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000년 동안 쟁기의 도입부터 유전자 변형 옥수수 개발에 이르기까지 농업을 변화시킨 수많은 혁신이 있었지만, 한 가지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식물이 성장하려면 햇빛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이것은 약 35억 년 전 지구 초기의 박테리아가 광합성을 사용하기 시작한 이후로 변함없이 지속된 과정이며, 오늘날 식물도 똑같이 거치는 생리 작용이다. 이 과정은 태양광 에너지를 이용해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원자를 식물 세포로 이동시키고, 이를 통해 생체량을 형성하여 양상추 잎처럼 아삭한 식물 조직을 만들어낸다.
출처: Unsplash+, Hans Isaacson
2017년, 당시 델라웨어 대학교에서 연구하던 화학자 펭 자오(Feng Jiao)는 식물이 반드시 광합성에 의존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만약 이산화탄소를 식물이 뿌리를 통해 흡수할 수 있는 화합물로 변환할 수 있다면 어떨까? 그렇게 하면 식물은 광합성을 거치지 않고도 스스로 성장에 필요한 당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몇 년 후, 그는 조류(algae) 같은 자연적으로 광합성을 하는 생물들이 햇빛 대신 아세테이트(acetate)를 섭취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아세테이트는 전기분해라는 과정을 통해 이산화탄소로부터 생성할 수 있는 화합물이다.
“전통적인 농업에서 광합성의 에너지 효율은 겨우 1% 수준”이라고 현재 세인트루이스에 위치한 워싱턴 대학교(Washington University in St. Louis)에서 연구하고 있는 자오는 말했다. 또한 “우리는 훨씬 높은 효율로 작동하는 전기화학 시스템을 활용하려고 한다. 그렇게 하면 광합성이 가진 자연적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자오와 캘리포니아대학교 리버사이드 캠퍼스에서 인공광합성을 연구하는 로버트 진커슨(Robert Jinkerson)은 지난해 11월 학술지 ‘Joule’에 발표한 논문에서 자신들의 ‘전자 농업’ 시스템이 전기를 화학 에너지로 변환하는 효율이 광합성보다 네 배 높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까지 그들은 조류, 효모, 버섯을 완전한 어둠 속에서 성공적으로 키웠으며, 보다 복잡한 식물인 토마토와 양상추에도 적용하는 실험을 진행 중이다. 다만, 아직까지는 완전히 빛 없이 성장시키는 단계에는 도달하지 못했다.
그들은 ‘Joule’ 논문에서 전자 농업을 이용한 실내 수직 농업이 증가하는 인구의 식량 수요를 충족시키면서도 농업의 환경적 영향을 줄이는 데 기여할 수 있음을 입증하는 것이 목표라고 주장했다. 농업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3분의 1을 차지하며,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자오와 진커슨은 연구에서 미국의 전체 식량 생산을 전자 농업 방식으로 전환할 경우, 토지 사용을 88%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자오는 미국 전체 식량 시스템을 전면적으로 개혁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을 인정했다. 이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필요한 막대한 기반 시설과 에너지 소비 문제 외에도, 야채와 잎채소는 아세테이트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유전자 변형이 필요할 가능성이 크다.
자오는 유전자 변형 작물에 대한 반대 여론이 강한 상황에서, 대중이 이를 쉽게 받아들이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햇빛 없이 자란 식물이라는 개념 자체가 소비자들에게 거부감을 줄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자오는 이러한 우려가 과장된 것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실험실에서 아세테이트를 이용해 재배한 버섯을 직접 수확해 맛을 보았고, 슈퍼마켓에서 판매되는 버섯과 맛이 거의 차이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처음에는 식초 맛이 날 거라고 생각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라고 자오는 말했다.
진커슨과 자오가 전자농업을 이용해 식량 작물을 재배하는 기술을 완벽하게 개발하더라도, 이를 실험실에서 실제 농업 환경으로 전환하는 것은 또 다른 과제다. 현재 전자 농업의 상업화를 추진하는 유일한 기업은 ‘스퀘어 루츠’(Square Roots)이다. 이 회사는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의 동생 킴벌 머스크(Kimbal Musk)가 공동 창립한 수직농업 스타트업으로, 빌 앤 멀린다 게이츠 재단(Bill & Melinda Gates Foundation)의 지원을 받아 미시간주 그랜드래피즈에 위치한 농장에서 전자 농업 기술을 시험하고 있다. 스퀘어 루츠의 혁신 및 파트너십 책임자인 존 폴 부키스(John Paul Boukis)는 전자농업 기술이 대규모 작물 재배에 실제로 적용될 수 있을지를 연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연구팀은 생명 주기가 짧아 실험에 적합한 모델 식물인 애기장대(Arabidopsis)와 잎채소와 유사한 성장 과정을 가진 담배(Tobacco)를 재배하는 데 성공했다. 부키스는 아세테이트와 제한된 빛을 사용해 기른 담배 식물이 야외에서 재배된 것과 비슷한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 스퀘어 루츠가 재배하는 식물들은 소비자들에게 판매되지 않을 예정이며, 실제 상업화까지는 수년이 걸릴 수도 있다.
