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투쟁의 핵심은 비정규법 개악 저지"

[좌담] 양규헌, 김창근, 김종일, 양한웅 현장투쟁단 공동단장과

법안심사소위에서 비정규입법을 둘러싼 줄다리기가 계속되고 있다. 비정규법안의 종착점은 어디일까. 8-9일 국회 본회의 상정을 앞두고 비정규법안의 운명은 두 가지 경우의 수로 압축된다. 하나는 강행 처리나 합의 처리, 또 하나는 입법 연기. 지금으로서는 전자로 보는 시각이 압도적이다.

국회라는 게 그렇다. 오픈 협상, 물밑 타협 진행하다가도 날치기 한 방으로 입법 처리하기도 하고, 강행 분위기 내몰다가 김 쭉 빼서 연기하고 물타기하기도 하고 그런다. 이번 비정규법안의 핵심은 기간제와 파견제. 환노위 내부의 입장 차이는 계속 되고 있지만, 8-9일 본회의에서 한국노총과 사회양극화해소국민연대 안을 받은 열린우리당 안으로 통과 된다는 전망이 가장 유력하다.

노동자들은 이걸 막아보려고 지난 1년간 수많은 투쟁을 해왔다. 전비연을 중심으로 한 비정규직 노동자의 선도 투쟁이 정세를 움직였다. 여기에 비정규직입법 쟁취를 위한 민주노동당의 노력도 폄하할 수는 없을 것이다. 우여곡절을 겪은 민주노총이 비대위를 꾸려 제 몸 추스르기조차 어려운 상황에서 현장투쟁단이 국회 앞 거점농성을 벌임으로서 마지막 입법 저지의 힘을 모으고 있다.

입법 예고 3-4일을 앞둔 5일 현장투쟁단장과 좌담 형식의 자리를 같이 했다. 저녁 8시부터 약 두 시간동안 국회 앞 천막에서 유영주 참세상 편집국장의 사회로 양규헌, 김창근, 김종일, 양한웅 등 네 명이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다. 공동단장은 모두 8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8-9일 열린우리당이 입법 강행을 하면 기간제와 파견제가 통과된다. 현장투쟁단장 네 명도 이 사실을 당연히 알고 있었다. 정부의 입법 추진을 막기에는 힘이 부족하다는 점도 인정했다. 그런 점에서 민주노총 비대위의 무기력한 총파업이나 현장투쟁단의 '선봉투쟁'이나 입법을 저지할 만한 힘을 갖지 못하고 있다.

현실은 연내 입법 주장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한국노총도, 사회양극화해소국민연대도, 민주노총의 일부도 입법을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나마 차별과 확산을 줄일 수 있고 그것이 현실적이라는 주장을 마구 퍼뜨린다. 그러다 보니 '저지' 주장은 부정적이고 비대안적인 모습으로 비춰지기도 한다. 이에 대해 현장투쟁단장들은 이구동성으로 '악법'인데 저지해야지 어떻게 입법하느냐 라고 되묻는다.

지금은 '저지'를 위한 투쟁이 역사 앞에 죄인이 되지 않는 길이란 데 한 목소리였다. 힘에 부치는 걸 감수하면서도 민주노조운동의 정신을 사수하기 위해 천막을 치고 '아래로부터의' 투쟁 조직화에 애쓰는 모습이다. 사회자도 8-9일을 앞둔 현 시점에서는 이것이 민주노조운동을 움직이는 최소한의 진실이라고 믿는다. 어렵더라도 12월 노농연대, 홍콩 각료회의 투쟁 등 8-9일 이후 민중연대 투쟁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유영주(사회자) : 집권여당은 비정규법안 이번 국회에서 통과를, 한국노총은 입법 쟁취 입장을 내는 등 연내 입법이 가시권 안으로 들어왔다. 지금까지 비정규개악 저지와 입법 쟁취 투쟁의 막바지 국면이라 할 수 있다. 정부는 노동자의 반발을 최대한 관리하는 가운데 비정규법 개악을 추진해왔다. 지난 1년을 돌아보는 데서 이야기를 풀어보자.

