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무현 정부는 양극화 해소와 한미 FTA협정체결, 저출산 고령화 대응, 부동산 대책 수립을 국정수행 4대과제로 선정하였다. 양극화 해소를 위해서 일자리 창출과 사회안전망 강화를 내세우고 있다. 소위 사회적 일자리를 중심으로 2008년까지 3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하고 있으며, 3월 24일부터 생계위험에 처했을 때 1개월간 생계비와 교육, 의료, 주거서비스 등에 대해 긴급지원제도를 실시하고 2008년까지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를 하는 등의 대책 등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화려한 수사와 언론지상을 오르내리는 수많은 말 잔치에도 불구하고 실상은 매우 빈곤하다. 비록 기초생활수급권자의 대상자수가 늘어났으나, 여전히 최저생계비 이하의 소득에 처해 있는 비수급 빈곤층은 줄어들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장애, 주거 급여 등이 약간 인상되었으나, 실상은 생색내기에도 모자라는 미미한 정도이다. 더군다나 중점 대책으로 내놓고 있는 사회적 일자리 실태는 빈곤을 벗어나기 위한 대책으로 보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대부분이 월 100만원 이하의 임금을 받고 있으며, 심지어 월 20만원 수준의 임금이 주어지는 일자리도 많은 형편이다. 이런 상황에서 일자리 창출을 위한 서비스산업 육성이라는 명목으로 시장개방을 서두르고 있다. 한미FTA 협정체결 움직임이 그것이다. ‘한미FTA로 양극화해소 해결’이라는 이율배반적이고, 모순적인 전략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시기를 맞아 2006년 반빈곤운동은 다음과 같은 기조와 요구를 가지고 전개되어야 한다.
첫째, 한미 FTA 저지를 위해 빈곤에 저항하는 운동진영이 나서야 한다. 금융세계화, 개방화, 노동유연화, 사회서비스의 민영화는 빈곤층을 양산하는 원인일 뿐만 아니라 이의 악순환을 낳는 핵심전략이다. 올해 노무현 정부는 한미 FTA협정 체결과 노사관계 로드맵의 완성을 통해 이 전략을 실현하려 하고 있다. 한미FTA의 체결은 이로 인하여 농업이 희생되고 파괴되는 것 뿐만 아니라, 교육, 의료, 에너지, 교통, 통신, 문화 등 사회 전 영역에 걸쳐 이윤 중심의 논리가 완전히 지배하게 된다. 그 결과 멕시코의 경우처럼, 저임금비정규직이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빈부간 격차는 더욱 커져서 빈곤층이 더욱 광범위하게 형성될 것이다. 특히 여성에게 이 고통은 더욱 가중되며, 기본적으로 누려야 할 기본적 사회적 권리와 인권은 지속적으로 침해될 가능성이 크다.
둘째, 사회공공성 확대와 생활소득·임금 쟁취를 내걸고 제반 정부정책에 대한 반빈곤운동진영의 대응을 강화하고, 빈곤대책의 실질적 효력을 확보해 나가야 한다. 최근 확대되고 있는 보육, 간병, 청소, 환경정비, 장애인 활동 보조 등 사회적 일자리의 대부분은 교육, 주거, 의료 등과 마찬가지로 누구나가 누려야 할 삶의 권리를 위해 필요한 사회서비스이다. 따라서 이러한 서비스를 담당하는 일자리는 당연히 사회적, 공적으로 마련되어야 하며, 이에 종사하는 노동자의 노동조건과 권리 또한 적정하게 확보되어야 한다. 그런데 정부는 수익성을 확보하고 민간참여를 활성화한다는 명분하에 대부분 민간과 시장영역으로 이를 떠넘기려 하고 있다. 동시에 이에 종사하는 노동자의 임금은 최저임금 수준에 묶어두려 하고 있으며, 게다가 길어야 1년 정도의 단기적 계약직 일자리로 고정시킬 가능성까지 보여주고 있다. 정부의 사회적 일자리 사업에 민간이 참여하는 것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당연히 수행해야 할 책임과 의무를 대행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운영에 있어서 참여하는 당사자와 주민, 그리고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수요자의 요구에 부합할 수 있도록 민주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것이며, 수익을 창출하려고 하는 것은 더욱 더 아니다. 그리고 사회적 일자리를 수행하는 노동자는 시혜나 혜택을 받는 수동적인 대상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필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노동자민중의 사회적 권리를 실현하는 일 주체로서 당당하게 참여하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책임과 의무하에 공적인 사회서비스의 확대가 이루어져야 하며, 이에 종사하는 노동자의 일자리는 불안정한 저임금의 일자리가 아니라 안정되고 적정한 소득이 보장되는 일자리여야 함을 천명해야 한다. 이러한 원칙을 가지고 반빈곤운동진영은 기간 최저생계비·최저임금 현실화 투쟁의 성과를 모아 나가고, 그리고 빈곤층의 사회적 권리를 우선적으로 확보하는 운동을 전개해 나가야 한다.
셋째, 반빈곤운동의 조직적 구심을 형성하기 위하여 장애인운동, 여성운동, 인권운동, 비정규직운동, 노숙자투쟁, 이주노동자운동 등 제반 사회적 소수자운동과 지역복지운동, 종교운동 등이 ‘반빈곤’이라는 지향하에 네트워크를 형성하여야 한다. 직접적으로 현재 빈곤사회연대(준)을 반빈곤운동의 네트워크이자 ‘허브’로서 강화하기 위한 공동의 프로그램과 투쟁을 의식적으로 도모해야 한다.
‘양극화 해소’라는 과제가 국가적 의제가 되었다. 굳이 빈곤층이 700만명에 달한다는 통계를 들지 않더라도, 수 많은 민중이 빈곤에서 고통받고 있으며, 또한 언제 빈곤의 위험에 처할 지 모르는 사회적 구조와 위험속에 살아나가고 있다. 이러한 시대 상황에서 2000년 이후 반빈곤운동 진영은 선도적으로 최저생계비 현실화 투쟁과 빈곤의 실상을 폭로하는 투쟁을 통해서 이러한 현실을 극복하고자 하였고, 주체를 형성해 왔다. 이제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반빈곤운동은 새로운 질적 도약을 통해 대중적 대안운동으로 자리매김되어야 한다. 2006년이 그 시작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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