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법 시급함을 빌미로 정부 개악안을 수용해선 안 된다"

30여 개 노동사회단체, 한국노총과 사회양극화해소국민연대 수정안 비판

민주노동당 비정규운동본부, 한국비정규노동센터, 민교협,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등 31개 노동사회단체들이 2일 오전 11시 기자회견을 열어 '비정규 노동자의 생존권인 노동기본권을 보장하라'고 주장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오종렬 민중연대 대표, 구권서 전비연 의장, 양규헌 철폐연대 대표, 김성희 비정규센터 소장, 김세균 민교협 교수, 김상곤 교수노조 위원장, 이해삼 민주노동당 비정규본부장, 박장근 노동자의힘 대표, 신동호 민주노동자연대 대표 등과 20여 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참석했다.


이 기자회견은 11월 30일 참여연대, YMCA, 한국여성연합, 환경운동연합, 민언련 등이 '사회양극화해소국민연대'의 이름으로 한국노총의 최종안과 흡사한 비정규법안 수정안을 내놓은데 대한 대응이기도 하다. 사회양극화해소국민연대에는 민주노총도 포함되어 있으나 기자회견 사실을 미리 논의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회양극화해소국민연대는 30일 기자회견에서 "비정규 입법의 연내 제정이 좌초되는 상황으로 치달았으므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생존에 영향을 미치는 비정규 입법 처리의 책임이 있는 국회가 결단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한국노총의 최종안과 거의 비슷한 수정안을 제시했었다.

이에 2일 기자회견을 가진 노동사회단체들은 "일부 노동계와 시민단체의 수정안은 비정규 노동에 대한 보호의 시급함을 빌미로 정부 개악안을 수용한 것에 다름 아니다"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한국노총이 기간제 사유제한과 고용의제를 포기하는 수정안을 제시하는 기자회견을 발표한지 하루가 지나지 않아 시민단체 일부가 수정안을 발표한 것은, 비정규노동을 확대하고자 하는 경영계에 활용될 가능성이 농후하며 비정규 노동자의 삶을 외면한 무책임한 타협"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비정규 권리보장입법이 시급한 과제이고 연내 입법화해야 하지만, 급하다고 바늘 허리에 실 꿰어 쓸 수 없듯 요건이 충족되어야만 한다"며 △기간제 사유제한 엄격 제한 △파견법 철폐와 불법파견 정규직화 △동일노동 동일임금 법제화 △특수고용노동자 노동3권 보장 등을 요구했다.

이들 노동사회단체들은 '개악안 통과'라는 최악의 상황을 막겠다며 2일부터 국회 앞 농성에 들어가는 한편 법안 관련 당사자들을 면담, 설득하는 등 적극적인 행동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비정규 노동자의 생존권인 노동기본권을 보장하라!

- 동일노동 동일임금/ 기간제 사유제한/ 불법파견의 고용의제/ 특수고용 기본권 보장 -

1. 비정규권리보장입법이 시급한 과제이며 연내 입법화해야 합니다.

정부의 비정규개악안과 관련해 지난 11월30일까지 노사교섭이 이뤄졌지만 올 상반기 협상 수준에서 더 이상 진전을 보지 못한 채 사용자의 무성의로 끝내 결렬됐다. 비정규 노동자가 840만을 넘어서면서 노동자의 고용은 ‘바람 앞의 촛불’신세로 언제 해고될 지, 언제 임금이 1/3 수준으로 깎이는 등 차별이 심각한 비정규로 전락할지 모른다.

우리가 이런 현실을 눈감는다면 아버지는 용역경비, 어머니는 청소용역 노동자로 살더라도 자식만은 정규직으로 만들겠다던 소망은 점점 헛된 꿈으로만 남을 것이다. 딸, 아들 역시 하청, 임시,계약직, 파견, 학습지 등 비정규 노동자로 살아야 하는 ‘가난의 대물림’만 굳어질 뿐이다.

더군다나 차별은 갈수록 심각해지는데 반해 이들을 보호할 법적 장치는 매우 허술하기 짝이 없다. 비정규 노동자를 정규직화하고 차별을 없애는 정책은 갈수록 심각해지는 빈곤, 실업 등 사회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한 차원에서도 이미 선택이 아닌 필수인 만큼, 비정규 노동자의 노동권을 보장할 법안은 반드시 연내에 입법화해야 한다.

