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새로운 자본주의 III: 자본

왜 자본은 이렇게 집중돼 있고왜 소유자가 이렇게 적을까?

출처: ANTIPOLYGON YOUTUBE, Unsplash

이번 글은 ‘새로운 자본주의에 관한 짧은 에세이 3부작의 세 번째(그리고 현재로서는 마지막글이다이번 글에서는 생산자산과 금융자산의 소유에서 나오는 소득즉 간단히 자본소득이라 부를 소득을 다룬다. 새로운 자본주의에서 자본소득에 대해 알아야 할 중요한 사실은 세 가지다.

1. 자본소득은 노동소득과 다르다

처음에는 당연해 보인다그리고 그래야 한다노동소득을 벌려면 노력과 수고가 필요하다직장에 출근하거나 온라인 근무를 해야 하고집중·사고·육체적 노동이 필요하다(아마존 배달 기사 일을 하루만 해보라탄광 노동자는 말할 것도 없다). 반면 자본소득은 이런 것이 전혀 필요 없다그저 현금 가득 든 여행가방을 은행에 가져가거나은행가에게 저축계좌의 돈을 투자펀드로 옮겨 달라고 부탁하면 된다그게 전부다.

이 근본적인 차이는 신고전파 경제학자들이 의도적으로 간과하는 함의를 가진다노동에서 나온 100달러는 순임금이 아니라 총임금이다왜냐하면 노동에는 불효용이 따르기 때문이다. (노동공급 곡선을 포함해 전 세계가 효용 개념에 기반한다고 주장하는 신고전파 경제학자들에게 이런 사실을 상기시켜야 하는 것은 기이하다그런데도 이 대목에서는 갑자기 효용 얘기를 잊어버린다.) 따라서 이 100달러를 벌기 위해 필요한 정신적·육체적 노력에 대한 보상을 빼고 남은 금액만 국민계정에서 순부가가치로 취급해야 한다이는 자본 감가상각분이 순부가가치에 포함되지 않는 것과 같다하지만 노동경제학자들은 이를 잊은 듯하다.

이 문제는 부가가치나아가 GDP를 어떻게 계산해야 하는지뿐 아니라 과세소득을 어떻게 정의해야 하는지에도 영향을 미친다예를 들어 아주 낮은 임금을 받는 사람이 있다고 하자그의 임금 전액이 과세 대상이지만실제로는 임금의 일부만이 순소득(노동력 감가상각분을 제외한 부분)이며그 부분만 과세해야 한다저임금 노동자의 순임금은 매우 작다아마 50%, 심하면 80%가 하루 일을 시작하기 전 상태—아마존 배달 기사나 탄광 노동자가 만족감, ‘배부름’, 휴식을 되찾는 상태—로 되돌리기 위해 필요한 비용일 것이다훨씬 더 높은 임금을 받는 노동자의 경우 감가상각’ 부분은 상대적으로 훨씬 작기 때문에실제 순임금 격차는 총임금에서 보이는 것보다 훨씬 크다게다가 조세 제도는 저임금 노동에 훨씬 불리하게 기울어져 있다반면 자본소득에는 이런 문제가 전혀 없다자본소득은 감가상각을 뺀 순이익즉 이자와 배당금이 지급되는 이익 형태로 계산되기 때문이다.

2. 자본소득은 노동소득보다 훨씬 더 집중돼 있다

아래 그림은 선진 자본주의 경제에서 자본과 노동의 집중도를(지니계수비교할 때 흔히 나오는 결과다임금이 가장 낮은 사람(0원 포함)부터 가장 높은 사람까지 순서를 매기면보통 지니계수는 0.55~0.6 정도다(빨간선). 예를 들어 미국과 독일은 임금 분포 불평등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 (여기서는 미국과 독일만 보여주지만다른 부유한 나라들도 거의 같은 그래프가 나온다그러나 자본소득에 대해 같은 순서로 계산하면—가장 적은 사람부터 가장 많은 사람까지—지니계수는 두 배로 뛴다(파란선). 왜일까?

