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호2] "정파적 논쟁보다 대중적 검증에 집중해야"

‘민중과 함께 세상을 바꾸자’는 2006년 투쟁의 핵심과제

참세상은 민주노총 임원보궐선거 집중취재의 일환으로 세 선본에 정책과 관련한 기고를 요청하였다. 지난 위원장-사무총장 후보의 인터뷰와 사무총장 후보의 서면질의에 이어 ‘지지 후보 발언과 타 후보 정책 비판’을 기고 주제로 제시했다. 세부적으로는 (1)후보의 정책과 공약을 지지하는 내용, (2)타 후보의 정책과 공약에 대한 발전적인 비판, (3)정파 활동에 대한 발전적인 비판을 담아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기호1번 지지자로는 김진경 서울대병원노조 위원장이, 기호2번 지지자로는 김유철 기아자동차노동조합 판매지부 경남지회장이, 기호3번 지지자로는 김동성 공공연맹 발전노조 조합원이 각각 글을 보내왔다. 민주노총 선거를 관심있게 지켜보는 독자들의 판단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 - 편집자 주



민중과 함께 세상을 바꾸자

기호 2번 조준호, 김태일 후보가 제기하는 정책공약의 핵심은 간단하다. ‘민중과 함께 세상을 바꾸자’는 것이다. 보다 정확히는 그 구체적 토대를 만들고 확고한 전망을 열어가자는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 선출되는 지도부는 비록 보궐선거 지도부이지만, 보궐선거 지도부가 담당해야 할 2006년의 투쟁은 명확하면서도 특별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2006년의 투쟁이 비정규직 권리보장쟁취와 노사관계로드맵분쇄와 민주적 노사관계쟁취, 무상의료무상교육쟁취를 핵심으로 하는 사회양극화 해소의 전면제기, 한미FTA, DDA 등의 신자유주의 정책의 분쇄로 모아진다는 것은 대체로 동의하고 있다고 본다.

그래서 기호2번 조준호, 김태일 후보는 세상을 바꾸는 투쟁으로서 4대의제를 제기하고 있다.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노동시장구조를 바꾸자’, ‘신자유주의적 노사관계를 자주적 민주적 산별적 노사관계로 바꾸자’, ‘사회양극화와 빈부격차로 인해 고통받는 민중의 삶을 무상의료무상교육이 실현되는 구조로 바꾸자’, ‘이 모든 것의 주범인 신자유주의 세계화정책을 바꾸자’는 것이다. 이것이 곧 ‘세상을 바꾸는 투쟁’의 4대 의제이다.

2월 국회에서의 비정규직 법안, 4월 국회에서 노사관계 로드맵 문제, 5월 지방선거에 사회양극화해소를 중심으로 형성되는 각 정치세력간의 격돌, 올해 안에 추진될 한미FTA, DDA 협상타결문제 등은 민주노총이 피할 수 없는 투쟁과제이다.

단순히 피할 수 없는 문제 정도가 아니라 자본과 정권의 신자유주의적 공세를 분쇄하고 세상을 바꾸는 희망과 대안을 마련함으로서 2007년 이후의 전략적 방향타를 정립하는 과제를 동시에 달성해야 한다.

신자유주의 세계화 공세가 빚어낸 모든 모순의 폭발적 전선이 바로 2006년에 놓여져 있다.
그래서 기호2번 조준호, 김태일 후보는 2006년 투쟁을 민주노총이 민중과 함께하는 세상을 바꾸는 투쟁으로 전개할 때, 당면투쟁도 승리할 수 있고, 노동운동, 진보진영의 전망과 희망도 일구어갈 수 있다고 확신한다.

투쟁은 어떻게 조직되어 하는가?

단결과 혁신의 힘으로 조직되어야 한다. 단결이 있어야 투쟁도 있고, 혁신도 있다. 이것이 기호 2번 조준호, 김태일 후보의 또 하나의 핵심공약이다.

단결의 요체는 대중적 단결이다. 활동가들의 주의주장이 지나친 소모적 논쟁과 정쟁을 빚어내고 있다. 공동의 책임으로 되어 있는 투쟁과 교섭, 조직, 교육선전, 일상활동의 과제들이 논쟁의 대상으로 되고, 내실있는 사업을 가로막고 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단결시켜야 하며, 기업별, 연맹별 구조를 산별이라는 큰 그릇으로 단결시켜야 한다.