2. 하지만 급하다고 바늘을 허리에 꿸 수는 없습니다. 진정으로 비정규 노동자의 보호를 하고자 한다면 최소한의 원칙은 지켜져야 하고 독소조항은 폐기되어야 합니다.

정부, 여당이 오는 12월2일 국회 환경노동위 전체회의를 열어 통과시키려고 하는 비정규법안의 핵심은 현행 ‘기간제 사용제한 1년’에서 ‘3년’까지 늘림으로써 기간제를 마구 쓰게 문을 활짝 열어준 뒤 차별해소에만 살짝 눈을 돌리겠다는 발상이다. 문제는 3년이 지난다고 해서 자동으로 정규직으로 될 확률은 거의 없다는 점에 있다. 기간제-해고-기간제가 되풀이 되는 과정에서 뒤늦게 차별해소에 나서겠다는 것은 그저 ‘사후 약방문’에 지나지 않는다.

더불어 지난 98년 파견제 합법화 뒤 사내하청 등 (불법)파견노동자들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커다란 사회문제로 떠올랐음에도, 고용의제를 포기함으로서 불법파견의 시정을 요구하던 노동자들이 감옥을 가고 일자리마저 잃어버리고 있는 현실을 용인하는 것입니다.

이뿐만이 아니다. 차별해소를 위해 시급히 필요한 ‘동일노동 동일임금’ 역시 구체적인 적용방안이 마련되지 못함으로서 실질적으로는 무력화될 가능성이 있으며, 특히 골프장 경기보조원, 학습지교사, 레미콘노동자 등 특수고용 노동자에 대한 노동3권 법제화가 당장 필요한 현안임에도 이를 노사정위 논의로 돌림으로써 특수고용노동자들의 생존권을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 그 결과 최근 노사정위 공익위에서 특수고용노동자에 대해 노동법을 적용하기는커녕 ‘노조를 아예 없애고 그 자리를 단체 설립으로 강제’하는 안까지 나오는 등 아예 군사독재정권에서나 써왔던 ‘노조 죽이기’행렬에 가담하고 있어 그저 개탄스러울 지경이다.

비정규노동자의 생존권을 지켜주기는커녕 온통 비정규를 양산하고 차별을 확대하는 정부, 여당의 개악안은 당사자인 비정규노동자한테도 철저히 외면 받고 있다. 이에 진정으로 비정규노동자를 위한다면 현 개악악을 당장 폐기하고 제대로 된 권리입법안 제정에 적극 나설 것을 강력히 제기한다.

3. 일부 노동계와 시민단체의 수정안은 비정규 노동에 대한 보호의 시급함을 빌미로 기본적인 원칙을 망각한 것이다.

그동안 노동시민사회단체들은 비정규 법안의 기본원칙으로 동일노동 동일임금/기간제 사유제한/ 불법파견의 고용의제/ 특수고용 기본권 보장을 요구하여 왔으며 이의 조속한 입법을 요구하여 왔다. 그러나 한국노총이 기간제 사유제한과 고용의제를 포기하는 수정안을 제시한 이후 위의 원칙을 확인하는 기자회견을 발표한지 채 하루가 지나지 않아 시민단체 중 일부가 원칙을 훼손한 수정안을 발표하였다. 이러한 입장은 비정규 노동에 대한 보호의 시급함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으나 ‘급하다고 바늘허리에 실 꿰어 쓸 수 없듯이’ 원칙을 저버린 수정안이 오히려 비정규 노동을 확대시키고자 하는 경영계에 활용될 가능성이 농후한 것이다. 파견노동자에 대한 ‘보호’법률이 제정된 이후로 이 법으로 인하여 1년 마다 짤리고 온갖 차별에 고통 받는 비정규 노동자들의 삶을 외면하여서는 안 될 것이다. 진정 보호를 바란다면 차별시정 외에 원칙에 대한 타협은 무책임한 것이며 그 진정성마저 의심을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4. 이제 차별과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는 비정규노동자에게 차별시정과 함께 최소한의 권리인 노동 기본권을 보장하는 것만이 실질적으로 비정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며 이러한 원칙이 지켜지는 비정규 관련 법안의 연내 입법을 요구하는 바이다.

