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어려워도 민주노총이 '원칙' 버릴 수 있나"

[인터뷰] 전재환 민주노총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

비정규직 관련 법안을 둘러싸고 국회 환노위와 민주노동당, 민주노총은 눈코뜰새 없는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다. 여기에 한국노총과 일부 시민단체들이 전격적으로 노동계 안을 수정해 발표하고, 한나라당은 '기간제 사용기간 3년'을 주장하고 나서는 등 비정규 법안의 내용과 처리 여부는 매일의 변수로 한치 앞을 예상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

지난 1일 총파업을 선언했던 민주노총은 국회 본회의 일정이 임박하자 2박 3일간 간부 상경투쟁을 배치했고 8일 총파업, 9일 전국노동자대회를 앞두고 있다. 이 와중에서도 기간제 사유제한 적용, 불법파견 고용의제, 원청 사용자성 인정과 책임 강화, 특수고용노동자 노동기본권이라는 4대 요구를 줄곧 고수하고 있는 민주노총은 정부여당과 보수언론으로부터 '비현실적인 원칙만 주장'한다는 공세에 시달리고 있기도 하다.

국회 앞 1인시위와 선전전 도중 100여 명 연행, 오후 2시 집회와 3시 연좌농성 등으로 6일 하루도 꽉찬 일정을 보낸 전재환 민주노총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을 이날 저녁 최인희 기자가 만났다. 전재환 비대위원장과의 인터뷰에서 비정규법안 관련 전망과 투쟁 계획 등에 대해 자세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전재환 위원장은 현재 논의되고 있는 비정규법안에 대한 위기감을 상당히 느끼고 있었으며 결론적으론 "원칙을 지켜야 하고, 이를 위해 싸워야 한다"는 주장을 견지했다. 다만 이를 위한 투쟁의 조직과 확대가 민주노총의 과제이자 관건으로 보인다. 아래는 전재환 위원장과의 인터뷰 전문이다.


비정규법안과 관련해 12월 1일 총파업 투쟁을 전개한 이후 지금까지의 투쟁 경과와 계획을 대략적으로 설명해 달라

민주노총이 비정규권리입법 쟁취를 위한 총파업투쟁을 12월 1일과 2일, 이틀간 진행했다. 1일보단 2일의 규모가 한참 줄었고(1일은 6만 명, 2일은 2만 명 정도였다) 규모면에서만 보면 예년보다 적었던 것이 사실이다. 예년에 민주노총 파업을 지탱해 왔던 중소규모 사업장의 노조들은 대부분 참여했고, 대공장들이(대공장들이라고 해야 현대, 기아 두 곳의 노조지만) 빠지니까 숫자가 그렇게 나온 거다.

3일날은 문화제 형식으로 진행했는데, 1일과 2일 진행한 파업의 피로도 때문에 힘있게 되진 못했다. 4일 일요일은 농민 투쟁과 연대해서 광화문 투쟁이 있었는데 생각했던 것보다는 모인 인원도 많았고, 오랫만에 광화문 사거리에서 집회 하게 된 거에 대한 승리감이랄까, 광화문 사거리를 잡았다는 데서 이후 투쟁의 자신감을 많이 붙이게 된 계기였다. 5일부터 7일까지는 간부 상경투쟁을 조직했다. 애초에는 3천 명 정도 생각했는데 실제 참가율은 생각보단 저조하다.

이후 진행될 투쟁 계획은, 8일엔 다시 총파업 투쟁을 하기로 잡혀있고 9일엔 전체 간부, 활동가 등을 대상으로 노동자대회를 서울에서 개최하는 걸로 계획이 되어 있다. 8일 총파업 규모는 1일의 규모보다는 클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환노위 의사일정과 연동시켜서 판단할 텐데, 현재 환노위가 오늘까지 법안 심의를 하고 있는 중이고 내일(7일) 2시에 다시 소집해서 각 당 별로 또는 의원들이 자기 쟁점에 대한 입장을 정리해 오기로 했고, 이를 토론해서 법안 처리 방향에 대해 논의한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내일 정리가 될지, 정기국회 내에서 처리하는 절차로 강행해서 밀어붙일지, 임시국회로 넘어갈지에 대한 판단은 내일 가능할 것 같다.

