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실, 평택서 '주민' 없는 주민설명회

기획단 관계자, "그래도 설명회는 성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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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미군기지 이전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는 평택 팽성읍 지역에서 26일 협의매수를 위한 주민설명회를 개최하려 했으나, 주민들의 강한 반발로 무산됐다.

  대추리 주민들이 대추초교로 들어오려는 전투경찰들을 몸으로 막고있다

정부 기획단, ‘주민’ 없는 주민설명회 추진하다 충돌

국무총리실 산하 주한미군대책기획단(기획단)이 주최한 이날 설명회는 주민설명회라는 취지를 무색케 했다. 당초 기획단은 이날 주민설명회를 통해 대추리와 도도리 일대 주민들에게 정부의 피해보상과 지원대책 등의 계획을 전달하려 했다. 그러나 정작 주민들을 상대로 한 설명회에 지역 주민은 없고, 국방부와 기획단 관계자, 그리고 경찰들만이 자리를 지키는 웃지 못 할 해프닝이 벌어진 것.

  대추초교 운동장에서 전투경찰들이 기획단과 국방부 관계자들을 둘러싸고 있다. 경찰들 너머로 기획단 관계자들 이외의 주민들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기획단은 이날 '주민설명회를 개최한다'는 명목으로 오전 10시경부터 전투경찰과 사복경찰 150여 명을 동원해 대추리에 위치한 대추초등학교 진입을 시도했다. 경찰의 갑작스런 등장에 놀란 주민들은 기획단과 경찰의 대추초교 진입을 가로 막았고, 경찰과 주민들 사이에 심한 몸싸움이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주민 한 명이 실신하는 등 크고 작은 부상자가 발생했다.

기획단 부단장, “고향을 떠나는 상황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

몸싸움 끝에 대추초교 정문을 부수고 진입한 경찰과 기획단은 곧바로 지역설명회를 개최했다. 경찰은 기획단 관계자들을 둘러쌌고, 경찰의 호위를 받으며 김춘석 기획단 부단장과 국방부 관계자들이 정부의 지원 대책 등을 약 40분가량 설명했다.

이날 설명회에서 김춘석 부단장은 “이곳에서 삶의 터전을 가지고 있는 여러분들이 국책사업으로 인해 고향을 떠나는 상황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그러나 최대한 많은 지원과 특별대책을 마련해서 고향을 떠나서도 잘 살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춘석 부단장을 비롯해 정부 관계자들이 정부 대책을 설명하고 있는 동안에도 주민들은 연신 구호를 외치며, 미군기지 확장과 강제이주 대책에 대한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김춘석 주한미군대책기획단 부단장이 사복형사들의 호위를 받으며, 대추초교로 들어서고 있다

사전공지 조차 없었던 ‘주민설명회’

이날 설명회에 대한 주민들의 반발은 이미 예견된 것이었다. 미군기지 이전을 반대하고 있는 주민들은 그간 “보상도 필요 없고, 이곳에서 살 수 있게 해달라”고 일관되게 주장해왔다. 또 그간의 협의매수 과정에 대해서도 강한 불신을 가지고 있다. 팽성대책위 관계자는 "오늘만 봐도 그렇다. 정부는 사전에 오늘 주민설명회에 대한 구체적인 그 어떤 통보도 하지 않았다"며 "양해를 구하며, 한다고 해도 응할까 말까인데, 이런 식으로 공권력을 동원해 막무가내로 진행하는 것이 무슨 주민설명회냐"고 강하게 반발했다.

참세상의 확인결과 ‘주민설명회에 대한 사전 공지가 없었다’는 주민들의 주장은 사실로 확인됐다. 이날 주민설명회를 담당한 기획단 지역사업부 관계자에 따르면 "여러 가지 이유로 사전에 미리 주민설명회 공지를 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국방부로 넘어간 대추초교의 소유권을 강조하며 "반대주민들이 대추초교를 무단 점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리 공지하는 데 대한 부담이 있었다"고 사전공지를 하지 않은 이유를 설명했다.

기획단 관계자, “그래도 주민설명회 성사된 것으로 봐야한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이날 설명회에 대해 "그래도 이번 주민설명회가 성사된 것으로 봐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반대하는 주민들이 워낙에 강경하게 반대를 하니, 찬성하는 주민들도 설명회에 참석한다는 것이 부담스러웠을 것"이라며 "오늘 설명회가 진행되는 동안 초등학교 주변에는 항의하는 주민들 이외에도 구경하는 주민들도 있었다"고 강변했다. 또 이 관계자는 "오늘 설명회 개최는 국유지에 대한 소유권 행사 차원의 의미도 있다"며 주민 반발에도 불구하고, 대추초교에서 설명회를 추진한 이유를 밝혔다.

