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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우지 않고 얻을 수 있는 자유가 있다면

[해방을향한인티파다](29) - 발레인에서 벌어진 장벽 건설 반대 투쟁

매주 금요일 발레인에서는 장벽 건설 반대 투쟁이 벌어집니다. 집회에 참여하기 위해 발레인까지 택시를 타고 가니깐 이스라엘을 비롯해 세계 각지에서 온 많은 사람들이 기도 시간이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모스크에서 무슬림들이 기도를 하고 나오면 함께 장벽 공사가 진행되는 곳으로 가서 집회를 하는 것입니다.

장벽 건설 현장에 갔을 때 이미 군인들이 나와서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주변에는 철조망 장벽 공사가 끝난 부분도 보이고, 앞으로 건설하기 위해 도로를 만들고 있는 곳도 보였습니다.

  장벽 건설 현장으로 행진을 하고 있는 사람들. 저 멀리 장벽 공사 현장과 이스라엘 군인들이 보입니다.

사람들은 아랍어로 여러 가지 구호를 외치고 노래를 하기도 했지만 제가 주워들은 구호는 ‘장벽 건설 반대 한다’였습니다.

너무나 당연한 구호이고 투쟁인 것이 하루아침에 자신의 땅을 빼앗기고 마을 주변에 장벽이 들어서는 것을 가만히 보고만 있을 사람은 없기 때문입니다.

총과 방패와 곤봉을 든 군인들과 마주하면서 군인들은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하게 하고 사람들은 요리조리 피해서 산 여기저기서 구호도 외치고 그랬습니다. 언론사 카메라가 많아서 그런지 군인들도 무작정 두들겨 패거나 연행을 하는 일은 없었습니다. 손과 방패로 더 나아가지 못하게 하는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다른 편에서 갑자기 총소리가 나서 돌아보니 산 저편에서 사람들이 돌을 던지고 있었고 아래편에서는 몇몇 군인들이 나무 뒤에 몸을 숨기고 총을 쏘고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실탄인지 공포탄인지 알 수가 없었지만 나중에 찍은 사진을 팔레스타인인에게 보여 주었더니 속은 금속이고 겉은 고무로 된 고무 총탄이라고 했습니다.

  앞으로 나아가려는 사람과 막는 사람

  총을 쏘는 이스라엘 군인

그리고 또 다른 편에서 갑자기 ‘펑’하는 소리가 나서 가보니 길과 나무 사이로 최루탄이 터지고 있었습니다. 참으로 오랜만에 최루 가스에 눈물을 흘렸습니다.

예전에 한국에서 워낙 많이 경험했던 거라 최루 가스 자체가 큰 문제는 아니었습니다. 그 보다는 최루탄을 사람들을 향해 직접 쏘는 것이 문제였습니다. 한번은 최루탄이 바닥을 치고 제 머리 옆으로 지나가기도 했습니다.

아무튼 싸우는 사람들은 계속 돌을 던지기도 하고 도로에 타이어를 가져다 불을 붙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군인들이 최루탄을 쏘면 좀 물러났다 다시 싸우기를 반복했습니다. 뒤편에는 구경하는 사람들과 함께 구급차가 대기를 하고 있구요.

  돌을 던지는 팔레스타인인

군인들이 최루탄을 쏘자 이스라엘에서 온 몇몇 활동가들은 아주 대차게 군인들에게 항의를 했습니다.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분위기로 봐서 최루탄을 쏘지 말라고 하는 것 같았습니다.

이렇게 몇 번을 하고 나서 집회가 끝이 났습니다. 집회는 끝났지만 문제는 계속 진행 중입니다. 장벽 공사가 이미 끝난 깔낄리야나 제이유스 같은 지역은 완전히 감옥입니다.

  장벽 공사 현장. 맨 바깥에 철조망이 들어서도 그 안에 다시 철조망 장벽이 들어서게 됩니다. 팔레스타인인들 마을 주변으로.

장벽은 지배자와 피지배자를 나누는 정치적 장벽이자 계속해서 토지를 몰수하는 경제적 장벽입니다. 또한 장벽은 이동의 자유를 가로막는 사회적 장벽이자 팔레스타인인들의 미래를 암울하게 만드는 심리적 장벽입니다.

그래서 집회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싸우지 않고 얻을 수 있는 자유가 있다면 그것은 감옥에 갇힐 자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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