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민주노조 원칙 어떻게 세울 건가

[정책비교](1) - 모든 선본 핵심구호 ‘혁신’, 구체적 방안은?

2월 10일 대의원대회에서 진행될 4기 민주노총 임원보궐선거를 앞두고 각 후보 진영의 선거운동은 중반을 넘어서고 있다. ‘참세상’은 각 후보들이 생각하고 있는 민주노총의 위기 진단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 등에 대해 서면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서면 인터뷰는 각 선본의 사무총장 후보를 상대로 진행했다.

민주노총 임원보궐선거 정책 비교를 위한 질문

(질문1) 민주노총은 지난 강승규 前 수석부위원장의 비리사건으로 4기 지도부가 총사퇴 하는 등 위기를 겪었다. 민주노조운동의 원칙이라고 할 수 있는 도덕성 문제부터 혁신을 위한 다양한 방안이 제시되고 있는데 '혁신'과 관련한 선본의 정책 전반에 대해 알려달라.

(질문2) 일각에서는 민주노총 혁신의 일환으로 직선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출되고 있다. 1, 3번 후보도 정책으로 직선제를 제기하고 있는데 현 선거체계의 문제점이 있다면 지적하고 극복방안을 구체적으로 밝혀달라.

(질문3) 산별 전환 문제가 각 연맹과 노조의 중대 과제로 부각되고 있다. 선본에서 생각하시는 산별의 상과 산별을 건설하기 위한 과정과 목표가 어떻게 되어야 하는지 밝혀달라.

(질문4) 민주노조운동에 있어 비정규직노동자 문제는 빼놓고 얘기될 수 없다. 대기업노조 중심의 민주노총 운동에 대한 평가와 비정규직 노동자 조직화 방안을 제시해달라. 또한 비정규직노동자의 목소리를 대의체계에 반영하기 위한 방안을 말해달라.


  지난 10월 18일, 비리근절 종합대책을 발표하는 기자회견 [출처: 참세상 자료사진]

출범 10주년을 맞이한 민주노총은 사회적 교섭 찬반논쟁, 노조지도부 비리사건, 이수호 위원장 사퇴 등 어느 해보다 많은 고통을 겪었다. 이는 ‘민주노총의 위기’ 나아가 ‘노동운동의 위기’ 논쟁의 중심에서 내내 크고작은 비판을 감수해야 했다.

모든 선본이 ‘혁신’이라는 단어를 핵심구호에 포함시키며 현재 민주노총이 처해있는 위기의 극복을 한 목소리로 이야기하고 있다. 민주노조운동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도덕성마저 무너져버린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현재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사무총장 후보들에게 물었다.


1번 이해관 사무총장 후보
“조직을 송두리째 리모델링해야”


  이해관 사무총장 후보 [출처: 참세상 자료사진]

노동운동의 타락과 부패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대기업노조 선거는 심지어 ‘1억’의 돈이 든다는 얘기, 노조 간부가 자신의 작업대에 비정규직을 배치하고 자신은 일 안 하면서 활동했다는 얘기, 심지어 회사와 노조 간부들의 거나한 술판 얘기, 대의원이 술 마시고 전화하면 회사 관계자가 나와서 결제한다는 말, 취직하려면 노조 간부에게 줄 대야 한다 등등. 왜 혁신이 필요한지, 강승규 전 수석부위원장의 ‘비리’ 사건으로 살피자. 그는 갈취 또는 구걸해낸 돈으로 개인 뒷주머니만 채우지 않았다. 이 사실 만으로도 이 사건이 ‘개인 비리’로 규정될 수 없음을 말해준다.