요구하고 있는 4대 쟁점인 기간제 사용사유제한, 불법파견 고용의제, 원청 사용자성 인정과 책임 강화, 특수고용노동자 노동3권 보장 등의 내용은 아마 법안을 제정하는데 포함될지 안될지 내일 법안심사소위 논의 결과를 봐야 알수 있을 것 같다. 다만 예상되는 것은 우리 요구를 수용할 준비가 안돼 있는것 같다는 것이다.

민주노총은 지난 1일, 총파업에 돌입하는 기자회견을 하면서 "총파업 규모가 작은 것 아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현장의 생산라인을 멈추는게 목표가 아니라, 심각한 비정규직 문제를 사회적으로 알려내는 것이 목표"라고 했었다. 그런데 사실상 투쟁 동력이 다소 낮아 민주노총의 이런 목표가 파급력을 갖기 어려운 실정이 아닌가

사실상 현장에 조합원들의 투쟁의지가 높다면, 우리가 더 강하고 확대된 투쟁 전술을 쓸 수 있지만 조합원 정서가 이를 못 받쳐주는 측면이 없지 않아 있다. 10시부터 파업 돌입 지침은 내렸지만, 오후 4시간 파업을 하고 거리로 나오는 유연성을 주기도 했다. 파업이 실제로 성사돼야 길거리로 쏟아져 나올 것이기 때문에 파업 자체는 중요하다.

하지만 제조업의 경우, 사업장마다 차이가 있긴 하겠지만 8시간 파업을 선언하고 조합원들을 결집해서 지역별 집회를 가지려고 하면, 조합원들이 아예 출근조차 안하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런 측면에서 보면, 좀더 많이 결집시키고 좀더 많이 집회에 참여시키려면 (오전에는 일하고) 오후에 4시간 파업을 해서 나온다든지 하는게 더 효과적이라는 생각도 있었다.

그렇다면 1일부터 지금까지의 투쟁을 보며 위원장으로서 평가하자면 어떨까. 비상대책위원회 체제이기 때문에 투쟁을 조직하기 더 어려운 점은 없었나

솔직히 생각했던 것에 많이 못미친다. 파업에 돌입하는 숫자도 중요하겠지만 오늘 있었던 간부들에 대한 집결투쟁, 그것도 민주노총에서 유효하게 사용할수 있는 동원전술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생각보다 훨씬 떨어졌다. 떨어진 이유로 보자면, 단위 사업장에서 열의를 가져줘야 한다. 총연맹이든 연맹이든, 실제 단위사업장 위원장들이 자기 책임의식 하에 간부들을 조직해내고 그런 의지들을 보여주지 않으면 누구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사업장이 정말로 어려워서 파업을 못한다고 하면 간부들 수준 정도의 결의가 있어야 한다. 간부들만 나와도 국회 앞이 훨씬 더 북적거리고 힘있게 진행될텐데 왜소하게 된 것에 대해서는 상당히 불만족스럽다.

하지만 투쟁이 기대에 못미친 것은 꼭 비대위 체계라서 그렇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다. 갖고 있던 문제의식은, 우리가 기존에 해왔던 사업 관성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긴장되는 국면이라고 하면 그에 맞는 움직임들이 보여져야 하는데, 그런 긴장감들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관성화돼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최근 한국노총이 발표한 최종 수정안에 대해서 민주노총은 즉각 이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공조 파기를 선언했다

즉각적 공조 파기는 사전 예고를 했었기 때문에 당연한 수순이었다고 생각한다. 11월 28일에 '한국노총에서 29일날 기자회견을 해서 수정안을 제출하겠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래서 28일 저녁 8시부터 11시 반 정도까지 양쪽 지도부가 만났다. 우리가 요청을 해서 가진 간담회였고, 그 자리에서 "이렇게 수정안을 제시해서는 안된다"며 우리 입장을 설명하면서 지도부를 설득했다.

"수정안을 제시하면 공조를 파기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더니 한국노총 이용득 위원장은 "그동안 같이 밥도 굶고 투쟁도 같이 하고 하면서 공조를 해왔는데 공조가 깨질 수 있다고 하니 다시 생각해봐야 하겠다"고 발언했었다. 배석한 한국노총 실무자들은 이용득 위원장이 생각해보겠다고 대답하자 이에 반발하며 기자회견을 반드시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최종적으론 한국노총에서 "고민하겠다"고 답변했고, 뒤에 회의를 종료하고 30분 뒤에 연락을 받았는데 일단 안하기로 했다고 통보받았다.

