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4월 7일 대추리에서는 매향제가 열렸다. 마을을 떠났던 주민들과 아직 떠나지 않은 지킴이들이 마지막으로 대추리에 모였다. 이들은 황새울 들판을 지키던 문무인상 앞에서 제사를 지내고 문무인상을 불태웠다.
▲ 대추리, 도두리 매향제. 문무인상이 불타오르자 주민들은 서럽게 울었다./ 최은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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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무인상이 불타자 참았던 준민들의 눈물이 터져나왔다. 문정현 신부를 껴안고 눈물을 흘리는 주민들 뒤로 문무인상도 서럽게 불타올랐다. 문무인상이 불타오르자 문무인상의 몸을 두르고 있던 대나무들은 재가 되어 바람에 휘날렸다. 황새울 들판에 문무인상의 재가 흩뿌려졌다. 불씨가 붙어 있던 재는 들판에 불을 붙이기도 했다. 주민들과 지킴이들이 문무인상에 묶어 놓은 소원을 적은 종이도 재가되어 들판위에 날아올랐다.
불타오르는 문무인상을 바라보던 주민들은 서럽게 울었다. 문득 지난해 봄, 황새울 들판에 포크레인이 들어올때 온몸으로 막아서던 주민들이 주저앉아 울부짖던 그 모습이 떠올랐다. 그렇게 싸웠지만 이제 떠나야 한다. 문무인상이 다 타오르기 전에 주민들과 지킴이들은 상여처럼 만든 평화의 꽃배를 앞세우고 만장을 들고 황새울 들판을 떠났다. 삶의 터전과 이별하는 마음은 대추초등학교로 한걸음씩 이동해 갔다.
황새울 들판을 지나 대추리 마을 입구에 들어서자 꽃배 위에 달린 깃대가 자꾸 나뭇가지에 걸려 꽃배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그러더니 기어이 어느 나뭇가지에 걸려 연결부위가 부러져 버린다. "얼마나 가기 싫었으면..."
초등학생 병철이가 배위에 올라타 깃발을 잡는다. "병철아, 우리는 지금 떠나지만 나중에 네가 크면 꼭 이마을을 되찾아야 된다" 꽃배를 지고 가던 누군가 병철이에게 말한다. 병철이는 배위에서 마냥 신나기만 하다.
▲ \"병철아, 우리는 지금 떠나지만 나중에 네가 크면 꼭 이마을을 되찾아야 된다\" |
▲ / 최은정 기자 |
꽃배가 도착한 대추초등학교 안에는 매향제를 위한 무덤과 같은 구덩이가 파져 있었고 구덩이 안에는 항아리가 놓여 있었다. 매향제는 하늘과 땅의 신에게 향나무에 소원을 적어 복을 비는 풍습이다. 주민들은 향나무 판에 소원을 적기 시작했다. 소원을 적으면서 다시 눈물이 맺힌다.
'황새울아 우리 다시 돌아온다 꼭온다'
'우리가 빼앗긴땅 후세에서 꼭 되찾도록'
'잊지 못할 나의 고향 대추리여'
'앞으로 잘살고 자식 손주 잘되게 해주고 우리땅 꼭 찾게 해주세요'
'대추리 떠나기 싫다 '
최현순 할머니는 "살아생전에 오고 싶지만 올수 있겠어?' 라며 "이젠 되돌아 올수 없는데 되돌아 올 수 있게 해달라고 소원을 빌었다"고 말했다. 방승률 할아버지는 "이런 행사가 있다는 것도 감회가 깊어. 언제 이땅을 찾을런지 기약없이 떠나게 되서 할말이 없다"고 말했다.
김월순 할머니는 '대추리 떠나기 싫다'는 향나무 판을 들고 서 있었다. "너무 속상해서 자꾸 눈물만 나올려고 그래. 여기서 이사 나가는거 처음이잖아. 60년 사는 건데 첨이지. 너무 가슴아프고 나가기 싫어, 나가기가 싫어. 자꾸 그 근방이 눈에 어려. 눈감고 있으면 막 집이 어려" 김월순 할머니는 이날 살던 집을 찾아가지 않았다. "집에 안가봤어. 접때 한번 가봤는데 문짝이 다 뜯어지고 보기싫어. 그래서 오늘은 안갔어"
"우리의 치욕 패배 울분을 잊지 않을 것이다. 한미관계가 효순이 미선이의 죽음이 말하듯 잔인한 종속된 실체가 분명히 드러났다. 미군기지 확장을 저지하기 위하여 이토록 저항한 일이 있었던가. 후대에게 남길 한조각의 역사를 기록해 두었다. 옛 황새울을 따라 안성천은 흐를것이요 황새울은 평화의 성지로 마음속에 남을 것이다. 평등의 세상을 꿈꾸는 모든 사람들에게 희망의 씨앗이 될 것이다. 때가 되면 부끄러운자 당당한자 둘다 한눈에 보일 것이다. 우리는 패배의 고배를 마셨고 정부는 승리의 개가를 부르겠지만 주한미군과 정부의 폭력은 지속적으로 백일하에 드러날 것이다. 우리는 제국주의의 군대, 국가의 폭력앞에서 인권의 소중함을 배웠다. 노무현은 그렇게 바라던대로 수구 꼴통들과 연좌하여 저들 부류로 타락하고 말았다. 더이상 우리의 대통령이기는 커녕 변호사도 아니다. 노무현은 나라를 팔아먹은 부끄러운 대통령으로 기억될 것이다" 문정현 신부의 마지막 목소리가 황새울 들판에 울려 퍼졌다.
▲ / 최은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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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원이 담긴 향나무를 구덩이에 쌓기 시작했다. 신종원 이장은 주민들의 도장을 항아리에 넣고 구덩이 바닥에 향나무 판을 차곡차곡 쌓기 시작했다. 향나무 판을 받던 신종원 이장은 끝내 구덩위안에서 눈물을 터트렸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주민들도 꾹 참던 눈물을 터트리고 말았다.
다시 항아리속에 소중한 물건이 담기고 소원도 차곡차곡 쌓여갔다. 흙을 덮기 시작했다. 마치 무덤을 만들듯이 흙을 단단히 밟고 그 위에 비석처럼 솟대를 세웠다. 이어 평화의 꽃배를 태웠다. 매향제는 끝났다.
지킴이들은 마지막으로 다시 모였다. 그리고 4월 9일 오전부터 청와대를 향한 평화의 걸음을 걷기 시작하기로 결정했다.
▲ 향나무 판을 받던 신종원 이장은 끝내 구덩위안에서 눈물을 터트렸다. / 최은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