양규헌, "당면 투쟁의 핵심은 비정규법 개악안 저지"

양규헌 : 당면 투쟁의 핵심은 비정규법 개악안 저지다. 노무현정권이 처음 이 법안을 입법화하겠다고 발표했을 때 그것은 노동계급에 대한 전쟁 선포였다. 작년부터 법안의 반노동자성에 관심을 가졌다. 비정규법안의 초점은 비정규노동자를 괴롭히는 것이 아니라 정규직을 비정규직화 하는 데 맞춰져 있다. 지난 1년 동안 제대로 대응을 못했다.

민주노총, 그리고 이전과는 다른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겠다던 한국노총 두 단위가 있었다. 민주노총은 '사회적 교섭' 전술로 노사정 내부에서 휘둘리면서 투쟁기조와 방향을 잡기 어려웠다. 노사정이 머리 맞대고 합의하는 것으로 비정규직 노동자의 미래를 풀 수 없다는 것이 입증되었다. 비정규법 개악이 내일 모래 국회에서 통과시킨다며 목전에 와 있다.

김종일 : 작년 말부터 올해까지 국회 흐름에 맞춰 상임위 상정시 총파업 한다고 뛰어다니면서 조직했다. 그런데 상임위 몇 번이나 올라갔고 그때마다 조합원에게 총파업을 설명했다. 이번에 또 배치했다. 완전히 양치기 소년 돼버렸다. 현장은 무너졌다. 강승규 수석 비리 사건은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어느 동지가 이야기했듯이 옛날 같으면 이런 비슷한 일만 벌어져도 현장에서 우루루 몰려오는데 이번 사건 때 조합원의 모습은 너무나 냉소적이었다.

그리고 현장의 대표자들 문제를 꼽고 싶은데, 비정규법안이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로만 비쳐지고 있는데 대표자들도 그렇게 보고 있다는 거다. 조금만 신경 써서 보면 비정규법안이 정규직을 공격하는 것이지 비정규직을 공격하는 게 아닌데 현장의 대표자들은 지금도 비정규직을 범퍼로 보고 있다.

사회자 : 최근 한국노총과 양극화해소국민연대의 입법 쟁취 요구안은 기존 노동계의 요구와 큰 차이를 갖고 있다. 두 단위의 입장이 크게 다르지 않고 문제제기가 많았다. 지금 시기 입법화, 입법 쟁취의 입장과 입법 저지의 입장으로 크게 구별된다. '저지' 입장에 대해서는 대안 부재라는 비판이 따르기도 한다.

김창근 : 우리 조직이 아니어서 말하기 조심스럽다. 다만 민주노총 조합원의 한 사람으로서 한국노총과의 연대의 필요성에는 동의하지만 신뢰성은 거의 없었다. 공조 역시 부정적으로 바라봤다. 한국노총은 이름은 노총이지만 노동자를 대변하는 조직이 아니다. 최근 민주노총도 그렇긴 하지만 이렇게 공개적으로 배신 때린 건 당하고 나서도 어이없다. 한국노총은 권리 입법 쟁취라고 한다. 저지는 악법이기 때문에 저지하고 쟁취는 필요하기 때문에 쟁취하는 건데 지금 비정규 개악은 악법의 요소가 너무나 많다. 한국노총은 거의 같은 안을 던졌다.

양한웅, " 한국노총 또다시 정권과 자본에 굴복"

양한웅 : 나도 한때 한국노총 사업장에 있었다. 한국노총 소속 조합원까지 싸잡아 말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김창근 동지도 그렇게 생각하리라 믿는다. 상층부의 어용, 부패, 사측과의 결탁을 경험한 사람으로서 본능적으로 알 수 있다. 한국노총의 이번 결정은 정권과 자본에 굴복한 것이다. 한국노총의 본질이 드러난 것이다. 민주노총에서 양 노총 통합 주장이 있었는데 또 다른 평가가 필요할 것이다. 이 시점에서는 한국노총과의 공조 생각보다는 민주노총의 독자적 싸움에 집중해야 한다.

