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별, 어디로 가야 하는가

[정책비교](3) - 계급적 단결 위한 산별 건설, 차이점 드러나

2006년 민주노총 산하연맹 사업계획들을 보면 ‘산별로의 전환’이 핵심 사업으로 배치되어 있다. 산별 전환 문제가 각 연맹과 노조의 중대 과제로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정부가 노사관계로드맵을 통해 노동자들의 파업권과 교섭과정을 더욱 어렵게 할 계획을 가지고 있어 이를 위해서도 산별로의 재편은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금속연맹의 경우 2006년 사업계획을 통해 “연맹의 모든 투쟁과 사업은 산별노조 완성이라는 목표로 귀결되어야 한다”며 “산업공동화 등 기업 구조조정으로 인한 고용불안, 비정규직 문제는 기업별 노조에 근거한 사업과 투쟁으로는 해결될 수 없다”고 산별노조의 필요성을 밝혔다.

하지만 각 선본에서 생각하고 있는 산별의 상과 산별노조를 건설하기 위한 과정과 목표는 다르다. 구체적 상을 사무총장 후보에게 물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구체적 연대를 만들기 위해서 산별노조건설이 필요하다는 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출처: 참세상 자료사진]


1번 이해관 사무총장 후보
“산별 건설 총투표가 아니라 아래로부터의 투쟁으로”


우리의 방향이 무엇인지 논의하기보다 지금 상층부에서 거론되는 ‘산별체계 전환을 총투표로 결정’하는 계획에 대한 비판이 시급하다. 사업장에서 ‘노동조합을 만들지 여부’를 투표로 정하자고 누가 주장한다면 ‘정신 나간 놈’이라고 비웃음을 살 것이다. 무릇 어떤 노동자조직이든 ‘대중투쟁’을 통해 건설되지 않은 것이 없었다. 그런데도 지금의 민주노총 관료들은 ‘상식’을 팽개치는 발상을 하고 있다. 책상머리에 앉아서 ‘지시’하면 어떤 커다란 조직이 뚝딱 만들어진다는 공상이다. 노동조직은 마땅히 (대중이 모여들어서) ‘건설’되는 것인데, 이들은 ‘전환’을 말한다.

원래 기업별 노조는 비계급성이 문제의 핵심이고, 산업별 노조는 대중운동이 약화될 때 거대한 관료 타협기구로 변질될 우려를 갖고 있다. 그런데 현재 민주노총이 추진하는 ‘총투표를 통한 산별전환’은 지금의 ‘기업별 노조’에다 ‘산별 체계’만 그저 덧씌우는 것이다. 하부토대는 비계급적인 기업체계를 유지한 채로, 그 통제체계는 중앙 집권화 된 관료적 산별체계를 만드는 것이니, 기업별과 산업별의 단점만 ‘악조합’한 것에 불과하다.

그러니 체계가 요식적으로 전환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가? 서울대병원노조처럼 하부에서의 투쟁 의지가 상부에 의해 굴절되는 일이 다반사로 벌어질 것이고 가뜩이나 동맥경화에 걸려 있는 상층과 현장과의 의사소통은 더욱 더 막힐 것이다. 그리고 대기업노조에 휘둘리는 것은 여전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지금과 같은 정파구도가 더 해지면 노동운동의 중심은 더욱 더 상층의 권력 게임을 치닫게 될 것이다. 모든 쟁점에 대해 근본적 대립을 하는 것처럼 보이는 2번, 3번 진영이 이 총전환투표’에 대해서만큼은 차이를 보이지 않는 것은 바로 산별전환이 이들의 관료과두들의 정파적 이해와 가장 일치하기 때문이다.

‘참’산별노조 건설운동의 핵심은 어떤 ‘그림표’냐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노동자들이 아래로부터의 연대투쟁에 나서게끔 사기와 신바람을 끌어올릴 것이냐다. 그래서 건설투쟁 없는 투표를 통한 산별전환에 기호 1번 진영은 반대한다. 산별노조 건설 투쟁이 아닌 산별전환 투표 반대한다. 다시 한번 강조하거니와 기호 1번 진영은 산별노조 그 자체에 반대하는 게 아니라 투표식 산별전환에 반대한다. 꾸준한 아래로부터의 연대투쟁의 축적과 교육, 선전선동, 일상 활동이 전제되지 않는 한 어떤 방안도 탁상공론에 지나지 않는다.

