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임원선거 직선제 필요한가

[정책비교](2) - 각 후보 필요성 공감, 근거는 조금씩 달라

4기 민주노총 임원보궐선거의 핵심 단어는 ‘혁신’이다. 이는 민주노조운동의 위기, 노동운동의 위기에 대한 공통적인 인식으로부터 나오고 있다. 특히 위기논쟁을 불러왔던 비리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 선본은 기구 건설부터 기풍쇄신 그리고 조직의 전반적인 개조가 불가피함을 주장했다.

이번 선거에서 민주노총을 혁신하기 위해 대의체계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제기도 이어지고 있다. 1, 3번 후보는 공통적으로 직선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를 제기하는 의미에서부터 구체적인 상에 이르기 까지 각 선본의 생각은 조금씩 다르다. 현 선거체계의 문제점이 있다면 이를 극복할 방안에 대해 사무총장 후보들에게 물었다.


  사회적 교섭을 둘러싸고 폭력사태까지 벌어졌던 35차 민주노총 대의원대회, 대기업 노조가 중심인 민주노총에서 대의원 체계가 다양한 의견을 받아 안지 못하고 있다는 제기가 이어졌었다. [출처: 참세상 자료사진]


1번 이해관 사무총장 후보
“직선제로 노동자 계급의 조직 확대를”


‘민주노총 임원선거’의 진행을 아는 조합원이 오히려 드물다는 사실이 지금 민주노총의 현주소다. 지금 이대로, 약간의 체계 손질로 ‘시늉’에 그친다면, 썩은 신체에서 풍기는 악취가 결코 가시지 않을 것이다.

첫째, 위원장과 임원들을 당장 직선하라! 선거 공정성 시비? 영국의 백 만명 규모 산별노조도 우편투표 방식으로 ‘직선’으로 뽑는다. 다른 전반적인 개혁과 함께 치른다면 ‘선거 기풍’은 금세 달라진다. 발상을 대담하게 바꾸어보자. 직선제로 치르는 민주노총 위원장 선거과정에서 TV 토론을 통해 노동운동의 방향과 사회 변혁에 대한 노동운동의 전략을 공개적으로 토론하고 각 지역, 공단마다 ‘노동계급 대표를 뽑는 선거에 참여할 분은 민주노총에 가입해달라’는 캠페인을 한다고 상상해 보라. 이 선거를 매개로 하여 모든 노동자계급의 조직 확대와 사회적 영향력을 얼마나 키울 수 있겠는가!

두 번째는 위원장과 임원의 임기를 2년 이내로 제한하라. 1년으로 줄여도 좋다. 아니면 ‘중간투표’를 도입한다.

세 번째, 위원장 직선에 못지 않게, ‘대의원대회’ 구조의 혁파도 절박하다. 조합비를 3천원밖에 거둘 수 없는 여성연맹은 그중에 천원을 ‘민주노총 조합비’로 올려 보내야 한다. 근래 들어 ‘여성비정규직 조직사업’이 꽤 진전되었다. 이렇듯 응달에서 묵묵히 실천을 일구는 ‘비정규직과 여성’ 동지들에게는 ‘대표권(대표성)’을 2-4배로 ‘할증’해서 배려해야 한다. ‘비정규직’ 문제가 (민주노총이 제대로 막지 못한 원죄 탓에) 적어도 ‘구호’로는 대접받았던 반면, 중소영세 노동자들은 아예 관심 대상에서도 소외되어왔다. 중소영세 조직 대표는 ‘당연직 대의원’으로 해야 한다.

2번 김태일 사무총장 후보
"직선제는 하나의 제도, 정파구도 극복해야“


임원 직선제가 조합민주주의를 강화하는데 크게 기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라는데 아무런 이견이 없다. 특히 우리나라 민주노조운동은 초기부터 현장으로부터의 직접 민주주의 전통을 훌륭하게 만들어 왔고, 그것이 대단히 어려운 조건과 탄압 속에서도 건강성과 전투성을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이라고 생각한다.