그 사건이 터졌을 때, 민주노총에는 ‘항의 전화’가 거의 걸려오지 않았다. 활동가들이 이미 실망과 분노를 넘어 ‘체념’했다는 뜻이요, 대다수 조합원들은 아예 ‘기대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민주노조 기풍이 살아있었을 때에는 그런 일이 벌어지면 ‘집행부 총사퇴’가 당연했는데 그 상식이 이제는 통용되지 않으니, 이미 민주노총이 썩어문드러졌다는 말이다. ‘혁신’도 보통 혁신이 아니라 ‘몽땅’ 뜯어고쳐야만 새 살, 새 생명이 가까스로 돋는다. 우파에서 좌파로, 사람을 바꾼다고 될 일이 아니다. “우파보다는 (지금의 좌파가) 낫다”는 주장은 자기 위안에 지나지 않는다. 상층부의 노동관료나 활동가들의 ‘써클’에 기대할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어찌해야 하는가? 조직을 송두리째 ‘리모델링’하고, 운동 지도부가 앞장서서 ‘감옥’으로 가야 한다. 주요 현장투쟁에는 전국이나 지역의 지도부가 직접 결합하여 끝까지 투쟁을 책임진다. 이 혁신의 흐름이 ‘밑으로부터’ 올라와야 한다.

동지들의 눈물을 닦아주는 일도 게을리 하지 않아야 떠나갔던 마음들이 돌아온다. 해고/구속자는 ‘민주노총이 책임지고’ 보살핀다. 그리고 ‘공부하고 배우는 기풍’을 일으킬 일이다. 전평과 70년대 민주노조와 전노협의 선배 활동가들을 ‘명예조합원’으로 위촉하고, 의결과정에 참여케 한다. 운동원칙에서 어긋난 어용 조직에게는 단호하게 ‘규율’을 적용한다.

정색하고 돌아보자면, 이 모두가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니다. 투쟁부터 먼저 헌신적으로 하고, 그래서 ‘기풍’이 얼마쯤 살아나면 대대적 ‘리모델링’에 나서고, 그리하여 조합원을 주체로 세우면 또 기풍이 드높아진다. ‘뜻’이 없는 사람들은 ‘현실 여건’을 핑계로 삼지만, ‘뜻’이 있으면 얼마든지 ‘길’을 찾는다.

2번 김태일 사무총장 후보
“핵심은 노동운동의 이념, 변혁성의 문제”


  김태일 사무총장 후보 [출처: 참세상 자료사진]

작년 한해는 민주노조운동이 수 십년간 쌓아왔던 도덕성과 정치적 권위가 하루 아침에 땅에 떨어지는 사건들이 줄줄이 이어졌고, 내부적으로도 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다. 사실 비리문제와 관련해 노동운동의 도덕성 탓만 하는 것은 오히려 자본의 공세에 빌미를 주고 있다는 제기도 있다. 그러나 자본의 공세와 우리 스스로 도덕적으로 무장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다.

사실 자본과 정권의 노동운동에 대한 탄압과 음해, 그리고 노동조합 상층부를 회유, 매수하여 자신들의 통제 하에 두고자 하는 음모와 획책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수십 년간 자본의 전위대로 역할을 해온 한국노총 상층부의 타락은 대표적인 예일 것이다. 노사협조주의로 대표되는 노조운동 내의 기회주의적 흐름 역시 자본이 심어 놓은 악의 씨앗이 내외적인 조건과 맞물려 개화된 자본 이데올로기의 변형일 따름이다.

그런 점에서 노조 상층부의 도덕적 타락과 배신, 이들이 퍼뜨려온 자본 이데올로기의 오염 등은 현 시기에만 존재하는 위기의 징표가 아니다. 노동과 자본 간의 계급적 대립 사이에서 항상 존재해 온 ‘상수(常數)’이며, 오히려 노동운동은 이와 같은 ‘오염 요소’들을 제거하고 투쟁하는 과정에서 자신을 유지하고 발전해 온 것이다.

