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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강나무

들꽃 이야기 (14)

숲은 아직 겨울옷을 벗지 못하고 겨울잠에 취해 있다. 진달래꽃이 피려면 보름은 기다려야 한다. 잠이 덜 깬 청띠신선나비가 바위에 나와 앉아 날개를 펼치고 햇볕을 쪼이고 있다. 짝을 찾는 박새 소리가 숲을 깨우고 있다. 그 소리에 놀란 듯 생강나무 가지에 노란 꽃이 터지면 비로소 숲 속의 봄은 시작된다.

생강나무는 소박한 나무다. 키도 크지 않고 가지도 촘촘하지 않으니까 평소에는 눈에 잘 띄지 않는다. 그에 걸맞게 꽃에는 변변한 꽃잎조차 없다. 그러나 이 골 저 골에서 노랗게 모습을 드러낼 때면 숲은 온통 생강나무 차지가 된다.

등산복 차림을 한 아주머니 한 분이 지나며 ‘생강나무’를 보더니 ‘산수유’라고 한다. 그럴 만도 하다. 이 때쯤 산아래 마을에서는 꽃 모양이 비슷한 ‘산수유’도 꽃을 피우기 때문이다. 꽃을 달고 있는 꽃자루가 길면 ‘산수유’이고, 꽃자루가 거의 없어 그냥 가지에 바짝 붙어 있으면 ‘생강나무’이다. 나무줄기 껍질이 너덜너덜하면 ‘산수유’, 반질반질하면 ‘생강나무’다. 그냥 산에서 피면 대개 ‘생강나무’이고, 마을에서 볼 수 있는 건 ‘산수유’라고 보면 된다.

꽃이 지고 나면 잎이 나오는데 소박한 꽃과 달리 잎은 제법 공을 들인 듯 넓적하고 도톰하다. 그래서인지 쓰임새도 많다. 어린순을 따서 차로 마시는데 이 차를 ‘작설차’라 한다. 어린잎은 생으로 쌈 싸 먹는데 맵고 짠맛이 나 쌈장 없이도 먹을 수 있다. 나물로 무쳐 먹거나 찹쌀가루나 녹말가루를 묻혀 튀겨 먹기도 한다. 또 생강나무 잎이나 가지에서는 생강 냄새가 나기 때문에 말렸다가 가루를 내서 생강처럼 썼다.

가을엔 잎이 노랗게 물든다. 까맣게 익은 열매와 어울린 모습이 참 아름답다. 생강나무 열매에서 짠 기름은 머리 기름이나 등잔 기름으로 쓰였다. 가지를 햇볕에 말린 것을 한방에서는 ‘황매목’이라 한다. 건위제, 복통, 해열 따위에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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