■ 무엇보다 기간제 사유제한을 엄격히 제한해야 한다.
신규 취업자 10명중 7명이 비정규직인 상태에서 상시업무에 비정규직 채용을 금지하지 않는다면 ‘고삐풀린 망아지’마냥 모든 정규직은 차별이 심각한 비정규노동자로 전락할 것이다. 지난 4월 국가인권위에서조차 ‘합리적 사유없는 기간제 사용 제한’을 권고안으로 내놓은 바 있다.

■ 파견법을 없애고 불법파견 역시 정규직화해야 한다.
지난 98년 개악된 파견법은 26개 업종에 한해 합법적으로 파견을 허용함으로써 노동권 사각지대에 있는 파견노동자 양산에 앞장서 왔으며, 불법파견시 이에 대한 고용책임이 없는 현행법을 악용해 불법파견 노동자 양산 또한 부추겨왔다. 이에 따라 파견노동자들을 죽음의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현 파견법은 즉시 폐지시켜야 하며 불법파견 노동자 역시 ‘고용의제’(정규직화)로 명문화해야 한다.

■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원칙을 법제화해야 합니다.
임금, 노동시간, 복지, 사회복지 등 면에서 능력, 학력, 업종을 비롯해 정규-비정규, 여성-남성, 국내-이주 등간 차별이 심각한 현실에서 '똑같은 노동에 대한 똑같은 임금 보장'은 이미 상식이다. 이를 법으로 명문화해야 노동자간 차별을 없앨 수 있다.

■특수고용 노동자에 대한 노동3권을 보장해야 합니다.
레미콘, 타워크레인, 보험설계사 등 특수고용노동자은 ‘위장 자영업자’로 분류돼 노조를 맘 놓고 결성할 수도 노동자 권리를 제대로 보장 받을 수도 없다. 이들도 엄연히 노동자다. 법에서 소외받고 있는 이들에 대한 노동3권 보장은 더이상 미룰 사항이 아닌 만큼 이번 법개정에 반드시 포함시켜야 한다.

5. 정부, 여당의 비정규개악안 폐기와 권리보장입법 쟁취를 위해 시민사회단체들이 다 같이 행동에 나서겠습니다.

우리의 요구는 이미 지난 국민여론조사에서도 ‘일시적인 업무에만 비정규직 사용’(66%), ‘현행 업종제한 유지(36.8%)-파견제 폐지’(28.5%) 등 높은 지지를 통해 올바름을 입증 받은 바 있다.

우리는 진정으로 바란다. 정부, 여당이 하루빨리 비정규노동자들의 절절한 외침을 받아 안아 현 개악안을 폐기하기를.
우리는 진정으로 바란다. 비정규 노동자들의 고통을 제대로 읽는다면 생존권을 보장할 권리보장 입법에 적극 나서기를.

만약 우리 주장을 거부하고 이번 국회에서 개악안을 통과시킨다면 농민, 시민들과 함께 당당히 노무현 정권에 대한 전 민중적 투쟁을 가차 없이 벌여나갈 것임을 경고한다.

우리는 이에 앞서 이 같은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오늘부터 국회 앞 농성과 이법 당사자들에 대한 면담과 설득과 함께 비정규 권리보장을 위한 적극적인 행동에 들어갈 것임을 밝힌다.

2005.12.2
남북공동선언서울실천연대, 노동인권실현을위한노무사모임, 노동자의힘, 노동조합기업경영연구소, 노숙인복지와인권을실천하는사람들, 다산인권센터, 민주노동자연대, 민주주의법학연구회, 민주노동당비정규운동본부/인권위원회,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대안연대, 범민련서울시연합, 빈곤복지연대, 빈곤해결을위한사회연대, 사회당, 사회진보연대, 안산노동인권센터, 인권운동사랑방, 이윤보다인간을, 전국교수노조,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전국비정규교수노조, 전국민중연대, 전국비정규직노조연대회의, 평화인권연대, 학술단체협의회, 한국산업노동학회, 한국산업사회학회, 한국노동이론정책연구소, 한국비정규노동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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