그래프 설명그래프는 노동소득과 자본소득의 지니계수를 보여준다여기서 자본소득은 받은 이자배당금지대의 합과 같다.

첫째그리고 가장 중요한 이유는 대다수 사람(그리고 가구)이 자본소득을 전혀 받지 않는다는 점이다그렇다사실이다아래에서 보겠지만부유한 서방 경제에서 가구의 절반 이상이 금융자산에서 나오는 소득을 전혀 받지 않는다둘째자본소득 분포의 상위에 있는 사람들은 매우매우 높은 자본소득을 받는데이것이 지니계수를 끌어올린다.

미국 인구조사국의 현 인구조사(Current Population Survey) 자료(LIS에서 표준화한 것)를 기준으로 한 2022년 최신 자료를 보자자본소득을 가장 낮은 사람(왼쪽)에서 가장 높은 사람(오른쪽순으로 표시하면 아래와 같은 그림이 나온다정말 대형 하키 스틱’ 모양이다!

그래프 설명그래프는 가구 1인당 자본소득을 기준으로 사람들을 순위 매겼을 때각 백분위별 평균 자본소득을 보여준다이를 보면 거의 80%의 가구가 금융자산에서 나오는 소득이 전혀 없거나 거의 0에 가깝다자료는 미국 인구조사국의 현 인구조사(Current Population Survey)를 바탕으로 룩셈부르크 소득연구(LIS)에서 계산했다.

미국 가구의 28%는 자본소득이 전혀 없다. 59%의 가구는 사실상 0, 혹은 준() 0에 해당하는(극히 미미한자본소득만 가진다. (여기서 극히 미미한’ 금융자산 소득은 1인당 연간 100달러 미만즉 월 8.33달러 미만으로 정의한다흥미롭게도미국에서 금융·생산자산에서 나오는 1인당 연간 자본소득의 중앙값은 21.89달러다이는 맨해튼에서 샤르도네 한 잔을 사거나아이오와에서 맥주 석 잔을 살 수 있는 금액이다따라서 사실상자본소득 측면에서 미국 가구의 60%는 ‘0’인 셈이다.

그 이후부터 자본소득은 양수가 되고분포의 상위로 갈수록 지수적으로 증가해(그래프에서 볼 수 있듯최상위 백분위에서는 1인당 약 12만 2천 달러에 이른다게다가 이 수치는 과소평가된 것이다초고액 자본가들은 조사에 거의 포함되지 않는데(그 수가 워낙 적고 표본 크기가 제한적이어서 객관적으로 잡기 어렵다), 사람들은 자신의 자산과 자본소득을 과소신고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그럼에도 미국 자본소득 최상위 백분위 가구 네 식구가 금융자산에서만 연간 약 50만 달러를 받는다는 뜻이다.

3. 전 세계에서 자본 소유로부터 소득을 받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우리는 이미 미국 가구의 60%가 자산소득이 전혀 없거나 거의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다른 선진국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독일은 64%, 덴마크 69%, 영국 79%, 이탈리아 83%, 그리스는 87%현대 경제 중에서 가장 대중 자본주의에 가까운 나라는 노르웨이한국프랑스그리고… 중국이다.

노르웨이와 영국 같은 일부 국가는 (아래 그래프에 포함된사적 연금이 차이를 만든다예를 들어영국의 경우 사적 연금을 포함하면 ‘0’ 가구 비율이 84%에서 79%로 줄어든다칠레는 흥미롭고 다소 극단적인 사례다자산소득이 명확히 0인 가구는 20%에 불과하다하지만 칠레의 적립식 연금제도에서 연간 1인당 100달러 미만의 극히 미미한 금액을 받는 가구가 79%에 달한다따라서 실제로는 칠레 전체 자본소득의 거의 전부를 1%의 가구가 차지한다다른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사적 연금 소득이 큰 차이를 만들지 못한다(부분적으로는 이미 ‘0’이 아닌 사람들이 받기 때문이고사적 적립연금 자체가 너무 작거나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프 설명그래프는 자본소득이 연간 또는 거의 0인 가구의 비율을 보여준다자료는 룩셈부르크 소득연구(LIS)에서 계산했으며대부분은 2020~2021년 자료다.