김종일 : 국회에서 다뤄지는 법안을 투쟁으로 저지하고, 민주노동당의 입법을 중심으로 투쟁했더라면 애초에 한국노총과의 공조는 안 이뤄졌을 거다. 한국노총의 기본 성향이나 상태는 이전에도 빤히 나타났다. 그런데 민주노총 내부에 공조를 추진하는 세력이 다시 집권하면 언제든 공조하는 일이 벌어질 것이다. 민주노총이 태생적인 것을 유지하면 한국노총과의 이야기는 분명히 정리될 것이다.

김창근 : 이후 다시 집권한다는 예측은 의미가 없다지만 내려간 구 집행부가 집권하면 다시 공조로 갈 가능성 크다. 이번에 폭로가 된 것이다.

김종일 : 그렇다 지금까지 수차례 폭로되었다.

김창근 : 이제는 폭로에 머물지 말고 예방해야 한다.

사회자 : 한국노총이 제출한 내용을 어떻게 보는 지 이야기로 가보자.

양규헌 : 쟁점 법안이 좁혀보면 기간제와 파견제이다. 파견법에 대한 기존 민주노총의 입장이 있다. 신자유주의 공세의 하나로 파견법 만들면서 이것마저 무너지면 이중삼중 착취 구조를 어떻게 할 수 없다는 판단 하에 26개 금지업종 두었다. 지금은 이것조차 치고 들어온 거다. 민주노총이라 해서 비정규법안 관련 무죄는 아니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의 노동조합주의론을 비교해 보라. 한국노총은 '복지사회를 위한 노동론'인데 민주노총은 지금 뭐라 할 수 있나. 혼재되어 있어 단정하기 어렵다.

한국노총과 일곱 개 시민단체가 입장을 내놨다. 전노협 할 때 한국노총 출신들은 자신의 이후 진로가 정치권이기 때문이라고 한 적 있다. 이게 크게 바뀌지 않았다. 열린우리당 인자가 한국노총 들어가서 현재의 한국노총 안을 만들어냈다. 한국노총은 지금 장점이 되는 법안에 대해 노동자의 권리를 어떻게 할 것인지를 이야기하기보다 열린우리당의 입지를 여기에 반영하고 있다. 한국노총과 시민단체의 기자회견은 명백히 열린우리당의 정치행위라 여겨진다. 열린우리당의 정치에 이중대 역할을 그대로 한 거다.

김창근, "지금 유리한 것을 쟁취한다는 것은 불가능"

김창근 : 법안에 대해 지금 진행되는 과정을 봐야 하는데 악법을 다루는 것이므로 저지하는 싸움 하는 것이다. 지금 유리한 것을 쟁취할 수 있느냐 하면 불가능하다. 복잡하게 볼 필요가 없다. 기간제라고 하는 것은 사유제한 없이 한다는 것은 파견제 자체도 불법파견 판정 받은 사람도 합법파견으로 되는 것 자체를 통과시키려는 국면이다.

양규헌 : 그러므로 지금은 법안 만드는 시기가 아니라는 점. 작년 입법 예고한 이후 싸움에서 성과가 있었다면 지금 싸움에서 법안 내놓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준비가 안 되어 있으므로 저지가 중심일 수밖에 없다. 실체가 없는데 뭘 쟁취하자는 건가. 지금 국회에서 논의하는 것 중 유리한 것은 뽑아서 쟁취하고 불리한 것은 저지하자는 주장도 언어도단이다.

양한웅 : 기간제 사유제한 문제 관련해서 한 마디 하겠다. 공공 싸움할 때 발전 매각 하겠다, 공기업 사유화, 민영화 시키겠다 라고 했을 때, 공공부문 노동자들은 양보하지 않는다는 것이 원칙이었다. 공공부분 민영화 반대는 물러설 수 없는 원칙이었다. 비정규직 입법도 사유제한 없는 기간제는 비정규직을 초월한 노동운동의 원칙이 무너지는 것이다. 이걸 적당하게 끼워넣기 식으로 이야기할 게 아니다. 이 원칙은 지켜야 한다.

