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도 보상도 필요없다. 이곳에서 농사짓다 죽고싶다"

평택주민들 미군기지 확장저지 총궐기대회 열어

8월 28일 미군기지 확장 저지를 위한 주민 총궐기대회



28일 경기도 평택 팽성읍에 위치한 캠프 험프리(K-6) 미군기지 앞에서는 평택 주민 30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미군기지 확장 저지를 위한 주민총궐기대회(주민궐기대회)가 열렸다. 3시 식전행사와 함께 시작된 이날 집회는 4시간 가까이 문화공연과 참가자 연설 등이 이어졌다.

미군기지확장반대 팽성대책위원회(팽성대책위) 김지태 위원장은 대회사를 통해 “일부 사람들은 미군이 철수하면 전쟁이라도 날 것처럼 호들갑을 떨고 있다”며 “여기 모인 분들의 뜻이 계속 모아지면 전국민적으로 우리의 뜻이 전해질 것”이라며 집회 참가자들을 독려했다.

홍근수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평통사) 상임대표는 “평통사에서는 매월 국방부 앞 집회를 통해 용산 미군기지를 한국에 반환하라는 요구를 한다”며 “용산기지를 넓은 미국 땅으로 옮기라는 것인데, 용산에 있는 기지를 평택으로 옮기려 한다”고 지적했다.

“배 아파 낳은 내 땅, 한 평도 내줄 수 없다”

이날 집회에서는 팽성읍 주민들의 한국 정부와 미군에 대한 성토가 이어졌다.

김덕일 평택읍 신대1리 이장은 “배 아파 낳은 내 땅, 한 평도 미군들에게 줄 수 없다”며 “토지문제 해결 없이 미군기지 이전은 어림없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범희 두정2리 이장은 “40년 동안 미군 때문에 피해만 보았지만, 아무런 보상도 없었다”며 “미군기지 확장을 얘기하기 이전에 미군들 때문에 지금까지 피해를 본 주민들에 대한 보상이 먼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범희 이장은 또 “평생 농사만 짓던 이들이 이곳을 떠나 무엇을 할 수 있겠나?”라고 반문하고, “농사짓기 힘들어도 우리는 그저 여기서 살기를 원한다”고 전했다.

신대리에 사는 김종수 씨는 “정부 대책이 주민들과의 아무런 논의 없이 이루어졌다”고 지적하고 “정부가 제시한 대책은 천 원짜리 사과 먹어버리고, ‘3백 원 줄게’ 하는 격”이라며 정부에 대한 불만을 터뜨렸다.

평택에서 44년째 살고 있는 최상길 씨는 “대통령이든 국회의원이든 아무도 믿을 수 없다”며 “미군에게 피해만 보고 살았는데, 이제 집과 땅까지 다 빼앗아 가려 한다”며 성토했다. 또 최상길 씨는 “돈도 보상도 다 필요 없고, 살던 곳에서 농사짓다 이곳에서 죽고싶다"고 말했다.

혈서와 삭발로 '미군기지 확장저지' 결의 다져

참가자들의 발언과 문화공연이 끝나고, 대책위 이장단 8명은 하얀 천에 ‘미군기지확장반대’라는 문구로 혈서를 쓰고 결의를 다졌다. 이어 이장단은 혈서가 쓰여진 천을 두르고 연단에 올라 삭발식을 진행했다.

이어 대책위 이장단은 ‘부시 대통령에게 보내는 글’을 통해 “4개 마을 약 300여 가구의 주민들은 고향땅에서 쫓겨날 판이며 285만 평의 땅에서 생계를 유지해 온 700여 농가는 농지를 빼앗기고, 생계 수단을 잃게 될 판”이라며 “정부가 조건 없이 내주었을지 모르지만, 농민들과 주민들은 호락호락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대책위 이장단은 항의 서한 낭독을 마친 후 잘려진 머리카락과 항의서한을 K-6 부대에 전달하려 했지만, 부대 관계자는 “미 8군에 전달하라”며 접수를 거부했다. 항의서한 접수를 거부당하자 김지태 대책위원장은 “오늘은 항의서한을 부대에 던지고 가겠지만 이후에 반드시 부시에게 전달할 것”이라며 항의서한을 구겨서 정문안으로 던졌다. 그러나, 정문 안에 있던 한 한국인 병사가 항의서한을 다시 정문 쪽으로 던져 주민들의 원성을 샀다.

참가자들은 마지막 순서로 결의문을 낭독하고 행사를 마쳤다. 결의문에서 참가자들은 “국민의 생존과 뜻을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강행되는 285만 평의 미군기지 확장을 추진하는 정부와 미국의 처사에 분노한다”며 “기지 확장 저지를 위해 끝가지 싸울 것”을 결의했다.

한편, 이날 주민궐기대회가 진행되는 동안 길 건너편에서는 기지 주변 상인 100여 명이 모여 ‘반미 집단은 차라리 이북으로 가라’, ‘주한미군은 내 조국의 안녕을 보장한다’는 등의 현수막을 걸고 찬성 집회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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