그동안 민주노총 소속 사업장에서도 상당히 오래 전부터 사측과의 거래가 마치 교섭력인 것처럼 포장되어 공공연히 행해져 왔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같은 관행(?)과 독소들을 과감하고 철저하게 도려내는 것은 한편으로는 도덕적 긴장을, 한편으로는 해이해진 계급적 긴장을 복원시켜 내는 과정이다. 이를 위해 규율위원 직접 선출, 규율위 활동에 대한 정기적인 공개 보고체계 수립 등을 통해 규율위원회를 재구성하고 강화하겠다.

그런데 이 같은 현상이 발생하게 된 데에는 보다 근본적이고 본질적인 문제가 있다. 그것은 바로 노동운동의 이념, 변혁성의 문제이다. 특히 90년대 들어 소련 및 동구 사회주의의 몰락 이후 노동운동의 이념적 지표를 상실하면서, ‘노동해방’으로 표현되던 민주노조운동의 변혁 지향성이 무너져 내리기 시작한 것이다. 항로를 잃은 배처럼..

그래서 민주노조운동의 변혁적 이념과 노선을 정립하기 위해 ‘21세기 노동운동전략위원회’를 설치하겠다. 전략위의 활동은 현실과 유리된 새로운 ‘관념’을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에 깊이 천착하면서도 현실을 변혁할 전망과 구체적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되어야만 한다. 이를 위해 ‘전략위’는 소위 ‘전문가’들로만 구성하는 방식이 아니라, 기층 간부와 현장 활동가들의 대대적인 참여를 조직하여 그들의 고민과 문제의식이 녹아들고 반영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이 외에도 현재의 대의체계를 보완, 강화하고, 직접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토대를 마련할 것이다. ‘대의원 직선제’를 통해 대의원대회가 명실상부한 조합원들의 총의를 모아내는 대표기관으로서 자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할 것이며, 충분한 토론과 결의를 모아내는 대의원대회가 될 수 있도록 대의원대회 기간과 운영방식 등을 개선할 것이다.

또한 내셔널센터로서의 총연맹과 유기적으로 결합되어 운영되는 지역조직으로서 지역본부, 산별 연맹 지역조직들을 총괄, 지휘하는 지역센터로서의 지역본부의 위상과 역할을 정립하기 위해 인력, 재정, 역할 등에 있어서 혁신안을 마련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현재 노동운동의 위기 요인 중 가장 많이 거론되는 것 중의 하나가 활동가들의 분열과 대립이라고 할 때, 정파적 대결을 종식시키고 통 큰 연대에 근거한 통합지도력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노선과 입장의 차이는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문제는 그것이 개인과 특정 조직의 이해만을 위해 기여하고자 할 때 분파화되고 대중활동과 운동을 혼란에 빠뜨리게 되는 것이다. 건강한 정책의 제기, 충분하고도 민주적인 토론기풍, 결정사항에 대한 조직적 결의와 집행 등 사업기풍을 혁신하여 철저한 민주집중제가 관철되고 이를 통해 계급적 단결을 이룰 수 있도록 여러 가지 방안을 모색하겠다.

3번 이경수 사무총장 후보
“조합원들의 민주적 통제 없는 민주성의 위기”


  이경수 사무총장 후보 [출처: 참세상 자료사진]

노동조합 간부 비리사건은 민주노조운동의 자주성과 민주성을 근본적으로 파괴하는 중대한 문제이다. 강승규 비리사건과 같이 노동조합 핵심 간부가 사측과 결탁되었다는 점에서 자주성의 위기이다. 노조간부들에 대한 조합원들의 민주적 통제가 이루어지고 있지 못하다는 점에서 민주성의 위기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민주노조운동이 비리사건을 매우 엄격히 다루는 기풍를 세워야 한다. 강승규 비리사건 이후 이수호 집행부 사퇴문제를 논란하면서 집행부 측에서는 ‘노동조합이 도덕성에 발목이 잡히면 안된다’는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비리문제를 적당히 처리하는 관행이 정착하는 순간 민주노조운동은 구제불능의 길로 들어선다.

