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 동아시아 평화를 지키는 상징적인 땅”

‘생명평화의 길’에서 ‘평택평화캠프’ 열려

지난 11일 평택 팽성읍 대추리에서는 무박 2일 일정으로 ‘평택평화캠프’ 행사가 열렸다. 이날 행사는 그간 평택 주민들의 미군기지 확장저지 투쟁의 상황을 공유하는 한편, 향후 반전평화 단체들의 활동 방향을 모색하는 자리로 마련되었다.


무박 2일 간의 ‘생명평화’ 캠프

11일 오후 6시, 평택 미군기지 ‘캠프 험프리’ 옆 ‘생명평화의 길’에는 사람들이 속속 모여들기 시작했다. 이날 평화캠프에는 인권운동사랑방, 평화바람, 사회진보연대, 대항지구화행동, 평화권모임, 이윤보다인간을 등 단체 회원 50여 명이 참가했다.

참가자들은 도착과 동시에 각자가 준비해 온 텐트로 무박 2일 간의 여정을 준비했다. 이날 참가자들은 배낭 한 가득 짐을 짊어지고 있었다. 내용물은 침낭을 비롯해 수저와 각자가 사용할 컵. 이날 평화캠프에서는 일회용 용품 사용이 금지되었기 때문에 참가자들은 개인적으로 ‘생존’을 위해 사용할 식기도구들을 챙겨야만 했다. 이날 캠프가 열리는 곳은 ‘생명평화의 길’, 그만큼 이날 캠프는 ‘생명평화 캠프’이기도 했다. 소박하지만, 사려 깊은 캠프 참가자들의 ‘결의’가 담겨있었다.

대추리 마을 주민들이 준비한 저녁식사를 마치고, 평화캠프 참가자들은 ‘미군기지확장반대 팽책대책위’에서 주최한 ‘미군기지 확장반대 촛불집회’에 참석했다. 지난 해 9월부터 계속되고 있는 팽성읍 주민들의 ‘촛불집회’는 이날로 284일차를 맞고 있었다. 오랜만에 외부 단체들이 연대한 이날 촛불집회는 그 어느 때보다도 활기가 넘쳤다. 먼저 자리를 지키고 있던 팽성읍 주민 50여 명은 반가운 얼굴로 ‘젊은 친구들’을 맞았다. 이날 촛불집회는 ‘대항지구화행동’에서 활동하고 있는 ‘B급 가수 이대리’의 노래를 시작으로, ‘길바닥평화행동’의 보챙 활동가의 ‘아리랑’ 등 참가자들의 즉석 문화공연과 자유발언으로 진행되었다.

촛불문화제가 끝난 후 문화제 참석자들은 캠프가 차려진 ‘생명평화의 길’로 이동해 집담회, 널린노래방, 뒷풀이를 밤새도록 이어갔다. 한 평택주민은 이날 집담회에서 “난 늙어서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인데, 왜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에서 나가라고 하는가? 아무것도 필요 없고, 단지 여기서 살고 싶다”며 “여러분들이 우리들을 꼭 도와줬으면 좋겠다”고 연대를 호소하기도 했다. 10시부터 시작된 캠프참가자들과 주민들과의 한바탕 ‘평화 난장’은 밤이 새도록 계속되었다. 때로는 반주 없이 노래를 부르고, 때로는 막걸리 잔을 부딪치며, 이날 참가자들은 밤새 생명평화의 축제를 즐겼다.

“평택, 동아시아 평화를 지키는 상징적인 땅”

이소형 사회진보연대 활동가는 이날 행사에 대해 “여러 차례 대규모 집회도 있었지만, 평택문제가 사회적으로 큰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오늘 행사는 다음 달 있을 범국민대회를 비롯해 반전평화단체들의 향후 연대와 투쟁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되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번 캠프를 시작으로, 이런 활동이 좋은 평가를 받으면 더 많은 외부단체들과의 연대도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책위는 다음 달 10일, 미군기지 확장저지를 위한 대규모의 ‘평화대행진’ 행사를 준비 중에 있다. 또 촛불집회를 시작한 지 300일 째를 맞는 오는 23일에는 서울과 평택 두 곳에서 동시에 집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전국을 돌며 미군기지 확장저지 활동을 펴고 있는 ‘평화바람’의 오두희 활동가는 “7월 10일은 아무 날도 아니다. 그냥 한번 모이자고 한 날이다. 사람들이 너무 바쁘다고 하니 그날이라도 한번 모여서 어렵게 싸우는 이곳 주민들 좀 보라는 것”이라며 “많은 이들이 평택 주민들의 아픔을 너무나 모른다. 어떻게든 평택 문제를 정치적 쟁점화해내야 하고, 그날을 7월 10일로 잡은 것”이라고 ‘710평화대행진’의 의의를 설명했다. 오두희 활동가는 이어 “평택은 단순히 평택 주민들의 땅이 아니다. 바로 당신들의 땅이며, 동아시아 평화를 지키는 상징적인 땅”이라며 평택 미군기지 확장저지 투쟁의 의미를 강조했다.

무박 2일로 진행된 이날 행사는 특별한 형식도 없었고, 대규모로 동원된 조직도 없었다. 캠프 참가자들과 주민들은 밤새 그저 막걸리 한사발과 숟가락 마이크를 서로 돌렸다. 이들은 이렇게 밤새 ‘반전’을 얘기하고, ‘평화’의 노래를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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