부키스는 전자농업이 수직농업 산업이 직면한 경제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수직농업은 기후 위기를 해결하고 농업을 혁신할 것이라는 기대 속에서 초기에는 제프 베이조스(Jeff Bezos)와 구글 전 회장 에릭 슈미트(Eric Schmidt) 등으로부터 대규모 투자를 받았지만, 최근 몇 년 동안 많은 기업들이 실패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실내 농업을 운영하는 데 필요한 엄청난 전력 소비량 때문이다. 스퀘어 루츠도 예외는 아니었다. 2023년 대부분의 직원을 해고하고, 운영하던 농장을 단 한 곳만 남기는 등 사업을 축소했다.
하지만 이론적으로는 식물이 어둠 속에서도 자랄 수 있다면, 수직농장은 LED 조명을 24시간 가동할 필요가 없으며, 대신 태양광 패널을 이용해 아세테이트를 생산하는 데 필요한 전력만 사용하면 된다. 부키스는 “전자 농업은 아직 초기 단계에 있지만, 실내 농업의 조명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비용 절감과 탄소 감축을 동시에 실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이 기술이 특히 기후 변화로 인해 농업이 어려운 저소득·중소득 국가에서 실내 농업을 보다 현실적인 선택지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일부 과학자들은 전자 농업이 태양광을 이용하는 자연적 광합성을 완전히 대체할 필요는 없다고 주장한다. 영국 에식스 대학교의 식물과학자 아만다 카바나(Amanda Cavanagh)는 “태양광 패널 역시 제조 과정에서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며, 광합성을 보다 효율적으로 만드는 방법도 연구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유전자 변형 기술을 이용해 식물이 광합성 과정에서 불필요하게 에너지를 낭비하는 것을 줄이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광합성이 100% 효율적이지는 않지만, 여전히 우리가 가장 현실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카바나는 말했다.
그렇다고 해서 그가 전자 농업의 가능성을 전면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음식 생산 방법이 단 하나뿐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그는 말했다. 그는 캐나다 북극 지역이나 사우디아라비아 같은 사막 국가처럼 농사가 어려운 환경에서는 전자 농업이 지역 식량 생산을 지원하는 데 유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 정부 또한 우주에서 식량을 재배하는 방법으로 전자농업을 연구하고 있다. 카바나는 “수직농업과 전자농업은 이러한 특수한 환경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으며, 전통적으로 높은 비용과 탄소 배출을 감수하며 수입 식량에 의존하던 지역에 안정적인 식량 공급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대규모 농업에는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카바나는 아세테이트를 이용한 식물 재배가 미국의 대규모 농업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농지는 대부분 가축 방목지이거나 대두, 밀, 옥수수 같은 대량 생산 작물을 재배하는 데 사용되며, 이들은 아직 실내에서 대규모로 재배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과일과 채소는 미국 농지의 단 2%만 차지하며, 잎채소와 특정 채소류는 실내에서 재배하기에 적합하지만, 스퀘어 루츠조차 아직 이를 완전히 빛 없이 성장시키는 방법을 찾아내지 못했다.
“현재 식물은 아세테이트만으로 성장할 수 없으며, 어둠 속에서 완전히 수확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은 엄청난 도전 과제”라고 기술 혁신 연구기관인 브레이크스루 인스티튜트(Breakthrough Institute)의 식량 및 농업 분석가 엠마 코박(Emma Kovak)은 말했다. 그는 우주 탐사처럼 극한 환경에서의 식량 생산을 연구하는 것은 가치가 있지만, 전자농업이 지구에서 중요한 농업 기술로 자리 잡을 가능성은 낮다고 보았다.
“광합성의 비효율성에 대해 많은 논의가 있지만, 야외에서 작물을 기를 때 태양광은 무료이면서도 풍부한 에너지원”이라며 “이것을 능가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코박은 덧붙였다.
[출처] Farming in the Dark
[번역] 이꽃맘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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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애나 크루즈먼(Diana Kruzman)은 미국 및 전 세계에서 농업, 기후 변화, 환경 문제를 다루는 프리랜서 저널리스트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