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후 11시 30분을 막 넘긴 시점에서 24시간 연장 소식이 전해졌다. 탈레반이 계속 해 왔던 방식대로 AP, 알자리라 등의 외신을 통해서였다.
안보정책조정회의를 마친 청와대 관계자도 협상시간을 몇 분 앞두고 “밤 11시 30분 시한이지만 그 이후에도 접촉이 유지될 것”이라며 “당장 상황이 악화되지는 않을 것”이라 전망했다.
"한국과 직접대화" 의미에 촉각
압둘 하디 칼리드 내무부 차관은 23일 탈레반에 제시한 수감자 맞교환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동시에 외신을 통해 탈레반 측에서 “한국 정부와 직접 대화하겠다”는 메시지가 전해지면서, 이 메시지의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한 해석이 분분했다.
일각에서는 탈레반이 여전히 협상의지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한 편에서는 부정적인 전망이 제출되기도 했다. 아프간 정부가 탈레반의 요구를 거절했기 때문에 한국과 직접협상에 나서는 것이며, 아프간 정부가 거절한다면 한국정부가 내밀 수 있는 협상카드가 많지 않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이런 상황을 반영한 듯 탈레반 측에서는 다시금 23명의 수감자 맞교환을 요구하며 “만약 정부가 요구를 수용하지 않는다면 인질들의 안전을 보장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위협하기도 했다. 한때는 주 전체 탈레반 수감자들을 석방하라는 요구를 했다는 외신이 나오기도 했다.
또, 외신을 통해 “협상이 순탄치 않다” ‘진전을 거의 보지 못하고 있다”는 외신이 들어오기도 해 정부와 가족들이 가슴을 졸였다.
공은 미국으로 넘어갔나?
미,“‘테러범’과 협상없다”원칙 고수해
다행이 24시간이 연장되긴 했지만, 상황이 나아질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 낙관하기는 어렵다.
일단 탈레반 정부는 23명의 수감자 석방 요구를 거절한다는 의사를 명확히 했다.더 우려스러운 지점은 23명 중에는 아프간 내의 감옥뿐만 아니라, 미국, 영국, 캐나다 등에 수감되어 있는 수감자도 있으며, “석방자 명단에는 최고사령관 이름이 포함”되어 있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보도한 것처럼, 이런 결정이 아프간 정부만으로 결정될 수 없다는 점이다.
아프간 정부가 수감자들을 석방하는 협상을 끌어내는 데 한국 정부가 실패한 상황에서 이제 남은 해답은 무엇일까? 아프간 정부에 결정적 발언권을 가지고 있는 국가는 미국이다.
현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은 2001년 미국이 탈레반을 내쫓은 뒤 세운 인물로, 미국이 절대적 영향력이 미치는 인물이다. 설사 탈레반 수감자들을 풀어주어 비난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미국의 재가가 있다고 한다면, 가능한 그림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실제로 3월 이태리 기자 석방 당시에도 미국과 유럽연합이 가장 선두에서 카르자이 대통령에게 맹비난을 퍼부었다.
美, 사건발생 5일째까지 공식반응 없어
문제해결 열쇠 못 찾는 미국
따라서 “한국과 직접 대화하겠다”는 것도 아프간 정부를 움직이는 데 실패한 탈레반이 한국정부를 통해 미국을 움직이고 다시 미국을 통해 아프간 정부를 움직여 실익을 챙기겠다는 전술로 분석된다.
미국은 사건발생 5일이 되도록 공식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납치를 비난하는 논평을 내게 된다면 탈레반을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신 미국은 동맹국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한국 정부에 대한 협력의사를 전하고 있다.
그러나 탈레반 세력을 대 테러전쟁의 적으로 삼고 있는 미국이 인질과의 맞교환에 응하거나, 이를 중재하기는 쉽지 않다.
결국 수감자 석방에 있어서는 미국과 아프간 정부를 만족시켜야 하고, 동시에 탈레반을 구슬려 한국인 피랍자들을 석방시킬 수 있는 묘수가 현재로서는 보이지 않는다.
아울러, 23일 24시간 재연장 발표 시점 이전에 50여명의 무장세력이 미 주도의 연합군과의 교전에서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이것이 탈레반 세력을 자극하지 않을 것인가라는 점도 우려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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