덜 부유한 나라로 가면 ‘0’과 ()0’의 비율이 압도적으로그리고 그렇다충격적으로 높아진다브라질페루남아프리카공화국인도멕시코칠레…에서 인구의 95% 이상이 자본소득을 전혀 받지 않는다물론 이는 해당 국가 인구의 5% 이하가 금융자산에서 나오는 소득 전부를 가져간다는 뜻이다.

내가 정리한 LIS 자료는 전 세계 약 46억 명을 포함한다자료는 전부 부유국과 상위 중소득국에서 나온 것이다전체적으로(인구 가중치 적용자본소득이 0인 인구 비율은 77%내가 아직 자료를 모으지 않은 나머지 36억 명은 모두 라틴아메리카동남아시아특히 아프리카의 훨씬 가난한 나라에 살고 있다거의 확실히(나는 거의라는 말을 붙일 필요도 없다고 본다이들 나라에서 금융 부문 소득을 받는 사람은 5%를 넘지 않을 것이다이들 나라에서의 95% ‘0’과 부유·중소득국에서의 77% ‘0’을 합치면전 세계 인구의 85%가 자본소득 빈곤층이라는 추정치가 나온다.

세계의 금융 및 생산자산은 전 세계 인구(가구)의 15%가 소유한다.

4.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신자본주의는 부유한 나라에서도 마거릿 대처(그보다 앞서 프리드리히 하이에크)가 말한 자산 소유 사회를 만들어내는 데 실패했다. (대처는 여기에 민주주의라는 말도 덧붙였다강제 저축을 통해 연금 자산으로 전환되는 소득까지 포함하더라도부유국에서 인구의 절반에서 거의 90%는 자본 빈곤층이다저개발국에서는 이 비율이 90%를 넘거나 95%를 넘는다.

세계에서 가장 큰 두 나라는 흥미롭다명목상 자본주의 국가인 인도는 인구의 97%가 자본소득이 전혀 없고명목상 공산주의 국가인 중국은 지난 40년간 놀라울 만큼 자본화되어 인구의 절반가량이 자본소득을 받는다이는 미국이나 영국보다도 상대적으로 높은 비율이다.

결론적으로자본 소유 측면에서 신자본주의는 고전 자본주의가 세운 장벽을 눈에 띌 만큼 허물지 못했다자본소득을 받는 것은 여전히 소수의 특권이며자본소득이 0이 아닌 사람들 사이에서도 그 특권은 매우 불균등하게 분배돼 있다.

신자본주의는 대중 자본주의가 아니라 호모플루틱 자본주의일어난 일은 자본소득이 밑으로 흘러간 것이 아니라노동소득이 위로 스며올라’ 기존 또는 새로 형성된 거대 부와 결합해 최상위층에서 노동과 자본 양쪽에서 부를 얻는 새로운 계급을 만든 것이다호모플루티아즉 새로운 귀족이 탄생한 것이다친구여!

[출처] New capitalism III: Capital - by Branko Milanovic

[번역] 하주영 

덧붙이는 말

브랑코 밀라노비치(Branko Milanovic)는 경제학자로 불평등과 경제정의 문제를 연구한다. 룩셈부르크 소득연구센터(LIS)의 선임 학자이며 뉴욕시립대학교(CUNY) 대학원의 객원석좌교수다. 세계은행(World Bank) 연구소 수석 경제학자로 활동한 바 있으며, 메릴랜드대학과 존스홉킨스대학 초빙교수를 역임했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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