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해방의 날’ 이후 동남아시아에 드리운 관세 충격

"나는 단지 너희미국인을 믿은 실수만을 저질렀다.“

나는 오늘 아침 그 가슴 아픈 인용문을 일부러 찾으려 한 건 아니었다그런데 그게 <디플로맷>(The Diplomat) 잡지의 1면에 있었다.

나는 무엇보다도 동남아시아에 대한 훌륭한 보도 때문에 <디플로맷>을 구독하고 있다. 오늘은 트럼프의 기괴한 관세 발표가 동남아시아에 미친 영향에 대한 분석을 찾고 있었다캄보디아 49%, 라오스 48%, 베트남 46%.

그러나 <디플로맷>은 그 이름에 걸맞게 범위가 넓은 뉴스 소스이기 때문에요즘 같은 시기에도 다른 일들에 관심을 두고 있었고특히 1975년 4월 크메르 루주에게 프놈펜이 함락된 지 50주년이 되는 해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었다.

그리고 바로 거기에시릭 마탁(Sirik Matak) 왕자가 1975년 4월 17일 당시 미국 대사였던 존 건서 딘(John Gunther Dean)에게 보낸 편지의 문장이 있었다이 문장은 매년 이맘때가 되면 캄보디아 사람들이 소셜미디어에 반복해서 올리는 문구다.

미국 대사가 망명을 권유하며 미국으로 가자고 제안한 것을 거절하면서 시릭 마탁은 다음과 같이 썼다.

"당신특히 당신의 위대한 나라에 대해서나는 단 한 순간도 자유를 선택한 민족을 저버릴 마음을 당신들이 가질 것이라 믿지 않았다당신들은 우리에게 보호를 거부했고우리는 그것에 대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당신들은 우리를 떠났고나는 당신과 당신의 나라가 하늘 아래에서 행복을 찾기를 바란다하지만 분명히 알아두라내가 이 자리내가 사랑하는 내 나라에서 죽게 된다면 유감스러운 일이겠지만우리는 모두 태어나고 언젠가는 죽는 법이다나는 단지 너희미국인을 믿은 실수만을 저질렀을 뿐이다.“

당신은 내가 극적인 효과를 위해 이 이야기를 지어냈다고 의심할지도 모르겠지만여기 그 스크린샷이 있다.

또한 아래쪽에 실린 기사 항목을 주목해야 한다: “아시아-태평양 리더십에는 낭비할 시간이 없다(No Time to Waste for Asia-Pacific Leadership).”

베트남캄보디아라오스가 모두 트럼프의 관세 타격 대상 목록의 맨 위에 있는 이유는 이들 국가가 미국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기 때문이 아니라트럼프 행정부가 상호적(reciprocal)” 관세를 산출하는 데 터무니없는 공식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트럼프 홍보팀이 혼란을 주려 한 것과는 달리미국 정부의 공식 설명에 따르면이 공식은 관세율이 아니라 각 교역 상대국이 기록한 무역 흑자에서 시작한다미국은 이 흑자를 양자 간 전체 교역량으로 나누어 불균형의 정도를 산출했다트럼프식 표현으로 말하면이는 그 나라가 미국을 얼마나 등쳐먹었는지(ripping America off)”를 측정한 값이다대통령은 메시지를 전달하는 동시에 자신의 관대함도 보여주기를 원했기 때문에미국은 이렇게 산출된 관세에 50퍼센트의 할인율을 적용했고이를 통해 이른바 상호적 관세율(reciprocal tariff rates)”이라 부르는 수치를 도출했다이 할인된 관세율이 10퍼센트라는 최소 관세율보다 낮을 경우에는 최소 관세율이 적용된다.

베트남캄보디아라오스의 관세율이 그렇게 높은 이유는 이들 국가가 미국과 큰 무역 불균형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이것은 이들이 미국산 수출품에 대해 악의적으로 차별하기 때문이 아니라이들이 상대적으로 가난하기 때문이다미국은 이들 국가가 수입하기에 적절한 상품을 많이 생산하지 않는다그리고 이들 국가는 수출 주도형 성장모델을 가지고 있으며미국 같은 부유한 시장을 주요 타깃으로 삼고 있다특히 베트남은 소비자 전자제품과 의류 생산을 중심으로 한 전형적인 공급망 허브로 부상했다.

베트남라오스캄보디아는 서로 인접한 국가이며 모두 트럼프의 관세 리스트 상단에 이름을 올렸지만우리는 먼저 규모의 차이를 인식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구매력 기준 환율(PPP)을 사용하면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지만이 기준에 따르면 베트남 경제는 캄보디아나 라오스의 경제보다 10배 이상 크다.