한편, 기획단에 따르면 지난 6월부터 추진되고 있는 팽성읍 일대 토지의 협의매수로 정부는 현재 전체 편입지의 60% 정도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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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기지 , 평택 , 주한미군대책기획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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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팽성

    팽성읍 사무소 회의실에서 진행했습니다. 지난 보상설명회는 미리 토지소유자들에게 공문을 발송하여 공지하였고 주민들의 판단하에 보상설명회를 참가할 사람들은 자율적으로 참가해 왔습니다. 그러나 이번 보상설명회를 빙자한 대추분교 난입작전은 국방부가 주민들을 어떻게 대하는 지 보여주는 단면이라 할 것입니다. 국방부는 사전 토지소유자들에 대해 안내도 하지않고 당일 아침 9시 경 대추리 이장님에게 전화해서 마을방송으로 설명회 개최를 알려달라는 파렴치한 행태를 보였습니다. 대추리 이장님은 미군기지확장반대 팽성 대책위 위원장이라는 것을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인데 이런 전화를 한 것 또한 주민들을 우습게 본 행태인 것입니다. 국방부가 굳이 대추분교 운동장을 설명회 장소로 택한 것은 주민들의 심사를 뒤틀게 하려는 의도인 것으로 보입니다.

  • 팽성

    국방부가 국민들이 부여한 권력을 국민들을 이간질시키고 폭력을 행사하는 데 사용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미군기지로 토지와 집이 편입되는 모든 대상자들에게 알리지 않은 게 아니라 기지 확장을 찬성하는 주민들에게만 설명회를 연다는 사실을 알려 그들을 참가하게 하였다. 찬성쪽 주민들에게는 일종의 특혜, 즉 국가권력과 직접적인 소통이 된다는 특혜를 주고 있다는 인상을 심어주어 주민들간에 갈등을 부추기고 이제까지 온갖 허위사실을 유포하며 반대 주민들을 못 살게 만들어온 국방부와 기획단의 행태를 단면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국방부는 자신들의 소유인 대추분교를 사용하는 데 적법한 절차를 거쳤고 이를 반대하는 주민들의 행위는 불법이라고 한다. 그러나 미군기지 편입지역 대상 주민들 모두에게 국가 정책을 설명하는 자리에 대한 공식적 안내를 하지 않은 자신들의 정책 집행 태도에 대해서는 불가피한 것이라고 변명한다. 주민들의 정성으로 세운 학교를 주민들의 동의는 고사하더라도 한마디 상의없이 국방부에 팔았다는 소식에 분노하지 않을 주민들이 어디 있을까? 이런 주민들의 마음은 전혀 배려하지 않으면서 "고향을 떠나는 상황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는 말은 어느 주둥이에서 나오는 소리인가?

  • 팽성

    국방부가 미군에게 제공한 기지들 중에는 개인이 소유하는 사유지도 있다. 1960년 후반경부터 1970년 초반경에 미군에게 제공된 훈련장 중에 땅 주인에게 동의는 커녕 미군에게 제공했다는 사실 자체도 알리지 않고 몰래 국방부는 자신의 땅인양 미군에게 제공한 것이다. 지난 1995년 경부터 개인사유지를 주인의 동의없이 미군에게 국방부가 자기 맘대로 제공한 사실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멀쩡한 개인 소유의 밭에 미군이 장갑차 8대를 갖다 놓고 국방부가 우리에게 제공했으니 더이상 경작하지 마라, 사격장을 지을테니 나가라고 주인에게 일방적으로 통고한 사례가 있다. 또한 개인 소유 땅에 건물을 지으려 허가를 받으러 가니 미군공여지라 건물을 지을수 없다고 통지를 받은 사례도 있다. 개인이 자신의 재산을 사용할 수 없도록 국방부가 만들어 놓고 권리를 침해해온 사례가 비일비재하거늘, 무슨 낯짝으로 국방부가 재산 소유권 행사 운운하는가....미군에게 토지를 제공할 때에는 소유자의 동의를 받지 않아도 된다는 자격증이 국방부에게만 주어지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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