2번 김태일 사무총장 후보
“기계적인 산업 업종별 구획에 얽매일 필요 없어”


산별노조는 노동조합운동의 조직적 발전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조직형태이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것은 조직 형태가 아니라, ‘노동자는 하나’라는 산별노조의 ‘정신’을 살리는 것이어야 한다. 산별노조의 요체는 바로 ‘계급적 단결의 강화’에 있기 때문이다.

이 때, 산업 업종별 구획 등의 문제는 계급적 단결을 크고 강고하게 하는 방향에서 판단하면 되는 것이다. 특히 이윤율 저하에 대응한 타 부문 자본간 통합, 독점화 경향 등으로 인하여 전통적인 산업구분의 의미가 점차 퇴색되고 있는 조건에서 기계적인 산업 업종별 구획 틀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고 보여 진다. 또한 서구식 산별 모델을 그대로 가져다가 적용하려는 식의 비주체적인 산별노선은 반대한다. 우리 민주노조운동의 역사와 전통을 계승하고, 신자유주의 자본의 총체적 공세 앞에 요구되는 노동자 투쟁의 과제를 실현하는데 가장 부합한 산별노선을 만들어가야 한다.

산별노조 건설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변혁적, 계급적 산별노조를 만드는 것이다.
이미 산별노조로의 전환은 시대적 대세로 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지만, 한편으로는 자본과의 교섭구조를 중심으로 형성되어 가고 있는 현재의 산별노조 흐름이 빠질 수 있는 경제주의적, 조합주의적 한계를 극복하는 것이 앞으로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동질성을 이유로 쪼개기 시작하면 그 산별노조는 동질적 이해관계, 즉 경제적 이해관계에 매몰될 수 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현재의 산별구조를 대산별체계로 재편하는 것은 당면 과제 중의 하나로 되고 있는 것이다.

또한 노동자들의 이익만이 아니라, 전 사회적 의제를 투쟁과제로 삼고 전체 민중의 이해를 실현하는데 앞장서는 산별노조로 나아가는 지향점을 분명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 때, 주된 정치투쟁의 공간이 ‘지역’일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지역산별을 중심축으로 하면서 전국적 집중성을 발휘할 수 있는 구조여야 한다. 이러한 것들을 지향점으로 두면서도, 현실 영역에서 전개되고 있는 산별 건설 및 전환운동을 주도해 나가는 것이 민주노총의 임무이다. 앞으로 많은 모색과 토론, 연구와 실천이 필요한 것이다.

3번 이경수 사무총장 후보
“계급적 단결 위해 대산별노조로”


산별노조란 노동자대중이 계급적 단결을 확대강화하기 위한 조직형식이다. 계급적 단결이란 개별단위사업장 노사관계를 뛰어넘어 전체 노자간의 대립을 중심으로 단결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한국노동운동이 가고자 하는 산별노조는 대산별노조를 지향한다. 민주노총 출범시 대산별이냐 소산별이냐의 논쟁이 있었다. 최근 자동차업종노조가 제기된 바 있다. 조직을 만들기 쉬운가 어려운가를 기준으로 보면 당연히 범위가 좁을수록 좋다. 그러나 기업의 분할지배 울타리를 넘어 계급적 단결로 나아가려는 지금 기업별노조의 확대재생산에 불과한 업종별노조로 가는 것은 편의주의적 발상이다.

대산별노조라는 형식 속에서도 기업지부 또는 업종지부도 산별노조의 상과 밀접히 관련되는 문제이다. 이 문제는 대산별노조라는 큰 방향 속에서 각 조직의 조건을 고려한 계급적 단결의 속도문제일 것이다. 산별노조라는 것이 형식을 바로 가져간다 해서 곧바로 계급적 단결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특수한 경우 기업지부나 업종지부가 인정된다 해도 그것은 엄격한 기준을 두고 한시적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 교섭의 문제도 마찬가지이다. 산별 중앙교섭을 중심으로 하고, 업종별교섭은 원칙적으로 부정되어야 한다. 필요한 경우 업종별 노사협의를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주요 조직들이 2006년 산별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그동안 산별노조는 기존 기업별노조들을 산별노조로 전환하는 경로를 밟아왔다. 기업별노조체제에서 산별노조의 중심동력을 형성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지만, ‘무늬만 산별노조’라는 비판에서 보여주듯이 그 방식의 한계가 나타난 것도 사실이다. 지역지부를 중심으로 한 비정규, 소규모사업장의 미조직노동자들을 포괄하는 산별노조로 나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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