베트남의 인구는 1억 200만 명이다캄보디아는 1,780만 명이고 라오스는 겨우 770만 명이다베트남은 이번 관세 충격의 주요 피해국이다.

2024베트남은 미국과의 무역에서 1,235억 달러의 흑자를 기록하며중국(2,954억 달러), 유럽연합(2,356억 달러), 멕시코(1,718억 달러)에 이어 네 번째를 차지했다베트남은 제조업 기반 무역에서 주요한 행위자다.

많은 이들이 베트남의 수출품이 진짜로” 베트남산이 아니라는 사실을 문제 삼는다베트남은 중국의 제조와 무역을 위한 통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주장된다그리고 베트남의 대중국 수입과 대미국 수출 사이에 뚜렷한 상관관계가 존재한다는 점은 사실이다.

그러나 롤랑 라자(Roland Rajah)와 아흐메드 알바이락(Ahmed Albayrak)이 <인터프리터>(The Interpreter)에 쓴 글에서 지적하듯이이것을 단지 관세 규정을 교묘히 피하는” 행위로만 보는 것은 단순한 해석이다베트남의 대중국 수입 내역을 세분화해 보면보다 정확한 설명은 베트남이 중국이 과도하게 큰 역할을 하는 세계화된 공급망 속에서 핵심 연결고리로 부상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베트남의 대중국 수입 중 약 30%는 베트남 자체에서 흡수된다결국 베트남은 소득이 증가하고 있는 급속히 성장하는 경제이기 때문이다또한 중국으로부터의 수입 중 17%는 중국의 수출을 위한 투입재를 공급하는 다른 나라들에서 창출된 가치를 반영한다그 결과중국 수입품 가운데 절반을 약간 넘는 비율이 베트남이 나중에 다시 수출하는 중국산 가치에 해당한다아시아개발은행(ADB)의 자료는 이 가운데 얼마나 많은 비중이 베트남의 대미 수출에 투입되고얼마나 다른 지역으로 나가는지를 직접적으로 보여주지는 않는다그러나 우리는 이를 바탕으로 정보에 근거한 추정을 할 수 있다핵심적으로최근 몇 년간 급증한 것은 베트남의 대미 수출만이 아니다세계 다른 지역으로의 수출은 그보다 더 크게 급증했고, 2018년 이후 미국으로의 수출이 720억 달러 증가한 데 비해다른 지역으로의 수출은 890억 달러 증가했다이는 베트남의 대중국 수입품 중 상당 부분이 미국 외 지역으로의 베트남 수출에 사용되었음을 의미한다만약 우리가 이러한 수출에 들어간 중국산 비중이 2018년 이전의 비율과 비슷하게 유지되었다고 가정한다면그 외에 남는 부분은 대미 수출을 위한 중국산 가치의 증가를 반영한다이러한 분석 방식은 세계 다른 지역으로의 수출이 실제로 베트남의 대중국 수입 증가분을 상당 부분 흡수했음을 보여준다하지만 동시에미국으로 간접 수출된 중국산 가치가 크게 증가했음을 입증하기도 한다이제 이는 베트남의 대중국 수입 중 약 25%를 차지하며이는 2018년의 8%에 비해 큰 증가다그럼에도 여전히 베트남의 대중국 수입 중 약 4분의 3은 미국으로의 은폐된 중국산 수출 외의 다른 요인들로 설명된다.

만약 우리가 중국으로부터의 수입뿐만 아니라베트남의 수출 자체에 주목한다면이야기는 한층 더 흥미로워진다.

다시 말해간접적인 중국산 가치의 비중은 상당히 증가하여, 2022년 기준으로 베트남의 대미 수출 중 28%를 차지했으며이는 2018년의 9%에서 크게 늘어난 수치다하지만 그것은 여전히 베트남의 대미 수출의 대다수즉 70% 이상이 중국이 아닌 다른 원천에서 비롯된 가치임을 의미한다이는 베트남 자체에서 생산된 가치뿐만 아니라공급망 상의 다른 나라들에서 창출된 가치를 포함한다또한 주목할 점은외국인 투자 주도의 수출 부문이 국내에 기여하는 바가 제한적이라는 베트남 내 흔한 우려와는 달리베트남은 미국으로의 수출에서 자국 내에서 생산된 가치가 2018년 이후 90% 이상 증가하며 실질적인 이득을 보고 있다는 사실이다.

미국 기업들은 베트남이 제조업 허브로 부상하는 데 있어 주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가장 극적인 사례는 나이키(Nike)지난 20년 동안 나이키는 한때 전체 생산의 40퍼센트를 차지했던 중국에서의 신발 생산을 줄이고현재는 전체 생산의 50퍼센트를 차지하는 베트남으로 생산을 이전했다.

