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미군기지 확장반대, 한반도 전쟁반대 710 평화대행진'(평화대행진)이 10일 평택 팽성읍에 위치한 대추초등학교에서 열렸다. '미군기지확장저지범국민대책위원회'(범대위) 주최로 열린 이날 행사에는 팽성읍 주민들을 비롯해 학생과 사회단체 회원 등 8천여 명이 참가했다.
"미군기지 확장저지 투쟁은 전쟁을 막고, 평화를 지키는 투쟁"
이날 평화대행진이 열린 대추 초등학교와 ‘캠프험프리’ 미군기지 주변에는 1만여 명의 경찰병력이 배치되었다. 경찰은 대추리로 들어가는 입구인 온정리 3거리부터 차량을 통제해 참가자들은 30여 분을 걸어 행사장에 진입해야만 했다.
▲ 노무현 대통령과 부시 미 대통령을 풍자한 퍼포먼스 |
▲ 가수 안치환 씨가 '사람이 꽃 보다 아름다워'를 부르고 있다 |
본 행사에는 팽택 출신 가수 안치환 씨와 정태춘 씨의 노래와 학생들의 율동 등 다양한 문화공연으로 채워졌다. 8천여 명의 참가자들은 한 손에는 노란색 천을, 다른 한 손에는 노란색 깃발을 들고, 반전평화를 외쳤다.
이날 행사에서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은 “미국은 대북억지력을 위해 주한미군 존재해야한다고 얘기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이곳 평택으로 주한미군을 옮기는 이유는 대북억지력 때문이 아니”라며 “미국은 언제 일어날지 모르는 중국과의 전쟁에 대비하겠다는 것”이라고 동북아에서의 미국의 패권주의를 강하게 비판했다.
권영길 의원은 이어 미군의 역할 변화와 확대를 의미하는 ‘전략적 유연성’을 언급하며, “노무현 대통령이 방미 때 ‘전략적 유연성 강화를 미국 측에 합의했냐’에 대해 민주노동당은 해명을 요구하고 있다”며 “그러나 노 대통령은 아무런 해명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무대에 오른 팽성읍 주민들 |
이어 마지막으로 무대에 오른 문정현 범대위 상임공동대표와 김지태 팽성 대책위 위원장을 비롯한 팽성읍 주민 50여명은 참가자들로부터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문정현 상임공동대표는 “미군기지 확장저지 투쟁은 평택민중의 생존권을 지키고, 한반도 전쟁을 막고, 평화를 지키는 투쟁”이라며 “오늘 710 평화대행진은 그 시작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김지태 위원장은 주한미군을 ‘미친개’로 비유하며, “순수 삽살개와 진돗개들이 미친개들을 몰아내고, 반드시 이 땅을 지켜내겠다”고 결의를 밝혔다.
이날 본 행사는 참가자들이 대형 성조기를 찢는 상징의식으로 모두 끝마쳤다.
‘인간 띠 잇기’ 행사, 경찰과 참가자들 곳곳에서 충돌
▲ 미군기지 담을 겹겹이 둘러싼 전경들. 참가자들이 전경들을 피해 한 줄로 지나고 있다 |
행사를 마친 참가자들은 미리 예정된 미군기지 주변을 ‘인간 띠’로 연결하는 행사를 진행했다. 그러나 미군 측의 시설보호 요청을 받은 경찰이 미군기지 주변을 따라 3중4중으로 막아 행진 자체가 어려웠다. 미군기지 주변 길은 폭 5m가 채 안되는 좁은 길이었고, 경찰은 한 두 명이 지나갈 수 있는 통로만을 열어주었다. 따라서 8천여 명의 참가자들이 대추초등학교를 완전히 빠져나오는데만도 30분이 넘게 소요되었고, 참가자들은‘평화적 행진 보장’을 요구며 거세게 항의했다.
▲ 미군기지를 겹겹이 둘러싼 전경들 뒤로 미군기지 안 관제탑이 보인다 |
이날 ‘인간 띠 잇기’ 행사는 사전에 집회신고를 마친 상태였다. 그러나 경찰들은 ‘시설 보호’를 명분으로 참가자들의 자유로운 이동을 가로 막았고, ‘인간 띠’를 연결하려는 참가자들과 경찰 사이에는 격렬한 공방이 오갔다. 이 과정에서 이날 행사 참가자 100여 명이 곤방과 방패 등에 맞아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다.
▲ 이날 '인간 띠 잇기' 행사를 막는 경찰들은 논두렁에서 '각개전투'를 벌여야했다 |
한편, 이날 행사에서 경찰은 무리한 진압으로 참가자들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 한 경찰 지휘관은 대치 중이던 부하 경찰들을 향해 “쫄지 말고, 선제공격해라”며 폭력 진압을 적극적으로 지시하기도 했다.
▲ 병원으로 이송 중인 참가자 |
미군기지 철조망 ‘뜯겨지다’
그러나 이날 출동한 1만여 명의 경찰 병력도 참가자들의 ‘의지’를 꺽기에는 역부족이었다. 8천여 명의 참가자들은 경찰의 ‘봉쇄’를 뚫고, 캠프험프리 미군기지 철조망을 둘러싸고 ‘인간 띠 잇기’ 행사를 완료했다.
▲ 참가자들이 철조망을 뜯어내려 하자 전경들이 안에서 곤봉을 휘두르며 막고 있다 |
또 한때 참가자들은 미군기지 철조망 약 20m를 완전히 뜯어내기도 했다. 철조망이 뜯겨지는 모습을 보고 환호하던 한 대추리 주민은 “언젠가 저 철조망을 완전히 뜯어버릴 날이 왔으면 좋겠다"며 ”오늘 우리가 보여준 힘을 미군들과 정부는 똑똑히 새겨야 한다. 만약 미군기지 확장을 계속 추진한다면, 저 철조망은 물론이고, 미국 놈들도 다 뜯겨져 나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철조망에 밧줄을 묶어 당기고 있는 참가자들 |
▲ 뜯겨나간 철조망과 기지내 진입에 대비해 진압을 준비중인 경찰병력. 그러나 이날 참가자들은 미군기지 내로 진입을 시도하지 않았다 |
▲ 뜯겨나간 철조망에 반전평화를 상징하는 노란색 천과 깃발들이 걸려져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