김종일 : 26개 조항에 대해서 26개 제외한 나머지는 파견이든 간접고용이든 다 쓸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현재 26개 조항을 제외한 나머지는 전부 정규직이라 하지만 그것을 지키는 자본이 얼마나 있나. 지킨다 하더라도 남아있을 정규직 없을 것이다. 지금 내부 한계가 극명하긴 하지만 최대한 버둥칠 때까지는 버둥쳐야 한다. 그나마 활동하는 사람이라고 한다면 지금 투쟁해야 한다.

사회자 : 민주노총은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비대위가 총파업투쟁을 꾸려가고 있다. 그리고 공동투쟁, 현투단 등의 아래로부터의 투쟁을 조직하는 실천이 이어지고 있다. 중간점검이라고 하기에는 뭐하지만 22일부터 시작된 국회 앞 농성투쟁의 과정이 어땠는지

김창근 : 지방에서 올라와서 농성투쟁, 단식투쟁 하면서 개인적으로 각오를 다지는 의미가 컸다. 나에게만이 아니라 조합원에게 도움이 되어야 하는데 어느 만큼 효과가 있나 우려도 했다. 성과로 만족할 만한 것은 없다고 본다. 그나마 단계적으로 하긴 했고 짧은 기간이긴 하지만 단식 농성이라도 함으로서 조직에 약간의 긴장감을 주었다고 본다. 그러나 민주노총 비대위를 비롯해서 공조직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은 현실을 적나라하게 체험하면서 안타까웠다. 현장투쟁단이라도 없었더라면 민주노총 대오가 정말 바닥과 속을 다 보였을 거다. 아찔함과 서글픔을 느꼈다. 현장투쟁단이 우리 실체를 정확히 바라보면서 이후 대안을 마련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또 하나의 과제를 찾아냈다고 본다.

양규헌, "민주노총이 중심을 잃고 옆으로 빠질 것을 어느 정도는 강제"

양규헌 : 작년 노동법 입법 예고하고 나서 열린 당사 투쟁, 타워크레인 투쟁 하면서 비정규법안의 문제점을 알려냈는데 아직 부족하다. 그 때를 기점으로 철폐연대만 보더라도 노동법, 비정규보호입법 관련한 교육을 170회 이상 했다. 민주노총이나 여타 단위도 교육 무지 많이 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잘 모른다. 파업이 학교인데 투쟁을 통하지 않고 이론적으로 이야기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게 확인되었다. 현장투쟁단은 지금까지 일차적으로 총파업, 이차적으로 개악 저지를 목표로 했지만 아직 큰 성과가 없는 게 사실이다. 그나마 현장을 가능한 수준에서 만날 수 있는 것이 성과라면 성과다. 텐트를 기점으로 공동투쟁단장이 간담회와 집회를 하면서 국회 노동법 핵심 쟁점이 뭔지를 공유해왔다.

여기 참여는 한 정파만 특정 연맹만 한 것이 아니다. 국회 앞 농성투쟁은 익숙하지 않았지만 공동실천을 위한 노력은 성과였다고 본다. 이어서 민주노총 혁신 과제도 제기했는데 이후 민주노총의 방향을 잡는 데 대한 조금의 역할은 하지 않았나 싶다. 한국노총이든 경총이든 노사 합의 되어서 나온 것은 실무진에서 한 것은 맞는데, 전비연 등 공식 간담회를 통해서 민주노총 비대위가 민주노총 안이 아니다 라고 하도록 강제하는 역할은 했다고 본다. 민주노총이 중심을 잃고 옆으로 빠질 것을 어느 정도 강제했다고 본다. 이런 것도 혁신 고리라 본다.

양한웅 : 진단은 비슷하다. 공무원, 교사 등 공공영역의 동지들이 관념적으로 추상적으로 본 것이 있는데 22일부터 매일 집회에 옴으로써 자기 문제로 보고 현장에 돌아가 교육하고 설득하고 소속 사업장 집행부 압박도 하는 모습이 계속 되었다.

