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운동에서 부르주아와 프로레타리아는 따로 없다?
안 빈 (한국인권뉴스 편집위원) 여성운동(특히 급진적 여성운동)은 다수 여성들의 관심사를 반영하는가. 이에 대한 엘리자베트 바댕테르(파리 이공과대학 ‘에콜 폴리테크니크’ 철학교수)의 견해는 매우 부정적이다. 자신이 행동주의적 페미니스트이기도 한 바댕테르는 여성운동이 여성의 ‘희생자 자처하기’로 말미암아 여성운동 본래의 취지를 크게 벗어났다고 단언한다. 바댕테르는 특히 미국 여성 해방운동은 여성을 남성과 대립적으로 보는 본질주의적, 분리주의적, 국가주의적 성격이라고 파악하며, 여성은 남성 폭력에 의한 피해자라는 규정아래 투쟁하는 이같은 잘못된 방식에는 사회학자들과 인류학자들의 ‘남성 지배’론이 일조했다고 비판했다. 바댕테르가 보기에 여성운동의 전술인 ‘희생자 자처하기’는 남성과 여성 사이에 발생하는 모든 차이점(차별이 아닌)을 일거에 소멸시키는 ‘요술지팡이’와 같다. 이런 방법이 때로는 이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파리 7구에 사는 부르주아 집안 여성과 파리 외곽에 사는 젊은 아랍 여자가 똑같은 투쟁거리를 가지고 있다고까지도 말할 수 있게” 터무니없이 비약된다. 다음은 엘리자베트 바댕테르의 책 ‘잘못된 길’ 서문 중에서 발췌한 것이다. 미국식 여성주의의 영향을 절대적으로 받고 있는 한국 사회에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전하는 역작 ‘잘못된 길’ 일독을 권한다. 이 책을 두고 정희진(여성학, 서강대)은 한국에서는 급진적 여성운동조차 없었다고 강력하게 항변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