직접민주주의는 요체는 모든 결정-사업 및 투쟁, 대표부 구성, 재정 등-에 대한 권한을 조합원 대중 스스로 가진다는 것이며 그 전제는 조합원들의 주인의식이다. 임원 직선제는 조합원들이 자신의 대표부(지도부)를 자신의 손으로 직접 선출(또는 소환)함으로써 지도력 행사에 있어 조합원 스스로의 권한과 영향력을 크게 하고, 지도부 역시 조합원 대중의 지지와 신뢰를 받아야만 자신의 활동을 제대로 수행하고 잘 할 수 있는 구조를 제도화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직선제는 직접민주주의를 실현하는데 있어서 빼놓을 수 없는 핵심적인 제도 중 하나일 뿐 아니라, 조합원들의 주체적인 참여를 보장하는데도 크게 기여할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직선제는 직접민주주의를 실현하는데 있어 형식 또는 제도의 하나일 뿐이라는 사실 또한 잘 알아야 한다. 제아무리 형식과 제도가 훌륭하다 하더라도 그것을 뒷받침해 줄 내용이 부실하게 되면 오히려 훌륭한 제도와 형식이 무색하게 된다. 임원 직선제도 마찬가지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현재의 정파구도와 분파적 대립이 극복되지 않는 한 직선제는 오히려 분열을 조합원들에게까지 확산시키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점이다. 몇 몇 지역본부에서 치뤘던 직선제가 부정시비 등의 홍역을 앓고 있고, 심지어 조직마저 마비되는 결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은 우려스러운 일이다.

충분한 조직정비와 제도적 준비, 조합원들의 적극적이고 주체적인 참여를 끌어내기 위한 과정을 조직해 들어가면서 임원 직선제를 준비해야 한다. 지난 2기 임원선거에서도 직선제를 들고 나왔던 후보가 있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그가 당선된 후에도 직선제는 이루어지지 못하였다. 선거용으로, 구호로 외쳐지는 직선제가 아니라 진정 조합원을 주인으로 세우는 제도로 만들어내기 위해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임원선거만이 아니라, 민주노총의 주요 정책과 투쟁의 결정에 있어서도 전 조합원들의 의견을 묻는 총투표는 앞으로도 끊임없이 고민되어야 하고, 정착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3번 이경수 사무총장 후보
“선거관리문제로 직선제 유보 안 돼”


지도부선거란 단순히 사람을 뽑는 데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선거과정을 통해 조직을 진단하고, 사업을 평가하며, 이후를 전망한다. 그리고 그에 근거한 민주노총의 사업방향을 결정하며, 실천결의를 높이는 과정이기도 하다. 그런데 노동운동에서 운동방향과 노선에 따른 정파는 있기 마련이며, 선거과정에서 각 정파는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들이 지지하는 후보를 내게 된다. 그 과정에서 후보기준을 조합원들의 판단기준이 아닌 정파의 기준에 따르는 경우가 많고, 대의원들도 대체로 정파별 경향에 따라 구조화되어 있기 때문에 그 기준이 통용되고 있다. 그 결과 임원후보는 대중적 실천 보다는 정파 내에서의 힘 관계로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800여명의 대의원이 민주노총 임원을 선출하는 제도 하에서는 이 중요한 과정에서 조합원들이 소외될 수밖에 없다. 선거를 통해 조직이 새로운 활력을 얻고, 조합원들의 참여와 투쟁결의를 높이며, 조합원들로부터 직접 선택되어 지도력을 높이는 과정이 되지 못하고 있다. 지도부는 조합원들을 중심에 두고 사업하지 않는다. 조합원들을 두려워하지도 않는다. 연맹이나 단위노조의 조합원 직접선거에서 떨어진 사람들이 곧바로 민주노총 임원후보로 나서는 것을 별로 개의치 않는 것도 민의를 두려워하지 않는 간선제의 문제이다.

민주노총 임원직선제는 1999년 2기 집행부 혁신위원회에서부터 본격적으로 논의되어 왔다. 그간 논의과정에서 절대다수는 직선제가 원칙적으로 필요하다는 의견이었다. 다만 선거관리 문제 때문에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있었다. 그러나 선거관리문제를 이유로 직선제를 더 이상 유보해서는 안 된다. 한국사회에서 민주노총 조합원들만큼 선거를 일상적으로 치르는 사람들이 있겠는가? 단위노조는 물론이고, 많은 연맹과 지역본부가 직선제를 실시하고 있다. 몇몇 조직의 부정선거 문제를 근거로 들고 있으나, 기본적인 제도정비와 선거관리준비를 하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이다.

민주노총 지도부로 나서는 사람으로서 선거관리능력 문제를 근거로 직선제를 유보하는 하는 것은 조합원 대중의 민주적 선거능력을 불신하거나 아니면 집행부로서 선거관리를 할 능력이 없다는 자기고백에 지나지 않는다.

2007년 초로 예상되는 제5기 민주노총 임원은 직선제로 선출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이번 보궐집행부는 직선제를 구체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또 다시 직선제 실시 여부를 원론적으로 논란할 일이 아니라, 2월 10일 대의원대회에서 직선제추진위원회를 구성하여 선거관리준비를 구체적으로 해 들어가야 한다. 우리는 이 과정에서 직선제를 위해 필요한 제도정비와 선거관리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출할 준비가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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