양규헌 : 공공이 많은 성과가 있었다. 약 30여 명이 꾸준히 조직되었다.

김창근, "민주노동당이 뭐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김창근 : 추가로 짚어야 할 것은 현장투쟁단이 민주노동당 지도부에 전면적으로 투쟁에 나설 것을 촉구한 의미가 크다. 그러나 민주노총 비대위나 민주노동당 지도부의 반응에서 적극성이 안 보인 것은 아쉽다. 민주노동당이 비정규직 문제에 총력 기울여야 하는데 형식적으로 하고 있다. 민주노동당에 쓴소리를 하자면, 표 의식하면 안되고 진보정당 답게 계급정당 답게 해야 할 것이 비정규법안 투쟁이다. 역사적으로도 그렇고 지금 한국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화두가 비정규직인데 민주노동당이 뭐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양한웅 : 민주노동당 저번 회의자료에 이 투쟁이 당의 핵심 중점사업이라고 나와 있다. 단식 들어갈 때 우리가 단식 할 게 아니라 노동계 출신 국회의원들이 전면 단식하는 모습이길 바랬다. 노동 출신 의원이 5명인가 그렇다. 우리도 해야 하지만 그분들이 온 몸을 던져서 국회투쟁을 해야 한다.

김창근 : 단식 이상으로 요구했어야 한다.

양규헌 : 국회의원을 중심으로 맞추기보다 민주노동당의 실천을 객관화할 필요가 있다. 민주노동당 기관지 보았는데 이번 기관지에 비정규입법 문제가 안 나왔다. 북한인권 논쟁이 있었지만 이 문제도 중요하지만, 지금은 비정규입법 저지를 주되게 다뤘어야 한다. 민주노동당의 현실을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김종일 : 본인 역시 당원이다. 민주노동당이 계급적 이해를 실질적으로 대변하지 않으면 언제든지 열린우리당과 차이가 없는 당으로 바뀔 수도 있을 거다.

사회자 : 8-9일 본회의 통과가 예고되는 가운데 다시 총파업 투쟁을 준비하고 있다.


김종일, "5-7일 간부집중은 한계, 지역에 집중해야"

김종일 : 사실 투쟁의 맥이 끊어진 느낌을 많이 받는다. 현장이 어렵고 힘들다고 현장을 안 움직이면 더 침체된다. 그러니까 5-7일 투쟁을 간부들 중심으로 진행하는 건 현장을 안 움직이는 거다. 활동가를 국회 앞에 모아놓고 가는 한계가 8-9일날 나타날 것이다. 선도투라 해야 지역에 가면 빤하다. 금속 몇 개 사업장, 화학 간부 중심 그나마 현장 남아 있는 활동가들 중심으로 형성된다. 8-9일 총파업은 평일 노동자대회 수준을 못 벗어날 거다.

이 전술에 있어 출발부터 잘못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지역에 집중하고 지역 집중과 연결해서 다른 조직 붙여나가는 투쟁을 준비하지 않으면, 아마 본회의 통과되었다, 동지들 고생 많았다, 내년에는 노사관계로드맵 기필코 저지하자 뭐 이렇게 이야기 나올 거다.

양한웅 : 11월 22일 이후 활동가 동지들한테 이야기한 것은 역사의 죄인이 되지 말자는 거였다. 지금 비정규직 투쟁 묵인하거나 방관하는 것은 모두 역사의 죄인이 될 것이다. 오늘 온 텐트 일주일 동안 계속 왔다. 그러면서 친구들 아는 사람 한 명이라도 더 조직해야 한다. 지금도 신문에 나는 '사유제한' '고용의제' 같은 말은 어렵다. 정리해고 받아들이지 못한다 하더라도, 지금이라도 마지막 한 명이라도 교육하고 설득시켜야 한다. 절대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김종일 : 덧붙이면 교육 문제가 현장에 앉아서 하는 문제가 아니라 현장 투쟁을 몇 안되더라도 지역 대오에 붙이고, 파업하는 과정이 가장 큰 학교이고 교육이고 선전이다.