따로 노는 노동자, 농민, 빈민, 청년, 여성, 소수자들의 투쟁을 진보진영의 단일연합체와 민주노동당이라는 총전선으로 단결시켜야 한다. 그래야 투쟁도 승리하고 노동운동의 전망도 열어갈 수 있으며, 진보진영이 민중적 대안으로 등장할 수 있다.

혁신의 핵심은 대공장정규직중심의 민주노총의 의결집행구조, 기업별 체제의 경제주의, 조합주의적 활동관행을 바꾸어내는 것이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조직적 단결은 산별노조건설과 비정규직 조직화라는 대중적 실천을 통하여 해결되어야 한다. 산별전환과 비정규직 3대 핵심사업을 설정한 것도 이 때문이다. 경제주의, 조합주의적 활동관행을 극복하는 과제는 현장투쟁, 산업별공동투쟁, 지역별 민중연대투쟁을 총체적으로 세상을 바꾸는 4대의제 쟁취투쟁으로 총전선을 치는 과정에서 해결되어야 한다.

관료주의와 비리구조가 스며든 민주노총의 기풍을 바로 세우고, 조직민주주의의 강화를 통해 책임있는 의결이 힘있는 집행을 낳도록 하는 구조로 전환되는 것도 중요한 혁신과제이다. 대의원 직선제를 기본으로 임원직선제를 포함한 선거제도의 혁신전망을 열어가자는 것도 이러한 취지이다.

뭐니뭐니해도 혁신의 요체는 내부 교육사업의 강화와 대중실천, 현장실천에 근거한 민주집중제의 실현이다. 혁신은 주장한다고 실현되는 것이 아니라 조합원을 혁신의 주체로 세우는 민주노총대오의 끈기있는 조직적 노력을 통해서 실현된다. 정파와 정파가 혁신의 주체와 대상을 가르고, 혁신의 대상으로 규정하는 세력의 주장에서 건해차이가 있다고 하여, 민주노총의 의사결정과정부터 원천봉쇄하는 방법으로 혁신이 이루질 수 없다.

민주노총이 쌓아온 조직적 의사결정구조도 인정하지 않으면서 무슨 다른 엄청난 혁신을 말할 수 있는가. 민주노총의 조직적 위기에 대한 진정성은 살려가되, 함부로 혁신대상과 주체를 가르고, 대중적으로 검증된 민주집중제 자체를 혼란에 빠뜨리는 방법으로 혁신이 가능할 수는 없다. 민주노총의 자랑찬 전통인 노동자 민주주의의 핵인 민주집중제의 복원은 반드시 해낼 것이다.

타 후보의 정책과 공약에 대해

어렵지만 동지적 마음으로 몇 마디 하겠다. 기호 1번 후보의 정책과 공약에 흐르는 진정성의 정신에 깊게 공감한다. ‘이것이 10년의 민주노총인가! 조직혁신 먼저’라는 문제의식에는 조직혁신이 없이는 그 무엇도 제대로 될 리 없다는 심각한 문제의식에 기초하고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싶다.

이러한 진정성이 제대로 의사소통만 된다면 민주노총의 통합과 단결, 사업작풍의 혁신에 훌륭한 자극과 기여가 된다고 인정하며, 이 점에 대해 함께 손잡고 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그러나 일부 주장은 지나치게 과도한 면이 있다. 한 가지만 지적하고 싶다.

‘상층통제위주의 산별전환투표’를 반대한다는 주장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현재 가장 전투력이 있는 금속의 자동차 완성차와 금속노조의 부품사의 연대투쟁도 제대로 실현되고 있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기타 업종은 말할 것도 없다. 기업별체계에서 산별로 전환하는 사업에 성공한다면 그 자체가 하나의 기적이며, 세계노동운동의 역사 전무후무한 새로운 역사를 쓰는 것이다. 대공장정규직조합원들이 산별전환에 동의한다는 것은 조합원들의 대중적 실천에서 엄청난 역사적 전진이다.

산별전환운동은 단순한 투표행위가 아니라 중요한 대중적 혁신운동이며, 총연맹 지도부는 그렇게 되도록 만들어야 한다. 물론 산별노조가 중앙집중적 관료주의를 낳을 위험성은 있다. 그러나 그것은 기업별대공장 노조의 조합원들이 산별노조를 선택한 역사적 결단에 비하면 미미한 약점이다. 주관적 관념으로 욕심내지 않았으면 좋겠다.