29일날 한국노총은 내부적으로 아마 장시간 동안 기자회견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에 대한 토론을 했던 걸로 알고 있고, 결국 30일날 기자회견을 하겠다고 얘기가 됐다. 그래서 그날 저녁 개인적으로 다시 한 시간 정도 이용득 위원장을 만났다. 한국노총의 수정안 내용 자체가 국가인권위, 또는 시민단체에서 제기하는 수준도 되지 않는다는 것에 대한 문제제기를 했고, 만약 한국노총이 행보를 그대로 한다면 민주노총은 공조가 깨졌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용득 위원장은 개인적으로 "그렇게(공조 파기) 되지 않도록 애써줬음 좋겠다"고 말했지만, 내 개인적인 판단이 아니라 파업을 앞두고 있었고 조합원들이 갖는 문제인식이 있는, 조직적 관계에서의 판단이기 때문에 이용득 위원장이 원하는 답을 할수 없는게 죄송스럽다고 얘기했다.

한국노총은 민주노총을 향해 "시간이 없는데 파업과 투쟁으로 일관하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말하고 있다. 최근 일부 언론에서도 한국노총이 고심끝에 현실적 결단을 한 것이고, 민주노총은 원칙만 고수하고 있다는 비판이 있다. 이에 대한 입장은 어떤지

한국노총이 수정안을 제출한 것이 언론에서는 마치 최선의 선택인 것 같은 뉘앙스로 보도하고 있고, 그 점에 대해선 불만이다. 원래 법을 제정 또는 개정하려는 취지가 비정규노동자들에 대한 차별을 막고 권리보호를 하기 위한 것이었는데, 취지와는 완전히 다르게 거꾸로 역행하는 상황으로 갔기 때문에 내용에 대한 분석보다는 현실 힘의 관계를 기준으로만 보고 판단하는 오류가 포함됐다고 생각한다.

현실의 힘 역관계는 항상 존재하기 마련이고, 아무리 어렵다고 해도 놓치지 말아야 될 기본 원칙이 있는 것이다. 우리가 말하는 원칙이란 법 개정 취지도 그렇고 이후의 노동운동을 하면서도 노동자들에 대한 전반적인 권리향상의 기본까지도 놓쳐버린다고 하면 노동운동의 의미가 없어진다는 것이다. 언론의 보도는 힘의 관계만 놓고 판단하고, 그 선상에서 현실적 판단으로서만 받아들였던게 아닌가 생각한다.

한국노총은 양대노총 공조 파기에 대해 계속적인 아쉬움을 표출하면서, 내심 관계 복원을 바라고 있는 것 같다.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은 "내년 초 민주노총 임원선거가 마무리되는 시점에 양대노총 공조를 복원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28일날 만났을 때도 (이용득 위원장이)그런 얘기를 한 적이 있다. 공조가 깨지는 게 지도부의 판단이 아니라 조직관계이기 때문에, 설령 비대위이기 때문에 공조가 깨졌고 차기 지도부가 들어오면 새롭게 복원하면 된다고 생각한다면 위험한 생각이다. 차기 지도부가 들어온다 하더라도, 전체 조합원들이 갖는 충격을 무시하고 새롭게 공조를 설정한다든지 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런 오판은 안했으면 좋겠다고 분명히 제시했다.

한국노총의 발표 직후에 '사회양극화해소국민연대'에서도 한국노총과 비슷한 입장을 냈다. 한국노총 때완 달리 민주노총은 이에 대해 공식적인 의견 표명이나 대응을 하지 않았는데. 소속단체로서 민주노총이 이후 양극화해소국민연대와 함께 하기 어려운 점이 있진 않을까

양극화해소연대에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소속이 되어 있다. 양극화해소연대에서 한국노총이 수정안을 내기 전에 추진했던 과정이 좀 있었다. 비정규직 법안이 표류되거나 미뤄져선 안된다고 했고 연내에 만들어져야 하는데, 최소한 만들어지려고 하면 국가인권위의 의견도 있고 시민단체가 포함된 양극화연대에서도 나름대로 기준이 있을텐데 정리해보겠다고 했고 그 정리된 내용을 28일 발표했었다. 원칙적으로는 민주노총과 큰 차이가 없었기 때문에 사실상 환영할 만한 것이었다. 어쨌든 한국노총 수준보다도 높은 수준의 원칙적 의견을 제출한 것에 대해서 환영했던 바였다.

