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풍력특별법을 비롯한 이른바 '에너지3법'이 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시민사회 기후환경단체들은 그동안 해당 법안들이 '부정의한 기후악법'이라 우려하며, 특별법안들의 전면 폐기와 기후정의 원칙을 반영한 재수립을 촉구해 왔다. 여야정은 시민사회의 저항에도 불구하고 '민생 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명분으로 에너지3법 제정에 속도를 냈다. 지난 17일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회 법안 소위를 통과한 후 불과 열흘 만에 본회의 문턱마저 넘은 것이다.

27일 국회 본회의, 해상풍력특별법안 의결 결과. 국회방송 화면 갈무리
에너지 3법은 해상풍력 보급 촉진 및 산업 육성에 관한 특별법안(해상풍력특별법),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고준위특별법),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안(전력망특별법)을 묶어 이르는 말이다. 시민사회 기후환경단체들은 기후위기 시대, 에너지 전환을 위한 법제도 개선은 절실하나, 현재의 에너지3법은 오히려 '기후부정의를 가속화할 악법'이라 비판해 왔다.
해상풍력특별법안은 정부 주도로 해상풍력 입지를 계획하되, 이후 경쟁입찰을 통해 민간사업자 등에게 사업권을 양도하고, 여러 인허가 규제를 간소화해 해상풍력의 '신속한 확대'를 꾀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기후환경단체들은 현재의 법안이 해외 민간 자본이 다수를 차지하는 기존 사업자들의 기득권을 인정하고 특혜를 줘, 이미 심각한 해상풍력 민영화를 더욱 촉진시킬 위험이 크다고 우려해 왔다. 이윤만을 추구하는 민간사업자들이 주도하는 해상풍력 사업은 수익성에 따른 과잉 투자와 투자 철수가 반복되고 결국 신속하고 체계적인 에너지 전환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환경성 평가 등 각종 인허가 규제를 의제처리하여 무력화하면서 계획입지 제도의 취지를 몰각하고, 지역 공동체와 환경을 파괴하는 난개발을 용인할 것이라는 비판도 제기되었다.
이날 공공재생에너지연대는 성명을 발표하고 "해상풍력특별법은 전력망특별법과 고준위특별법 등과 함께, 계엄으로 인한 경제 침체를 극복하기 위한 민생법안으로 둔갑하여, 여야 합의 아래 속전속결로 통과되었다. 풍력산업협회 등 산업계는 쌍수를 들어 환영하였다. 그러나 이 법을 포함하여 소위 에너지3법은 기업 특혜법일 수는 있어도 민생법일 수는 없다. 기업/자본의 이해와 다르게, 우리는 이 법이 우리 모두의 공유재를 사유화하고 난개발을 야기할 것으로 깊이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우리는 공유수면과 바람을 포함해서 재생에너지가 공유재임을 분명히 선언하고, 이것을 공적으로 개발하고 소유.운영할 때 해상풍력은 더욱 신속하게 개발되고 환경과 조화를 이룰 수 있다고 주장한다"면서 "기후환경시민단체와 노동조합 그리고 진보정당들은 오래전부터 <공공재생에너지법>을 주장해왔고 법안도 개발해두었다. 곧 입법청원 운동을 비롯해, 국회에 법안을 발의하고 통과시키려는 입법운동을 시작할 예정이다. 현행 <해상풍력특별법>을 폐기하고, <공공재생에너지법>을 제정하는 것이 기후위기 시대 정의로운 전환을 실현하는 대안임을 분명히 주장한다"고 강조했다.
고준위특별법은 사용후핵연료(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의 관리와 처분을 규정하는 법안이다. 시민사회는 이번 특별법안이 기존 핵발전소 부지 내에 핵폐기물을 임시 보관할 수 있도록 열어두어 노후핵발전소의 수명을 연장하는 등 핵진흥 정책을 강화하는 장치가 될 수 있다고 짚었다. 또한 방폐장 건설에 대한 지역 주민 의견 수렴 절차과 기준들도 완화해 핵발전소 지역을 '핵폐기장화'하는 법안이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기후환경단체들은 고준위핵폐기물을 안전하게 처리할 수 있는 시설 구축과 운영에 대한 과학적 연구와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민주적으로 반영한 공론화 과정을 거쳐 처리 시설 지역을 선정하고 운영 방안을 수립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전력망 특별법은 수도권과 대규모 산업단지 등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국가기간 전력망을 신속하게 확충하는 것을 목표로, 송전망 건설 과정에서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하고 각종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시민사회는 '밀양 송전탑 사업'을 환기하면서 이러한 특별법안이 "수도권을 위해 지역의 희생을 일방적으로 강요"하고, 지역 주민의 삶과 생태계를 파괴할 것이라 지적해 왔다.
17일, 에너지3법 폐기를 촉구하는 시민사회단체 긴급 기자회견. 녹색연합 박수홍
에너지정의행동은 이날 국회 본회의에 앞서 입장을 발표하고 "기후위기, 재생에너지 전환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기후정의 원칙이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전환 과정에서 지역 주민과 같은 주요 이해당사자들이 직접 참여하고 그들의 의견이 반영되는 것은 물론이고 지역 간 불평등과 차별을 해소하는 방향으로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고 짚었다.
또한 "이번 국회에서 논의된 에너지 3법과 11차 전력계획은 기후위기 대응과 재생에너지 전환을 왜곡하고, 산업계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반영한 결과물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전국적 갈등이 생길 것이다. 전력망 확대와 해상풍력 보급, 고준위핵폐기물 관리라는 중요한 의제는 단순히 절차 간소화와 행정편의에 따라 접근될 문제가 아니라, 민주적 참여와 사회적 합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에너지정의행동은 "앞으로 에너지 3법과 11차 전력계획이 추진되는 과정 전체를 면밀해 감시하고 보다 정의롭고 지속가능한 기후위기 대응, 재생에너지 전환이 될 수 있도록 지역 주민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싸워 나갈 것"이라 밝혔다.
정의당도 같은 날 성명에서 "에너지3법은 거대양당의 합의로 지역주민과 기후환경단체 등 이해관계자의 목소리는 충분히 반영되지 못한 채 진행"되었다면서 "기후위기 시대 에너지전력체계 개편은 필수이지만, 안전성과 환경성, 생활권 등 다양한 측면에서 사회적 갈등 요소가 내포되어 있어 세심한 정책 수립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그런데 세 가지 법안은 모두 이런 지점이 미흡한 상태"라고 짚었다.
진보당도 에너지3법을 "민주파괴 기후악법"이라 규정하고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반대토론에 나섰고 "반기후 폭정에 맞서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싸울 것”이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