집행부의 일원이 비리사건에 관련되면 집행부가 조직적으로 책임지는 기풍이 서야 각급 조직의 집행부는 집행부 구성과정에서부터 일상활동에 이르기까지 비리요인을 척결하는 노력이 강화될 것이다. 당사자만 처리하고 나머지는 살아남는 식의 적당주의가 자리잡는 순간 민주노조운동은 망하는 길로 들어선다. 이수호집행부 총사퇴를 요구한 것, 그리고 강승규 비리사건으로 인해 치루어지는 이번 보궐선거에서 강승규 비리관련 세력이 자중해야 하는 것도 민주노조운동 비리척결을 위한 혁신의 한 내용이다.

비리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선 그간 거론되고 있는 비리사건들을 공개하고, 관련자를 엄단해야 한다. 작년 강승규 사건직후 민주노총 중집에서 교선실장이 언급한 27개 비리사건을 즉각 공개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특정 단위노조까지 언급하면서 제기된 이 문제가 이후 비리고발쎈타에 접수되었다는 보고도 없다. 그 진위가 반드시 밝혀져야 하며, 중집에서의 그 발언 관련 속기록과 비디오 촬영내용이 공개되어야 한다. 그리고 현재의 규율위원회는 혁신해야 한다. 규율위원은 대의원대회에서 선출하며, 필요할 경우 조직 외의 전문적이고 객관적인 인사를 포함할 수 있어야 한다.

노조간부 비리를 발생시키는 구조적인 문제들도 혁신되어야 한다. 노조지도부가 사측이나 정부인사들을 무원칙적으로 만나는 행위, 이른바 집행부의 ‘정치력’이란 미명 하에 물밑교섭을 하는 행위들을 척결해야 한다. 이런 곳에서 거래와 결탁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다음으로는 간부들의 대중운동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필요하다. 2005년 노조간부 비리사건 후 현대자동차 일부 대의원들이 발표한 바 있는 ‘활동가 행동강령’ 같은 것을 현장활동가들의 운동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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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 위기 , 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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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대의원

    대의원은 아니지만 조합원의 한 사람으로서 관심을 있게 지켜보는 중입니다. 2번 후보께서 지역 조직과 관련하여 "또한 내셔널센터로서의 총연맹과 유기적으로 결합되어 운영되는 지역조직으로서 지역본부, 산별 연맹 지역조직들을 총괄, 지휘하는 지역센터로서의 지역본부의 위상과 역할을 정립하기 위해 인력, 재정, 역할 등에 있어서 혁신안을 마련할 것이다"고 하였습니다. 지역조직의 중요성을 몸으로 느끼고 잇는 사람이어서 당부드립니다. "혁신안을 마련하겠다" 정도로는 그동안 경험으로 아무것도 되지 않습니다. 지역조직이 위상과 역할을 실제로 인정한다면 지역조직도 가맹단위(지금처럼 산하조직이 아닌)가 되어야 하고 그에따라 대의원 배정 등 의사결정과정에 참여가 가능하도록 해야 합니다. 그래야 말로만이 아닌 인력, 재정도 분담이 가능할 것입니다. 지역조직 관련 공약을 보다 정교하게 말로만이 아닌 실효성 있게 하기위해서 1번 후보처럼 연맹과 지역조직 대의원 배정을 50:50으로 한다는 것 처럼 구체화해주실 것을 요청합니다. 그럼 건투를!

  • 상근자

    상근자로서 부탁드립니다. 사실 추상적 공약 가지고는 후보들간에 차이가 드러나지 않습니다. 인물 내지 조직선거 이상 넘어서지 못하지요. 민주노총 지역조직 강화에 대해 구체적인 안을 제시해 주실 것을 저도 당부드립니다. 민주노총 건설 과정에서 놓치고 온 것, 비정규직 노동자 조직화와 정치적 노동운동 강화를 위해서는 지역조직의 강화가 중요합니다. 다들 인정하듯이. 문제는 이를 어떻게 현실화 할 것인가입니다. 그 구체적인 내용을 제시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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