그런데 이들이 한국노총 발표 다음날 구체적 법안을 던졌던 거다. 민주노총이 그것에 따른 논평을 안했던 것은, 원칙론을 제기하면서 한국노총에게 시민단체 수준만도 못하다고 비판했었는데 (사실 구체적 조정안 자체를 보면 불법파견 고용의제가 들어있어 한국노총보단 낫다) 우리가 시민단체 의견에 일희일비하는 상황으로 비쳐지는 것, 전날은 좋다고 했다가 다음날은 이게 아니다라고 하는 것도 적절치 않겠다고 생각했다. 일단 우리의 입장으로 밀고 나가고, 그렇게 정리하는게 좋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그런 측면에서 간접적으론 시민단체들의 행보에 대해 유감표시를 한 적이 있다.

양극화해소연대의 가장 중요한 의제인 11가지 문제의 입법 청원 중 첫 번째가 비정규직 문제다. 양극화 해소를 위한 중요한 과제가 비정규직 문제라고 하지만 양극화해소연대에 속해있는 각 단체들의 의견이 다양하게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다르고, 시민단체들의 의견도 각각 달라지게됐다. 양극화해소국민연대가 가장 중요한 비정규직 문제를 놓고도 통일되지 않았는데, 그리고 통일시키지 못했는데 이후에 제대로된 활동을 할 수 있겠느냐고 묻는다면 그건 추후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쉽지 않은 문제다.

민주노총은 줄곧 4대 요구가 담긴 권리보장 입법의 쟁취를 주장하고 있는데 권리보장입법의 쟁취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사실상 저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게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비정규권리보장 입법과 관련해서는 민주노총이 쟁점사항으로 제기하고 있는게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핵심 내용들이 빠져버린다고 하면 오히려 현재 제정을 안하느니만 못한 것 아니냐고 생각한다. 우리가 요구하는 조항들이 빠질 것 같다면 차라리 그냥 놔둬라, 손대지 마라는 거고. 단지 걸리는 것은 비정규직들에 대한 차별 해소 문제다. 동일노동 동일임금이라는 한 가지가 걸리긴 하는데 그 내용도 법적 실효성을 거두기 위해선 제출된 법안들에 일정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겠다.

(현행대로라면)차별에 대해서도 당사자가 시정요구를 해야 하는 거고, 시정 요구를 안하면 그마저 무의미하게 될 것이며 노조가 이를 실행할 수도 없게 된다. 법이 과연 얼마나 실효를 거둘지에 대한 의문이 들긴 하지만 없는 것보다는 낫다고 판단하면 차별을 철폐하는 조항 하나가 걸리긴 하는데 나머지는 사실상 후퇴되는 안이다. 기간제 노동자와 관련해서도 경총안 3년으로 하고 해고를 제한한다든지, 한국노총 제안대로 2년 사용하고 고용한다든지 이런 내용에 있어서는 지금 현재 조건보다 나아지지 않았다.

오히려 근로기준법 23조에 계약직 임시직 노동자에 대해서 1년이라고 하는 기간설정이 돼 있는데 그걸 무시하고 사용자들이 탈법적으로 해왔던 내용들을 합법화시켜주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판단한다. 그럴 바엔 현행대로 가는게 낫겠다는 판단을 솔직히 하고 있다. 핵심 쟁점이 포함 안된다고 하면 사실상 저지시키는게 맞는게 아니냐. 저지하면 이후 논의할 수 있는 여지라도 있지만, 개악안이 통과되면 5년이 걸릴지 10년이 걸릴지 손질하기 만만찮은 조건들이 붙어 있다.

