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돈으로 인질석방' 전술은 실패”

150개의 촛불, “즉각 철군으로 美 압박해야”

청와대가 “상황의 엄중성을 감안해” 백종천 청와대 안보실장을 특사로 아프간에 파견한 지 5일만에 다시 비보가 날아들었다. 탈레반 측은 한국 정부와 아프간 정부가 협상에 진지하게 임하지 않고 있다는 이유를 들어 또 다시 심성민씨를 살해했다.

정부를 굳게 믿고 있다던 가족들은 눈물을 연신 닦아내며 나머지 21명이라도 살리기 위해 다시 기자회견장에 나섰다.

한치도 못나간 협상
피랍자 가족들, 또 찢어진 가슴 부여잡고


가족들의 기자회견은 정부가 "한국정부가 아프간 정부 결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수단에는 한계가 있다"며 "우리가 감당할 수 없는 요구"라고 밝힌 이후에 이루어진 것이다. 피랍자 가족들은 "정부가 노력을 해 왔지만, 미국이 21명의 무고한 생명을 구해주기 위해 정치적 이해관계를 초월해 인도적인 차원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협조해 주길 호소한다"며 미국이 사태 해결에 적극 나설 것을 간절히 바라는 마음을 전했다.

가족들은 현재 인질들이 잡혀있는 순간에도 미국 주도의 연합군과 나토(NATO)군이 탈레반 소탕작전을 벌이고 있는 것에 대해서 우려하고 있다고 성명을 통해 밝히기도 했다.

가족들이 직접 국제사회에 ‘인도주의적 정신’으로 피랍자 석방에 도움을 요청하고 있는 지금의 상황은, 특사 파견에도 불구하고 한 치의 진전도 보지 못하고 있는 정부의 협상 전략 실패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그 동안 정부는 탈레반 측과의 직접 협상이 아니라 아프간 정부를 경유하거나, 부족 원로들을 통해 탈레반 측과 협상을 진행해 왔다. 즉, 협상의 파트너를 아프간 정부로 맞춰왔다. 그러나 정부의 이런 협상 전술이 실패하고 있으며, 오히려 아프간 전쟁의 책임 당사자이자, 점령 당사자인 미국이 협상에 직접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돈으로 인질 석방하려는 얄팍한 정부전술 실패”
“이라크, 레바논 즉각 철군으로 美 압박해야”


31일 저녁 파병반대국민행동 주최로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희생자 추모와 아프간 점령 종식, 포로교환요구 수용촉구 촛불집회' 참가자들은 "아프간 정부를 경유한 한국정부의 협상전략은 실패했으며, 사태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는 미국이 직접 협상에 나서도록 한국 정부가 강력히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허영구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발언에서 “돈으로 인질을 석방하려는 노무현 정부의 얄팍한 전술로 인질을 구할 수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그 동안 정부가 탈레반 측에서 내걸었던 수감자 석방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허영구 부위원장은 “부시를 인질로 삼아야 한다. 이라크, 레바논 즉각 철군을 선언하며 미국을 압박하는 것이 유일한 길”이라고 주장했다.

김광일 다함께 운영위원도 정부에게 이번 사태의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김광일 운영위원은 “포로 교환요구에 한 마디 하지 않고 있다가 지금의 사태를 만들었는데, 오히려 (정부가) 사태의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며 탈레반의 협상요구를 정부가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촛불집회 참가자들은 아프간 정부가 미국의 절대적 영향력 아래 독자적 의사 결정권한이 없는 상황에서 미국이 직접 수감자 석방요구 협상에 나서야 하며, 이런 미국의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한국 정부는 이라크, 레바논 등 파병 정책을 철회하고 즉각 철군에 나서야만 한다고 촉구했다.

두번째 인질 살해 소식 전해지자
탈레반에 대한 직접 비난 수위 높아져


두 번째 인질 살해 소식이 전해진 31일 저녁 촛불집회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도 탈레반에 대한 비난과 성토의 강도도 높았다.

촛불 집회에서 참가자들은 일제히 탈레반이 민간인 살해를 통해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이루려고 한다면 “어느 누구의 지지도 받지 못할 것”이라고 탈레반의 민간인 살해를 비난했다.

이준규 평화네트워크 정책실장은 “무고한 민간인들을 납치, 구금하는 것은 결코 용납될 수 없다”며 탈레반 측이 인질 추가 살해 시도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허영구 민주노총 부위원장도 “탈레반이 외세를 몰아내고자 한다면 먼저 무고한 인질을 살해하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며 “벼랑 끝 전술로 아프간의 권력을 잡겠다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탈레반을 비난하기도 했다.

오늘(31일) 저녁 촛불집회를 주최한 파병반대 국민행동은 8월 10일 아프간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인 아프간 점령과 파병철회를 위한 대규모 집회를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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