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수괴 윤석열 옹호하고, 반도체 노동자 과로사로 밀어넣는 김문수"

고용노동부, 당장 오늘부터 '반도체 연구개발 특별연장근로 인가제도 업무처리 지침' 시행

정부가 당장 오늘(14일)부터 '반도체 연구개발 특별연장근로 인가제도 업무처리 지침'을 시행한다. 주64시간까지 일할 수 있도록 하는 특별연장근로제도 인가 기간을 기존 3개월에서 6개월까지 늘리고, 한 번 더 6개월의 기간을 추가로 연장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주52시간 적용 제외' 조항을 담은 반도체특별법이 시민사회의 저항에 부딪혀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자, 고용노동부가 나서 행정지침으로 반도체 연구개발 노동자들의 노동시간 확대를 밀어붙인 것이다. 노동계는 거세게 분노하며 행정지침 철회와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과로노동 이제 그만!". 참세상 

인가 기간 기존 3개월에서 6개월 단위로 연장, 재심사 기준도 완화 

고용노동부는 지난 12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주재한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에서 '반도체 연구개발 특별연장근로 인가제도 보완방안'을 발표하고, 불과 이틀만인 오늘 14일부터 해당 내용을 행정지침으로 시행한다. 

현재 반도체 연구개발노동자들은 3개월 단위로 인가를 받아 한 주에 최대 64시간까지 연장근로를 할 수 있고, 그 기간을 세 번 더 연장할 수 있었다. 이번 지침은 인가 기간 단위를 6개월로 늘리고, 한 번 더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단 6개월로 인가를 받는 경우, 첫 3개월은 주 64시간까지 연장근로를 할 수 있고, 후반 3개월은 주 60시간까지 일할 수 있도록 했다. 이와 함께 인가 기간 연장의 심사 기준에서 '연장 필요성'과 '대상 근로자 적정성'에 관한 요건도 대폭 완화했다. 

노동계는 이번 지침이 "노동자의 건강권을 위협하는 살인적인 노동시간 확대 시도"라고 규탄하며, 이를 "졸속 강행"한 정부에 거세게 분노하고 있다. 

"노동자를 과로사로 밀어 넣을 작정"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을 비롯한 72개 단체가 참여하고 있는 '재벌 특혜 반도체특별법 저지·노동시간 연장 반대 공동행동(이하 공동행동)'은 "노동자는 기계가 아니다. 1년 내내 주64시간씩 장시간 몰아치기 노동을 계속하면 어떻게 되겠는가"라며 "연구개발 노동자들은 심각한 과로 누적으로 인해 창의적인 연구개발을 할 수 없을 뿐 아니라 과로사 위험, 심근경색, 뇌졸중 등 뇌심혈관계질환의 위험, 우울증 및 자살 위험, 사고 위험 증가, 대사증후군의 악영향 등 치명적인 건강 위험에 놓일 것이 자명하다"고 우려했다. 

전국금속노동조합(이하 금속노조)는 "이미 한국의 연간 노동시간은 1,872시간으로 OECD(1,742시간)나 EU(1,571시간) 회원국들에 비해 장시간 노동을 하고 있는데 정부는 이마저도 부족하다고 역사에도 없던 세계 최장 노동시간을 만들자고 한다"면서 "뇌심혈관계질환에서 과로 연관성을 따질 때 12주 60시간, 4주 64시간을 초과해 일했다면 강한 관련성이 있다고 본다. 정부안에 따르면 13주 64시간 노동을 하고 다음 13주 60시간 노동을 하게 되는데, 이는 질병 관련성을 아득히 넘어서는 수준"이라 지적했다. 

금속노조는 또한 이번 시행 지침이 "헌법 10조 생명 보호 의무를 정면으로 위배했다"면서 "특별연장근로 현행 제도는 재심사 시 연장 필요성, 연장 시간 적정성, 건강보호조치 등을 모두 충족하는 경우에만 승인"하는데 "정부는 이런 재심사 기준을 대폭 완화하며 예외를 허물어, 반도체 연구개발 업무이기만 하면 연장 필요성이 있다고 보고, 필요하다면 연구·연구지원은 물론 생산인력까지 대상자 적정성에 포함했다"고 규탄했다. 시행 지침에 포함된 "건강검진 수준의 보호조치는 이 정도 과로에선 무용지물"로 "모든 노동자를 과로사로 밀어 넣을 작정"이라 규탄했다. 