민주노동당이 '단계별 처리'라는 방안을 내놨다. 차별 시정 등 의견 접근이 된 부분만이라도 통과시키고, 사유제한 등 미합의된 쟁점은 추후 노사나 노사정의 합의로 보충하자는 의견이다. 민주노동당의 이런 제안을 민주노총은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나

민주노동당은 고민스러운 점이 없지 않아 있을거라고 생각한다. 쌀협상 비준때도 물리적 저지를 위해 애를 썼었고, 그 물리적 저지 방식에 대해 국민들이 보는 시각이 별로 적절치 못하다는 제기도 있었다. 비정규직 법안도 현재는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 입장이 다르진 않다. 핵심 쟁점에 대해선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는 것. 그것이 포함 안될때는 다시 또 강력한 원내 투쟁을 통해 저지해야 한다는 거다.

그런데 자꾸만 저지라고 하는 수순에서, 뭔가 공세적이지 못한 것을 돌파하기 위한 하나의 고민이었지 않나 하고 생각한다. 법안을 직접 심의하는 과정에 있는 당에서는 그런 복잡한 정세 지형들을 감안한 내용이라고 보아진다. 사실상 민주노총이든 한국노총이든, 노사정이 지난 4월달까지 협상해 오면서도 합의된 부분을 먼저 처리하자고 하는 의견들을 제출하기도 했었다. 노사정대표자 간담회하고 할 때, 합의내용을 분명히 문서화하고 넘어가자는 의견이 있었는데 사용자측이 거부했다. 총괄적 합의가 돼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그리고 딱 부러지게 의견일치가 안된것도 많다. 가령 동일노동 동일임금 관련해서 우리는 동등처우라고 접근했고 사용자측은 차별금지라는 문구로 정리했다. 구체적 내용으로 보면 사용자측은 '성과'를 조건으로 넣어야 하며 이것을 합의했고 의견일치가 됐다고 주장하지만 통일되지 못한 측면이 없지 않아 있다. 지금은 우선 의견일치가 된 부분만이라도 처리하자고 하면 사용자측은 동의하지 않을 게 뻔하다. 당에서도 그런 입장을 밝혔다고 하지만 제가 보기엔 쉽진 않을 거라고 보아진다. 민주노총은 일괄해서 처리하는게 좋겠다는 생각을 기본적으로 견지하고 있다. 하지만 만약 민주노동당이 제안한 내용이 받아들여져 그렇게 처리된다면 그 자체에 대해서 반대하진 않겠다.

오늘(6일) 기자회견에서 본회의 처리 시점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도 '대국민토론회'를 제안한 것은 '단계적 처리' 입장을 들고 나온 민주노동당과 사전 교감이 있었던 건 아닌가

그렇진 않다. 토론회를 제안했던 이유는 며칠 전부터 이목희 열린우리당 의원이 민주노총에 대해 상당한 비난성 입장을 내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조선일보 보도에서도 그렇고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토론하는 과정에서도 그랬다. 이목희 의원이 주장한 구체적 내용을 보면 "민주노총은 원칙만 제기하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생각하지 않는다", "조직 내부적으로 좌파 맹동주의자들이 사이비 진보운동을 가장하고 있다"는 등 이런 단어들까지 사용했다.

또 이목희 의원은 "민주노총이 말하는 기간제 사유제한이 법안에 포함된다면 기간제 노동자들은 실업자로 전락할 것"이라는 근거없는 주장으로 국민들을 호도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당사자들, 관계자들 앞에서 과연 어떤 입장이 논리적으로 맞는 것이고 이치에 타당한 것인지 제대로 판단할 기회를 제공하자는 취지로 토론회를 제안했던 것이다.

만일 8일과 9일 국회 본회의에서 민주노총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은 채 법안이 처리된다면 그 후의 토론회 개최는 의미가 적어지는게 아닌가. 정부 안대로 법안이 통과됐을 때의 대응은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

TV토론 등 몇 건의 토론회는 이미 준비하고 있다. 본회의가 어떻게 될지 몰라서 이후 국회일정을 봐야 할 거 같지만 그 전에라도 빠른 시간내에 토론해야 한다. 시간이 촉박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토론회를 통해 제대로 만들어내는게 필요하다. 본회의 관련해서는 숫적으로 299명 중 민주노동당이 9명이기 때문에 본회의에 올라가기만 하면 무조건 처리하려고 하는 의사에 맞게 진행될게 불보듯 뻔하다.