기호 3번 후보의 정책과 공약은 단순명료하여 크게 뭐라 말하기 힘들다. 그러나 후보들의 유세와 공약해설에 비추어 몇 가지 제기하고 싶은 문제는 있다. 투쟁과제로 제기된 비정규직개악입법저지와 노사관계로드맵분쇄투쟁에 집중하겠다는 문제의식은 그 자체로 누구나 동의하는 문제이다.

그러나 두 가지 점에서 수정이 필요하다고 느껴진다. 하나는 비정규직투쟁과 노사관계문제는 민주노총의 중핵적 투쟁인 것은 맞지만, 이것만으로는 안된다. 비정규직투쟁과 노사관계에 관한 투쟁은 반드시 사회양극화해소, 무상의료무상교육쟁취라는 사회정치투쟁과 결합되어야 하며, 신자유주의세계화정책을 바꾸어내는 세상을 바꾸는 투쟁을 총적방향으로 전진해야 한다.

비정규직투쟁은 사회양극화의 핵심과제이며, 반세계화투쟁은 노농연대를 실현할 수 있는 투쟁이고, 사회양극화해소투쟁은 민주노총이 전민중적 연대를 실현하여 자방선거를 승리로 이끌어 진보진영의 대안을 만들어 가는 투쟁이다. 세상을 바꾸는 투쟁에 이벤트식으로 집중하다가 비정규직 권리보장입법쟁취투쟁과 노사관계로드맵분쇄투쟁은 실종되었다고 주장하는데 이것은 실제 현실과 맞지않다.

세상을 바꾸는 투쟁은 사회적 쟁점을 형성하는 단계에서 진행해온 것이고, 실제로는 비정규직권리보장쟁취투쟁에 전면집중하였으며, 저지에서 쟁취로 공세적 국면은 창출하였지만 힘이 모자라 쟁취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세상을 바꾸는 투쟁이라는 전망속에서 그래도 민주노총이 조합원들과 진보진영에게 미래를 설계할 줄 알고 대안을 준비해왔다는 작은 성과를 남겼다. 그런데 이것을 굳이 현실을 왜곡하면서까지 폄하할 이유가 어디에 있는지 아쉬움이 생긴다.

다른 하나는 언제까지 저지하고 분쇄만 주장할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비정규직문제는 이미 쟁취로 전환되었는데 왜 굳이 저지라고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겠다. 비정규직권리보장문제는 이미 사회적으로 정당성을 인정받은 것이다. 인권위 발표 이후 민주노총의 비정규직권리보장입법주장이 여론의 지지를 받았고, 정권과 자본은 협상장에 끌려나올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당장 다가오는 노사관계로드맵만 보더라도 민주노총은 단순히 정부와 추진하는 노사관계로드맵을 그저 분쇄하고 반대한다고만 할 것이 아니라 자주적이고 민주적이며 산별적인 노사관계가 필요하고 그 내용은 이러이러하다고 주장해야 한다. 이것은 단순히 대정부대자본투쟁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조합원 자신이 ‘그럼 복수노조시대에 노사관계는 어떻게 되는게 좋은지’ 민주노총이 대답해 주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노사관계로드맵을 분쇄한다고 자주적민주적산별적 노사관계를 준비하는 우리내부의 태세가 저절로 갖추어지는 것은 아니다.

선거운동기간부터 총파업을 조직하겠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투쟁의지를 표현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싶다. 그러나 조합원들은 선거에 임하는 후보가 당장 총파업을 어떻게 하겠는가에 대해서 궁금해 하는 것이 아니라 올해 일년 투쟁에서 전략과 전술을 가지고 책임감 있게 수행할 수 있는가를 요구하고 있다.

현재와 같이 정세가 급박하게 돌아가고 선거시기에 총파업이 필요할 경우의 문제도 마찬가지이다. 비대위와 중집이 앞장서서 총파업을 조직하고, 후보들은 여기에 적극 동참하는 방법이 더 옳다. 국회 앞에서 농성투쟁은 작년 하반기 비대위 시절에도 내내 했던 것이다. 후보들의 상징적 투쟁이 현장동력을 이끌어내는데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도 의문이다. 오히려 후보가 해야 할 일은 비대위가 주도하는 총파업전선에 유세를 현장순회투쟁으로 전환하여 현장동력을 조직해내는 것이 오히려 실질적으로 힘있게 총파업투쟁에 기여하는 방향일 것이다.