"현장 노동자 목소리는 없고, 기업 요구만 담겨"

시민사회에서는 이번 시행 지침이 당사자 노동자들의 현실과 요구는 반영하지 않고, 오로지 반도체 업계의 '민원'만을 수용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공동행동은 "(특혜 시행 방안을 논의한) 장관회의 자료에는 ‘현장의 목소리’라면서 노동자의 목소리는 없고 노골적으로 기업의 요구만이 담겼다. 노동자의 생명과 건강은 안중에도 없고 철저하게 기업 편에서 노동시간 제도를 바꾸겠단 의지만 보인다"고 지적했다. 

민주노총도 "정부가 이 지침을 추진한 배경으로 현장 목소리를 반영했다고" 했으나, "기업과 경제단체 등 경영진에 편중되어 있다"며 "현장 목소리의 핵심은 실제 연구를 하는 노동자임에도 이들의 목소리를 배제하고,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이라 규탄했다. 

"입법부 통제 벗어난 행정" 

이번 지침이 정부의 "권한 밖" 일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금속노조는 "지금 정부는 입법부의 통제를 벗어난 행정을 벌이고 있다. 고용노동부 장관은 1년 내내 주 60시간 이상 노동할 수 있도록 하는 권한을 가지고 있지 않고, 기본권 제한은 반드시 법률이나 법률의 위임받은 법규명령으로 해야 하나 정부는 이 절차를 무시하고 있다"면서 "정부가 밝힌 지침은 제도를 극단적으로 개악하는 방향인데 위임받지 않은 공권력이 기본권 제한을 행사하는 꼴"이라고 짚었다. 

"반도체 산업 위기, 노동시간 문제 아닌 재발 총수 경영 실패" 

노동계는 또한 정부가 명분으로 삼는 반도체 산업 '위기' 원인은 노동시간이 아니라 반도체 기업들의 '경영 실패'라고도 비판하고 있다. 

금속노조는 "삼성 반도체 경쟁력이 전보다 못한 것은 국가 지원이 부족해서도 아니고 노동시간이 경직적이어서도 아니다. 삼성의 혁신 역량이 모자랐고, 인력 갈아넣기가 핵심 노동력 이탈을 불렀기 때문"이라면서 "재벌 총수 눈치만 보는 관료주의, 재무 중심의 단기적 대응이 누적된 탓에 정치권이 말하는 ‘위기’가 가속화됐다. 그렇다면 지금 논할 것은 과로사 촉진이 아니라 재벌 총수의 경영 실패 책임이어야 마땅하지 않은가"라고 물었다. 

민주노총은 "정부는 반도체 산업 여건이 하락한 원인으로 노동시간을 지목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구체적 근거는 없고 단순히 경영진들의 자의적 의견만이 반영된 것"이라며 "오히려 정부가 R&D예산을 삭감하는 등 단초를 제공했으며, 기초과학기술 연구 분야의 투자가 부족했던 지난 역사가 현재를 만들어낸 것이다. 또한, 지난해 하이닉스의 실적은 역대 최고의 실적이었는데 정부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국내 소재·부품·장비업체 모두가 최악의 실적과 경영상 위기에 봉착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내란동조, 자본의 하수인 김문수는 사퇴해야" 

윤석열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해당 행정지침을 "졸속 강행"한 고용노동부 김문수 장관에 대한 분노도 거세다.  

민주노총은 "지금 대통령의 내란과 이에 동조하는 세력들로 인해 매우 혼란스러운 상황으로, 그럼에도 현장을 지키며 자신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노동자와 시민들이 버티고 있기에 지금의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면서 "이러한 혼란을 틈타 법도 시행령도 아닌 지침을 통해 노동자들의 생명과 건강을 악화시키는 정부의 행태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공동행동은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이 풀려나고 심각한 민주주의의 위기 속에 놓여 있다. 이런 상황에서 김문수 장관의 입에서는 ‘윤석열 구속 취소 결정을 환영한다. 매우 올바른 결정’이라고 내란을 동조하고 있다"면서 "내란 동조에 그치지 않고 삼성 등 반도체 재벌기업의 요구대로 살인적인 장시간 노동이 가능하도록 일방적 발표를 하고 있는, 내란동조, 자본의 하수인 김문수 노동부 장관은 당장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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