이 법안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지속적으로 알려내고, 이후에 반드시 개정하려고 하는 노력들이 필요하기 때문에 그 투쟁의 연장선상으로 만들자고 한다면, 파업한다고 하더라도 저들은 통과시키기 위한 수단들을 동원할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파업하고 투쟁한다는, 이후 우리가 싸울 수 있는 명분을 만들어 놓는게 필요하다는 취지다. 비정규노동자들이 현실적으로 갖고 있는 고통을 헤아리지 못하는 법안이 통과된다면 분노를 확실히 보여줘야 할 것이다. 위정자들이 마치 노동자를 위하는 것처럼 생색내면서 실제론 자본을 위한 법을 만드는 짓을 다시는 못하게 저항 투쟁을 해야 한다.

법안 처리 시점에 대해선 어떻게 전망하고 있나? 만일 법안이 2월 임시국회로 넘어간다면 로드맵 저지 투쟁과 맞물려 부담이 더 커질텐데

한나라당에서 예산 처리와 관련해 제동을 걸고 있기 때문에 정기국회 연장 여부가 아직 불확실하다. 정기국회 폐회가 9일이라 해도 예산 처리를 위해 바로 소집할 수 있기 때문에 비정규법안도 연장된 회기에서 연이어 처리하려는 움직임이 있을 수 있다. 개인적으론 2월까진 안가리라고 보는데, 물론 희망은 우리의 요구안을 담은 입법이 연내 처리되는 것이고 그 주장에는 변함이 없다. 국회가 연장된다면 천막 농성도 당연히 연장하고 오히려 현장을 더 조직하고 농성도 더 확대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만에 하나 2월로 넘어간다고 하면, 비정규직 법안 문제를 장기간 토론하고 국회 논의 과정에서 지치고 힘들었던 측면도 무시할 순 없지만 로드맵이라는 새로운 쟁점을 맞이하게 된다. 로드맵 문제는 신자유주의의 완성판이라 할 수 있는 '노동자 죽이기'의 또 하나의 도구이기 때문에 이것을 묶어서 더욱 폭발적인 투쟁을 관철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한편으론 '신자유주의'라는 동일한 문제에서 발생했다고 보는 농민 문제에 대해, 양쪽이 다 노동자-농민 연대를 주장하고 있지만 공동집회나 촛불집회 등 다소 형식적인 연대에 치우쳐 있는게 아닌가 한다. 보다 효과적으로 신자유주의 공세에 저항할 수 있는 공동 대응에 대한 고민이 있는지

농민 연대투쟁과 관련해서 집회 정도로 연대해왔고, 내용적으로도 이게 분리된 것이 아니라 소위 말하는 신자유주의 초국적 자본에 의한 민중의 고통이 그대로 이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신자유주의에 대한 제동을 걸기 위한 투쟁이 필요하다. 집회투쟁 정도는 같이 해왔었는데 어쨌든 양 조직이 더 강고한 내용적 결합을 탄탄하게 만들어낼 필요도 있다고 보여진다. 그런 과정 이전에 민주노총의 숙제는 있다는 생각이다. 우리 조직 내에서도 더 완강하고 강고한 조직이 갖추어지는 한편 농민들도 더 완강하고 강고하게 조직되고, 조직 대 조직으로서의 연대를 실현하는 것이 현실적으론 유효하게 바라보고 있는 전술이다.

현재는 민중연대를 통해서든 각기 묶일수 있는, 논의될 수 있는 구조가 있긴 한데 새로운 농민 투쟁, 노동자투쟁 국면 과정 속에서 새로운 체계가 필요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편으로 한다. 워낙 지금 현재 비정규직 투쟁 관련해서 정신이 없기 때문에 내용을 구체적으로 고민하고 할 수 있는 시간적 여력이 좀 없고 우리 조직도 아직까진 당위성에 머물러 있는게 아닌가 한다. 조금 더 현실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

전망들을 분명히 만들어내는 그런 과정이 필요한 게 아니겠나. 신자유주의라고 하는 초국적 자본에 대한 대응들이 단시간 내 끝장날 순 없다고 보기 때문에 조금 더 멀리 보자면 양 조직, 또는 빈민이라든지 각 민중진영들의 조직발전 전망을 접목시킨 새로운 지향점도 만들어낼 필요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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