이런 점에서 기호 3번의 투쟁노선이 현장대중투쟁을 조직하는 방식이 아니라 과거의 방식대로 지도부의 상징투쟁으로 협소해지지 않을까 우려가 된다.

민주노총이 위기라고 한다. 위기의 진원지로 정파가 지목되기도 한다

운동발전에서 정파는 두 가지 방법으로 극복된다. 하나는 조직운동의 발전이다. 조직운동은 이념과 정책, 노선의 일치성으로 조직되는 것이지만 저절로 처음부터 변혁적 조직운동의 질을 확보하지는 못한다. 현장조직운동도 마찬가지이다.

처음에는 학습모임, 노민추, 선거조직 등의 그룹들이 자연발생적으로 형성되어 조직운동이 시작되지만 보다 발전하면 정파운동을 거치게 되고 여기서 한 단계 더 발전해야 진정한 의미의 변혁적 조직운동이 제자리를 잡는다. 이것이 조직운동발전의 법칙이다. 현재는 정파운동이 과도기에 있다. 그래서 노조집행권을 둘러싼 정파적 대결이 지나치게 과잉되는 양상을 띠고 있다. 각 조직은 자체적으로 이점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운동의 전망을 만들고 간부를 양성하고 노선과 정책을 더욱 과학적으로 다듬어야 한다.

여기서 반대를 위한 반대, 상대 정파의 약점과 부족점을 통해서 반사이익을 얻는 방식의 정파집단은 자체로 생명력을 가질 수 없다. 그래도 선진적인 활동가의식을 가지고 있는 조직원들이 인정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다른 하나는 대중운동의 발전을 통해서이다. 정파는 고정된 것이 아니라 대중속에서 대중과 함께 호흡하며 대중적 검증을 통해서 운동을 안내하는 역할을 한다. 결국 정파는 대중적 심판을 통하여 자기정당성을 인정받게되며 종국적으로 다수파가 되어 운동의 통일단결을 실현하게 된다.

기호 1번 후보의 주장은 대체로 정파운동의 폐해를 지적하면서 양비론적 시각에 있어 보인다. 선거구도에서는 양비론이지만 본질적으로는 정파운동의 폐해에 반대하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다고 이해하고 싶다. 그러나 운동진영의 단결은 염원한다고 실현되는 것이 아니라 투쟁의 기치와 정책이 분명하고 단결의 중심이 형성될 때 공고한 것으로 발전한다. 그렇지 않은 무차별적 단결론은 정세가 변하고 운동이 발전하면 항상 새로운 분열로 이어진 것이 역사적 경험이다.

정파운동은 없앨래야 없앨 수도 없고, 아픔과 폐해가 있다면 정면돌파로 해결해야 한다. 다만 현재의 정파운동의 폐해가 지나치게 낭비적이고 소모적인 것이 문제이다. 그러나 이것은 정파적 논쟁보다는 대중적 검증에 집중하고, 정파간의 정쟁을 자제하고 단합을 이룩하는 기운을 조성하는 것을 통하여 일정하게 개선할 수 있다.

기호 3번 후보에게는 운동 내부의 비적대적 모순을 적대적 모순으로 대하는 과도함이 극복되었으면 좋겠다는 당부를 하고 싶다. 어느 정파고 부족점과 약점은 있다. 여기에는 정파운동 전체가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약점도 있고, 상대적인 약점들도 있다. 공통적 약점을 민주집중제를 통하여 함께 책임지고 상대적 약점은 논쟁과 실천으로 극복하는 방법을 택했으면 좋겠다. 주장만 있고 책임지지 않은 운동풍토, 선거는 있지만 승복하지 않는 운동문화를 함께 극복했으면 좋겠다.

정책과 노선은 상호침투하고 발전한다. 투쟁전술의 강온과 다수파와 소수파의 의견도 하나의 전선 속에서 보완적 기능을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이것을 믿고 함께 전진했으면 한다.
덧붙이는 말

김유철 님은 기아자동차노동조합 판매지부 경남지회장 일을 하고 있다.

태그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김유철(기아자동차노조)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
논설
사진
영상
카툰
판화
기획연재 전체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