보도에 따르면나이키는 베트남에 무려 155개의 공장을 두고 있으며이들 대부분은 호치민시 인근 남부 지역에 밀집해 있다.

일반적으로 나이키가 베트남에서 50만 명이 넘는 사람을 고용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이 숫자는 경이로울 정도로 커서처음에는 나도 믿기 어려웠다그러나 이 수치는 사실인 것으로 보인다관련된 전체 목록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나이키의 공급업체 가운데 14곳은 1만 명이 넘는 노동자를 고용하고 있다노동자의 대다수는 여성이다.

비교를 위해 말하자면, 2024년 기준으로 제너럴 모터스(GM)는 미국에서 약 92,000명을 고용했고포드(Ford)는 약 86,000스텔란티스(Stellantis)는 북미에서 약 95,000명을 고용했다.

베트남에서의 나이키 노동자 수만으로도 미국의 제조업 노동자 수 기준 상위 10개 주에 근접하며대략 노스캐롤라이나나 위스콘신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제 그 제조 복합체 전체가 46퍼센트의 관세 타격을 받는다고 상상해보라그리고 그러한 충격이 수많은 기업 전반에 걸쳐 반복된다고 상상해보라.

로이터(Reuters)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은 베트남의 최대 수출 시장이며, 2021년 미국으로의 수출액은 1,420억 달러로이는 베트남 국내총생산(GDP)의 거의 30%에 달했다지난해 베트남의 대미 무역 흑자는 1,230억 달러를 넘었다백악관 발표 이후목요일 오후 기준 베트남의 기준 주가지수는 최대 6.7% 하락하여 1,229를 기록했다.

그리고 반대편에서는, 미국의 2023년 신발 수입 중 거의 3분의 1이 베트남에서 왔다이는 산업 협회인 미국 신발 유통·소매 협회의 최신 연간 데이터에 따른 것이다. 2023년 미국의 가구 수입 중 26.5%가 베트남에서 들어왔으며이는 중국(29%)에 근접한 수치였다이 수치는 가정용품 소매업계를 대변하는 산업 단체인 홈퍼니싱 협회에서 제공한 것이다.”

당연하게도나이키와 다른 미국 소비재 기업들의 주가는 이 뉴스로 폭락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주요 신흥 경제국들과의 전략적 관계에 실제로 관심이 있다는 어떤 징후도 존재하지 않는다그것이 베트남처럼 크고 전략적인 국가일지라도 마찬가지다대통령은 무역 적자를 증오하며그의 아첨꾼 팀은 어떤 식으로든 요건을 충족시키는 공식 하나를 만들어냈다그 공식이 아무리 멍청하더라도 말이다그 결과베트남라오스캄보디아는 마다가스카르와 미얀마와 함께 목록 상단에 이름을 올리게 되었다이는 진지한 무역 정책도거대한 전략도 아니다그러나 그 효과는 현실이 될 것이다그 효과는 미국 소비자투자자들에게 느껴질 것이며그보다 더 직접적으로는 전 세계 수백만의 노동자들에게 영향을 미칠 것이다그리고 그 충격은 장기적인 여파를 남길 것이다.

에반 파이겐바움(Evan Feigenbaum)은 트위터에서 그 여파를 다음과 같이 요약했다.

미국은 사실상 동남아시아에서 전략적으로 끝났다이 지역은 실용주의자들로 가득하며이들은 외부 세력들의 온갖 터무니없는 행동들을 능숙하게 헤쳐 나갈 수 있고 실제로 그렇게 해왔다하지만 그것은 해당 행위자들이 원칙적이거나 전략적일 때만 가능하다그런데 지금의 워싱턴은 그 어느 것도 아니다… 중기적으로 볼 때아시아에서의 미국 영향력은 안녕이다.

이미 그 영향력은 미국이 적응할 시간보다 더 빠르게 재편되고 있었다이번 난장판을 지나고 나면예전과 같을 수 없을 것이다수요 주도 및 개방 시장기준 설정자안보 제공자라는 세 가지 핵심 기둥이 모두 침식되고 있다.”

[출처Chartbook 368 “I have only committed the mistake of believing in you, the Americans.” The day after Trump's "Liberation Day" in SE Asia.

[번역이꽃맘

덧붙이는 말

애덤 투즈(Adam Tooze)는 컬럼비아대학 교수이며 경제, 지정학 및 역사에 관한 차트북을 발행하고 있다. ⟪붕괴(Crashed)⟫, ⟪대격변(The Deluge)⟫, ⟪셧다운(Shutdown)⟫의 저자이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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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시아 관세 트럼프 상호관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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