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노동자 조직 어떻게 할 것인가

[정책비교](4) - 비정규직 노동자 조직 절실, 무엇을 어떻게?

정부의 비정규 관련 법안을 두고 2005년 하반기 투쟁이 뜨겁게 진행되었다. 이는 전체노동자의 절반을 넘어서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조건과 삶을 걸고 진행되었으며 모든 노동자들을 비정규직화 하려는 자본의 흐름을 막아서기 위한 물러설 수 없는 싸움이었다.

자본이 자신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노동을 더욱 유연화하며 비정규직 노동자의 양산을 더욱 확대하고 있는 가운데, 대기업 노조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는 민주노총이 어떻게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싸움을 만들어 갈 것인가는 민주노총 사업으로서의 투쟁을 넘어 전체 노동운동의 절대 절명의 과제로 제시되고 있다. 각 선본에게 대기업 노조 중심의 민주노총 운동에 대한 평가와 비정규직 노동자의 조직화 방안에 대한 구체적 대안을 물었다.


  전체 노동자의 절반 이상을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차지하고 있다. 대기업 중심의 민주노총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싸움을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가는 절대절명의 과제이다. [출처: 참세상 자료사진]

1번 이해관 사무총장 후보
“비정규직 조직화를 위해 조직 활동가 배치를”


무슨 일이든 ‘때’가 있어서 ‘때’를 놓치면 일을 그르친다. 95년 민주노총 출범 시 ‘산별노조’ 건설에 대한 요구는 무척 뜨거웠다(설문 95%). 그래서 이러한 바람이 96년 노동법 날치기에 맞선 총파업투쟁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 그러나 98정리해고 반대투쟁과 2002발전파업이 실패한 뒤로, 지금처럼 대공장정규직 위주의 실리주의, 패배주의가 현장에 만연하게 되었다. ‘연대의식’이 쇠퇴하다 보니, ‘비정규직 조직화’사업에 힘이 실리지 못했다. 그 주된 책임은 상층 지도부에게 물어야 한다.

민주노총이 ‘산별노조’로 가는 징검다리라면, 기업별노조 통합방안을 짜기 앞서 90%나 되는 중소영세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엮는 데 온힘을 쏟았어야 한다.(남아프리카 ‘코사투’는 결성 후 5년 동안 산별노조 작업에 매진해 제 임무를 완수했다). 그런데 민주노총은 어느 것 하나도 집중하지 않아, 10년이 지난 지금 새로 시작 할래야 할 수 없게 되었다. ‘때’를 놓쳐버렸다! 당시 20-30대 청년노동자가 다 중년이 되는 동안, 현장은 신규노동자를 뽑지 않아 젊은 조합원이 없고, 청년노동자는 대부분 비정규직이다. 이들을 엮어야 일이 되는데 그럴 자신은 없다. 그동안 싸워서 지켜온 기득권을 포기/양보해야 하므로.

이제 노동운동의 중심은 싫든 좋든 대부분 ‘비정규직’으로 사회에 입문하는 이들 청년 세대에게 넘어가야 한다. 최근 투쟁의 70% 이상이 중소영세 일터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주도한다는 단순 통계를 기억하라.

이들의 조직은 대사업장 정규직 위주의 기업별 노조연맹체나 민주노총이 주도하기가 사실상 어렵다. 지금처럼 자기 사업장의 비정규직조차 조직할 수 없으면 ‘지역‘마다 이 조직사업을 떠맡을 ‘조직활동가’를 적어도 수십 명 배치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처럼 자기 조직의 실무 처리에도 허덕이는 사람들에게 ‘비정규 조직담당’의 팻말을 얹어준다고 어디 곶감이 하늘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조직 활동가를 배치하라!(미국서비스노조는 LA지역에 백 명의 조직 활동가를 배치해 꽤 성과를 올렸다). 당장 전국에 수 백 명을 배치할 형편이 못 된다면, ‘지역본부’의 구실을 중소영세 비정규직 조직사업 전담으로 바꿔야 한다. 지금처럼 ‘지역본부’가 ‘산별연맹’이 하기 싫거나 귀찮아하는 일을 실무로 떠맡거나 따까리 노릇하는 식으로는 더 발전이 없다.

길게 보아서는 ‘지역본부’의 구실은 중소영세 비정규직을 노동운동의 ‘중심 주체’로 세우는 일이어야 한다. 지역본부의 1년 사업비가 고작 2-3천 만 원이라면 동지들은 믿겠는가? 이탈리아처럼 산별조직과 지역조직이 50 대 50의 권리와 의무를 갖는 조직으로 규약 개정해야 앞날이 열린다. (50억 비정규기금을 모으기도 전에 ‘돈 쓸 궁리’부터 하는 기풍으로는 설사 모금이 된다 해도 비정규조직에 과연 그 돈이 쓰일지 믿을 수도 없다. ‘지역’의 노동자들이 의사결정에 참여할 틈새가 아무 데도 없기 때문이다.)