양규헌 : 현투단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사업은 활동가들의 허리 역할이기도 하다. 5-7일 집중은 8-9일 총파업을 보다 강화하는 활동이다. 현재 민주노총이 총파업 배치하고 있는데 일각에서는 법안 통과되면 좋겠다. 내년 지자체 때 더 골치 아프다 라는 어이없는 말도 들린다. 국회 앞 농성하면서 민주노총 전체가 한다는 느낌이 전혀 안 든다. 지금 시기 비대위는 비장한 각오로 조직화에 힘을 쏟아야 한다.

김창근 : 어떻게 될 것이라는 예단은 의미가 없겠다. 우리 실력이 빤한 건데 최대한 할 수 있는 것을 발버둥쳐본다는 심경으로 해야 한다. 조합원들 1-2일 파업하고 5-7일 간부들 오는데 전혀 부정적인 건 아니다. 8-9일 총파업 조직하는 데 있어 현실적 동원 보았을 때 최선인지는 모르겠지만 간부들이라도 5-7일 투쟁대오를 유지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 8-9일날 어찌 될지 모르지만 그걸 어떻게 예단하고 전술을 구사할 수는 없다. 8-9일 실력이 되는만큼 최선을 다해서 역사의 죄인이 안 되어야 한다.

김종일 : 그것을 부정하는 건 아니다. 1-2일 투쟁이 기대치 이하의 것이었는데 5-7일 현장을 움직이지 못하면 8-9일 힘 받지 않을 것이다. 주5일제 투쟁 때도 그랬다. 설령 본대회에서 통과되더라도 우리는 간다는 기조로 현장을 움직이고, 10-11일과 이후 투쟁으로 연결하는 그림 그려야 한다.

사회자 : 노동자의 투쟁에도 불구하고 본회의 통과가 강행된다면, 이후 투쟁도 중요할 것이다. 다음 주는 홍콩 DDA 반대투쟁 일정이 예고되어 있다. 이 시기 투쟁을 어떻게 조직할 것이며, 어떤 실천 방안이 있겠는가

양규헌 : 현장투쟁단이 이후 투쟁 계획 논의는 아직 완료하지 않은 상태다. 지금 정세는 금융세계화 물결에서 신자유주의 질서를 앞세우고 노동자 농민 모두에게 고통을 강요하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민중연대 중요성 강조하는 건데 지금이야말로 신자유주의에 맞선 민중연대 투쟁을 힘있게 만들어야 하는 시기임에 분명하다. 현장투쟁단의 확고한 결의는 없었지만 농민 투쟁을 외면하지 않고 함께 하는 방향으로 논의되고 있다. 민중연대는 구호만 있을 뿐 사실상 없어진 것이나 다름없었는데, 최근 농민투쟁이 고양되면서 투쟁 대오를 더 확대해야 할 필요성은 있다고 본다.

사회자 : 투쟁 과정에서 민주노총의 혁신 과제를 제기한다는 구도였다. 당장에 입법 저지 투쟁에 집중해야 하지만 혁신에 대한 실천적인 부분은 미비해 보인다. 투쟁과 혁신이 분리되지 않는다면 투쟁 과정에서 의식적으로, 그리고 자연스럽게 제기되어야 할텐데

김창근 : 현장투쟁단이 민주노총을 혁신하는 주체는 아니지만, 정파간의 이해관계가 있다고 하더라도 투쟁할 때 힘을 모아야 하는데 그게 안 된다는 게 혁신의 주요한 내용이라고 본다. 지금 민주노총 비대위는 소수 몇 사람에 의해 굴러가고 있다. 저녁 집회 때에는 민주노총 핵심 간부들조차 얼굴도 안 보이는 사람이 수두룩하다. 조합원들이 안 받아들인다는 위기 진단했는데 민주노총 상층부도 이 투쟁을 자신의 투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투쟁을 방기하는 문제가 혁신의 가장 큰 문제가 아니고 뭐겠는가

