걸친 투쟁 끝에 아메리칸 항공(American Airlines)의 승객 서비스 노동자들이 조직화되도록 도왔다. 이 단위는 US항공과의 합병 후 노조화된 고객 서비스 담당자들을 포함해 약 1만5천 명의 노동자로 구성되었다.
유사한 장기 투쟁은 현재 연방 계약업체 맥시머스(Maximus)에서도 진행 중이다. 이 회사는 메디케어와 ACA(오바마케어) 가입자 지원을 위해 1만 명의 고객 서비스 직원을 고용하고 있다. 이들 중 대부분은 흑인과 라틴계 여성으로, 주로 노동권 제한 주에 고용되어 있다. 지난 2년 동안 낮은 임금, 과중한 업무량, 고용 불안정, 그리고 저렴한 의료 혜택 문제로 6번의 파업이 있었다.
그들의 “길고도 고된 투쟁”은 통신 콜센터 조합원을 포함한 근처 CWA 지부의 지원을 받았으며, AT&T와 같은 연방 콜센터 계약업체와의 과거 교훈을 활용하고 있다.
그들의 품질인가, 우리의 품질인가?
골드만은 20세기 후반 CWA가 서비스 담당자를 위한 노조 친화적 ‘미래의 직장’을 만들고자 했던 시도를 경고적 사례로 설명한다. 2005년 은퇴할 때까지 20년간 CWA 전국 회장을 역임한 모튼 바(Morton Bahr) 아래에서, CWA는 집단교섭을 보완할 수 있다는 명목으로 ‘노사 협력 파트너십’을 가장 적극적으로 실험한 AFL-CIO 산하 노조 중 하나였다.
하지만 골드만은 1989년 뉴욕시 AT&T 지부의 회장이었던 로라 웅거(Laura Unger)가 ‘노동 생활의 질(QWL)’ 프로그램에 참여를 거부한 사례를 언급한다. 웅거는 QWL 훈련의 목표가 노동자들에게 ‘경영진의 목표를 내면화’하도록 만드는 것이라며, 이를 노동자의 권한 강화를 가장한 반노조 전략의 일부로 간주했다. 그는 이러한 공동 프로그램이 노동자들이 “자신의 노동자로서의 이익에 반하는 행동”을 하게 만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QWL에 대한 반감은 같은 해 6만 명의 NYNEX(현 버라이즌) 노동자들이 계약 양보에 반대하며 성공적으로 파업을 벌이면서 더욱 확산되었다. 4개월간의 CWA-IBEW 작업 중단 이후, 경영진은 ‘프로세스 개선,’ ‘자율 관리 팀,’ ‘더 나은 환경 만들기’ 등의 프로그램을 ‘품질’을 위한 ‘비전 탐구’라는 명목 아래 제안했다.
NYNEX 지부들은 파업 이후 다른 의제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지역 간부와 대표들은 노동 서클의 위험성에 대한 교육을 받았으며, 이는 CWA 지역 부회장이었던 잰 피어스(Jan Pierce)의 지도 아래 진행되었다. 피어스는 바와의 정치적 갈등으로 몇 년 후 CWA 본부가 지원한 후보에게 패배했다.
QWL에 대한 레이버 노트(Labor Notes, 미국 비영리 노동 저널이자 교육 단체)의 비판에 영향을 받은 뉴욕 북부의 한 통신 지부는 “그들의 품질과 우리의 품질”이라는 제목의 정책 성명을 발표했다. 이 문서는 노조를 배제하고 “회사가 결정한 목표에 대한 순응을 요구하며, 노동자들을 내부 및 주 단위의 경쟁 집단으로 분열시키고, 작업 환경을 약화시키며, 노조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공동 프로그램에 반대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NYNEX 지부들은 뉴욕 공공 서비스 위원회에 회사의 유선 서비스(당시 더 널리 사용되고 규제된 서비스)에 새로운 품질 기준을 부과하도록 압력을 가하는 캠페인을 전개했다. 이 목표는 더 많은 기술자와 서비스 담당자를 고용하도록 경영진에 압박을 가해 고객들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게 하는 것이었다.
4년 전 코로나19로 인한 콜센터 폐쇄는 고객 통화가 재택 근무 중인 서비스 담당자들에게 재배정되면서 작업 환경 개선 투쟁에 새로운 양상을 더했다. 이는 AT&T와 버라이즌의 CWA 조합원들에게 긴 통근 시간이 줄어들고, 가족과의 시간 증가, 결근 감소, 그리고 직무 만족도를 높이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에 따라 지난해 고객 서비스 담당자들은 재택 근무의 유연성을 유지할 것인지, 아니면 덜 바람직한 조건의 전통적인 작업장으로 복귀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 CWA 회장 선거 캠페인에서 다시 목소리를 냈다.
콜센터 노동과 지속적인 불만을 철저히 연구한 《단절》만큼 이 최근 갈등의 배경을 잘 보여주는 자료는 없다.
[출처] Can Call Center Workers of the World Unite? | Portside
[번역] 하주영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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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얼리(Steve Early)는 보스턴을 기반으로 활동하며 27년간 AT&T와 버라이즌에서 조직화, 교섭, 파업에 관여했다. CWA 국제 대표로 일했으며, 이후 노조 최대 지역인 CWA 디스트릭트 1 부회장의 행정 보좌관으로 활동했다. 현재 베이 에리어에서 NewsGuild/CWA 프리랜서 단위의 활동적인 구성원이자, CWA 회장 후보인 사라 스테펀스(Sara Steffens)를 지지하고 있다. 노동과 정치에 관한 다섯 권의 책을 저술했으며, 이메일(Lsupport@aol.com)로 연락할 수 있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