2번 김태일 사무총장 후보
“정규직 노동자들의 관점, 태도 변화 절실”


분명 현재 민주노총은 대기업, 정규직 중심으로 조직되어 있다. 2005년 12월 5일 현재 300인 이상 조직률이 77.2%, 500인 이상 71.2%인 점에 비춰볼 때, 500인 이상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들이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30인 미만 조직률은 1.7%에 불과해 비정규직이 대다수가 포진되어 있는 영세 중소 사업장의 조직화 정도는 절대적으로 미비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조직화에 있어서 이 같은 편중화 현상은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겠지만 기본적으로 기업별 노조체계에 기인한다. 한국노동운동이 기업별 노조체계를 근간으로 조직, 운영되어 왔고, 기업단위 노동조합이 대부분 정규직인 조건에서 정규직 중심의 노동조합 조직 및 운영은 기업별 노조체계를 극복하는 문제와도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이러한 객관적 조건을 전제하고 민주노총의 활동을 평가해야 한다.

9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전체 노동자투쟁을 선도하고 지지, 엄호하는 역할을 해오던 대기업 노동조합의 투쟁이 지금은 경제투쟁을 중심으로 한 기업 내부의 투쟁에 머물고 있다는 비판이 크다. 또한 현재 대기업 노동자들의 (경제)투쟁이 성과를 내면 낼수록 노동자계급 내부의 격차 역시 갈수록 커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으며, 자본과 정권의 ‘분할통치’전략이 먹혀들고 있다는 우려도 전혀 근거 없는 것은 아니다.

물론 대기업 노동조합의 노력과 결단이 일차적으로 요구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비판이 대기업 노동자들에게만 돌려져서는 안 된다. 자본의 분할통치전략을 극복하고 계급적 단결을 복원하는 과제는 전체 노동운동의 정책적인 과제이기 때문이다.

비정규노동자들을 제대로 조직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정규직 노동자들의 관점과 태도가 바뀌어야 한다. 비정규직 노동자를 고용안전판 또는 주변 노동자로 보는 시각에서 벗어나지 않고서는 절대 계급적 단결은 불가능하다. 민주노총의 비정규사업과 투쟁을 강화하기 위해 미조직특위를 재편해 ‘비정규 투쟁위원회’를 설치할 것이다. 또한 산별노조나 일반노조 등의 비정규직 조직사업을 적극 지원하고 중단되어 있는 ‘5대 비정규 전략조직화사업을 위한 활동가 양성사업’을 정상화하여 추진할 계획이다.

3번 이경수 사무총장 후보
“지역근간 산별건설과 노동자 계급 연대로”


자본과 정권은 대기업 집단이기주의 이데올로기를 유포하면서 민주노총을 공격하고 있다. 노동운동 일각에서도 이런 문제의식과 궤를 같이하는 경향이 있다. 이것은 앞으로도 조직노동자의 양보와 타협을 강요하는 이데올로기로 운동 내외에서 준동할 것이다.

민주노총의 주요구성원인 정규노동자들은 자본과 정권의 분할 이데올로기를 극복하고 비정규노동자 정규직화와 차별 철폐 없이는 자신도 결코 고용불안에서 자유로울 수 없음을 각성하는 방향으로 운동이 전개되어야 한다. 민주노조운동 내부에서 개량주의, 노사협조주의 운동이 끊임없이 이를 방해하고 있기 때문에 대기업 정규노동자와 비정규 노동자간의 갈등이 존재하지만 노동자 연대로 점차 나아가고 있다.

비정규 노동자 조직화는 크게 세 축이 있다. 한 축으로는 지역조직을 근간으로 하는 산별노조건설로 이루어져야 한다. 비정규 노동자들이 기업별 노조를 만드는 기존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 또 다른 축은 대기업 정규노동조합과 비정규노동자들의 연대방식이다. 하청노동자의 직가입이든, 하청노동조합지부결성이든 대기업 정규노동조합의 적극적인 엄호 하에서 조직화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나머지 한 축은 서비스비정규 및 특수고용노동자들의 조직화이다. 이를 위해 이 부문 해고자 등 조직 활동가들을 민주노조운동이 적극 지원하고, 제도개선투쟁을 전개해야 한다.

대기업 정규노동자 중심의 민주노총이 비정규 조직화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의결집행기관에 비정규 노동자들의 목소리가 반영되어야 한다. 지금처럼 의무금 납부 기준에 따른 단순배분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 이를 위해 이번 대의원대회에서 비정규할당제를 제도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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