양한웅, "자본이 파견하고 자본이 만든 민주노조가 존재한다"

양한웅 : KT노조가 그런데, 한국노총도 자본과 결탁하고 정권과 야합했다고 짚었지만 민주노총도 한국노총 못지 않은 노동조합이 존재한다. 어용노조 어용노조 하지만 자본이 파견하고 자본이 만든 민주노조가 존재하고 있다. 이런 노조가 비정규직 싸움에 모이겠는가. 자본이 되어버린 노조를 정리하지 못하면 민주노조운동도 없고 민주노조운동의 정체성도 확인할 수 없게 된다.

양규헌 : 민주노조운동의 기본은 자주성 민주성 계급성 연대성이다. 투쟁 없이 민주노조운동의 정체성은 없는 것이고 이를 요약한 것이 혁신이다. 이건 몇몇 사람의 아이디어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제3노총 나오고 2007년 복잡한 양상이 예상되는데 민주노조운동의 정통성을 살려내기 위한 혁신이라면 민주노조운동의 기본을 굳건히 하는 일이다. 현장투쟁단이 이 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사업계획을 갖고 있지는 않지만 이후 현장 어떻게 조직할 것인가 고민 속에서 하나의 출발점이 될 수도 있다고 본다.

김종일 : 무엇을 혁신해야 할지 모르겠다. 자본의 입맛대로 바뀌는 것이 혁신인지. 민주노총의 태동의 정신을 지켜나가는 것이 혁신이라고 이야기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개탄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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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안한데요. 신의를 가지고 투쟁하는 건 좋은데,,,이제 말많은 사람들 보면 정말 속이 뒤집어집니다. 이런 사람들 얼굴 지면에서 안봤으면 좋겠어요.

  • 지금 여의도 국회 천막에는요. 현장투쟁단 얼굴이 비추긴 하지만요. 민주노총 집회에는 함께 하지도 않고 주위에서 계속 말씀들만 나누시더군요. 노란조끼 매지나 마시던지요.

  • 자유인

    이런 꼬리말을 볼 때마다 확! 내질러버리고 싶다. 문제있는건 어찌되었든 말해야하는거 아닌가? 보면 노동조합들도 회의할 때 누가 무슨 제안이나 지적하면, 옳고 그름을 떠나 하기싫을 때 하는 수법이 "그럼 니가 해!" 식이다. 그런 버릇이 이곳에서도 보이는 것 같아 승질난다. 그렇게 말듣기 싫고 지 하고 싶은대루만 할려면, 집에서 식구들하고 그냥지내. 지랄한다고 이런데와서 염병인겨? 그래서 민주노총이 직접조직한 인원이 어디에 몇명인데? 매일 문화제에 기어오도록 조직한 수는 얼마인데? 자네 정규직인가? 그래 정규직 몇 이던데? 집회든 투쟁이든 하다가도 잠시 말할수도 있는거고. 당장의 침탈이나 이런게 없을때 투쟁사업장 연대도 가고...그렇게 움직이고, 이런방식등을 통해서 국민에게 법이 좆같다는것도 알려내고 그러는거 아녀? 그럼 국회앞에서 무릎이라두 꿇고 질질거리면 막아지냐? 아님 국회를 폭파하면 막아지냐? 그렇게 할 생각인겨? 뭐야? 우리가 하고있는 투쟁이 적들을 완벽하게 제압할 정도의 무력이 없어서 이렇게 애타는 항의투쟁 하는거자너? 아님 6월항쟁때처럼 압도적다수의 물리력으로 경찰 무장해제시키고 진국했던거 기억하나? 그렇게 하기위해 조직을 목심걸구 하는게 맞지. 근데 그런 힘과 노력이 부족하자너. 해서 지금같은 투쟁하는데. 사실 미치겠다. 그런데 겨우 인텨뷰기사보고 이런 꼬리나다냐? 정말 한심하다. 개념없으면 읽고 그냥 새기기나하지 뭔 할일 없어 끄적거리냐? 생각좀 갖고 삽시다. 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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