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미군기지 이전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는 평택 팽성읍 지역에서 26일 협의매수를 위한 주민설명회를 개최하려 했으나, 주민들의 강한 반발로 무산됐다.
▲ 대추리 주민들이 대추초교로 들어오려는 전투경찰들을 몸으로 막고있다 |
정부 기획단, ‘주민’ 없는 주민설명회 추진하다 충돌
국무총리실 산하 주한미군대책기획단(기획단)이 주최한 이날 설명회는 주민설명회라는 취지를 무색케 했다. 당초 기획단은 이날 주민설명회를 통해 대추리와 도도리 일대 주민들에게 정부의 피해보상과 지원대책 등의 계획을 전달하려 했다. 그러나 정작 주민들을 상대로 한 설명회에 지역 주민은 없고, 국방부와 기획단 관계자, 그리고 경찰들만이 자리를 지키는 웃지 못 할 해프닝이 벌어진 것.
▲ 대추초교 운동장에서 전투경찰들이 기획단과 국방부 관계자들을 둘러싸고 있다. 경찰들 너머로 기획단 관계자들 이외의 주민들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
기획단은 이날 '주민설명회를 개최한다'는 명목으로 오전 10시경부터 전투경찰과 사복경찰 150여 명을 동원해 대추리에 위치한 대추초등학교 진입을 시도했다. 경찰의 갑작스런 등장에 놀란 주민들은 기획단과 경찰의 대추초교 진입을 가로 막았고, 경찰과 주민들 사이에 심한 몸싸움이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주민 한 명이 실신하는 등 크고 작은 부상자가 발생했다.
기획단 부단장, “고향을 떠나는 상황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
몸싸움 끝에 대추초교 정문을 부수고 진입한 경찰과 기획단은 곧바로 지역설명회를 개최했다. 경찰은 기획단 관계자들을 둘러쌌고, 경찰의 호위를 받으며 김춘석 기획단 부단장과 국방부 관계자들이 정부의 지원 대책 등을 약 40분가량 설명했다.
이날 설명회에서 김춘석 부단장은 “이곳에서 삶의 터전을 가지고 있는 여러분들이 국책사업으로 인해 고향을 떠나는 상황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그러나 최대한 많은 지원과 특별대책을 마련해서 고향을 떠나서도 잘 살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춘석 부단장을 비롯해 정부 관계자들이 정부 대책을 설명하고 있는 동안에도 주민들은 연신 구호를 외치며, 미군기지 확장과 강제이주 대책에 대한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 김춘석 주한미군대책기획단 부단장이 사복형사들의 호위를 받으며, 대추초교로 들어서고 있다 |
사전공지 조차 없었던 ‘주민설명회’
이날 설명회에 대한 주민들의 반발은 이미 예견된 것이었다. 미군기지 이전을 반대하고 있는 주민들은 그간 “보상도 필요 없고, 이곳에서 살 수 있게 해달라”고 일관되게 주장해왔다. 또 그간의 협의매수 과정에 대해서도 강한 불신을 가지고 있다. 팽성대책위 관계자는 "오늘만 봐도 그렇다. 정부는 사전에 오늘 주민설명회에 대한 구체적인 그 어떤 통보도 하지 않았다"며 "양해를 구하며, 한다고 해도 응할까 말까인데, 이런 식으로 공권력을 동원해 막무가내로 진행하는 것이 무슨 주민설명회냐"고 강하게 반발했다.
참세상의 확인결과 ‘주민설명회에 대한 사전 공지가 없었다’는 주민들의 주장은 사실로 확인됐다. 이날 주민설명회를 담당한 기획단 지역사업부 관계자에 따르면 "여러 가지 이유로 사전에 미리 주민설명회 공지를 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국방부로 넘어간 대추초교의 소유권을 강조하며 "반대주민들이 대추초교를 무단 점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리 공지하는 데 대한 부담이 있었다"고 사전공지를 하지 않은 이유를 설명했다.
기획단 관계자, “그래도 주민설명회 성사된 것으로 봐야한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이날 설명회에 대해 "그래도 이번 주민설명회가 성사된 것으로 봐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반대하는 주민들이 워낙에 강경하게 반대를 하니, 찬성하는 주민들도 설명회에 참석한다는 것이 부담스러웠을 것"이라며 "오늘 설명회가 진행되는 동안 초등학교 주변에는 항의하는 주민들 이외에도 구경하는 주민들도 있었다"고 강변했다. 또 이 관계자는 "오늘 설명회 개최는 국유지에 대한 소유권 행사 차원의 의미도 있다"며 주민 반발에도 불구하고, 대추초교에서 설명회를 추진한 이유를 밝혔다.
한편, 기획단에 따르면 지난 6월부터 추진되고 있는 팽성읍 일대 토지의 협의매수로 정부는 현재 전체 편입지의 60% 정도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