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에 '화려한 휴가' 재연되나

[기자의눈] "부득이 소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화려한휴가' 개봉으로 27년 전 광주민중항쟁이 인구에 오르고 있다. 영화 제작의 배경이나 흥행 여부 따위는 별 관심이 없지만, 기념일이 있는 5월도 아닌 지금 영화를 통해 광주가 회자되고 있다는 것은 사사로워 보이지 않는다. 광주민중항쟁에 대한 역사적 평가 작업이 끝났는지 어떤지도 잘 모르겠다. 분명한 사실은 군사정권의 무력에 맞선 민중의 저항의 역사이자, 미완의 혁명으로 광주민중항쟁은 기억되고 있다는 점이다.

[출처: 영화 '화려한휴가' 공식싸이트]

1980년 4월 군부의 권력 장악 의도가 노출되기 시작하면서 학생운동은 반독재운동의 불을 지폈고, 학생은 5.18까지 항쟁의 중심에 있었다. 그러나 19일 이후 계엄군의 진압이 시작되면서 항쟁의 중심세력은 민중으로 옮겨졌다. 계엄군의 폭압적 진압에 민중 스스로 무장투쟁으로 대항하기 시작했다. 도청 진압으로 '화려한휴가'는 막을 내리고, 80년대를 살아온 민중의 가슴에 광주는 '미완의혁명도시'로 살아있었다. 6.10항쟁에 나선 민중들은 광주민중항쟁을 연호로 사용했고, 광주는 6.10항쟁으로 다시 살아나 민주주의혁명의 큰 역사로 기록된다.

27년이 지난 지금 광주를 다시 돌아본다는 것은 한가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만큼 광주는 멀리 있고, 잊혀진 역사가 되었다. 영화 '화려한휴가'의 등장과 흥행돌풍은 뜻밖이지만 응당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그리고 대선을 앞두고 영화가 주는 정치적 성과를 누구누구가 챙기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도 엉뚱하지만은 않다.

영화 '화려한휴가'는 작품성과 관계없이 27년 전 폭력의 상흔과 외상, 그 기억을 자극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영화 '화려한휴가'는 광주의 10일을 뜨문뜨문 보여준다. 엄밀하게 말하자면 광주에 없었던 나로서는 뜨문뜨문 보여주는지, 조목조목 보여주는지 일갈할 처지가 못 된다. 다만 광주민중항쟁을 연호로 쓰며 6월항쟁의 한가운데 휩쓸렸던 경험으로 미루어, '화려한휴가'가 보여준 군사독재정권의 폭력의 역사와 그 지배이데올로기만큼은 기억에 선연하다.

[출처: 5.18기념재단]

80년 5월 23일 화려한 휴가 6일차, 이희성 계엄사령관 육군대장은 "이제까지는 여러분의 이성과 애국심에 호소하여 자진해산과 질서회복을 기대해 보았습니다. 그러나, 총기와 탄약과 폭발물을 탈취한 폭도들의 행패는 계속 가열되고 있으며, 이러한 상황에서는 부득이 소탕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시민 여러분! 소요는 고정간첩, 불순분자, 깡패에 의해 조종되고 있습니다. 지금 즉시 대열을 이찰, 직장으로 돌아가십시오."라는 경고문을 발표한다.

광주시민은 '폭도'였다. 그리고 전두환은 폭도가 아니라며 총을 놓지 않는 '강민우'를 사살하며 등장했고, 7년 후 박종철과 이한열의 목숨을 앗아가며 광주를 재연한다. 6월항쟁은 제2의 광주민중항쟁이었고, 6.29항복 선언은 제2의 계엄과 종이 한 장 차이를 두고 이루어진 역사적 산물이었다. 6.29항복 선언으로 '폭력의 역사'는 그렇게 일단락을 했다. 분명 그랬다.

그런데 영화 '화려한휴가'는 문득 오늘날의 '폭력'과 얼마나, 무엇이 다른가 하는 물음을 던진다. 27년이 지난 지금, 우리 사회구성원 일부가 멀리 아프간 탈레반으로부터 '폭력'을 경험하고 있다는 사실을 환기하는 순간 '폭력'의 기억, 그 외상이 주는 충격에 오금이 저린다. 우발적인 상황도 아니고 한두 명도 아닌, 총부리에 의해 묵숨을 잃는 사건이 눈 앞에서 반복되고 있다. 사태 해결이 무망한 상황이 지속되자 '군사작전' 목소리가 스멀스멀 기어나온다. 필시 누군가가 '화려한휴가' 그 폭력의 지배이데올로기를 다시 작동시키려는 속셈이 아닌가.

31일 정부는 '아프가니스탄 내 추가희생자 발생에 대한 성명'을 내고 사태 해결 의지를 피력했다. 31일 성명은 한국 정부가 할 수 있는 해결책도 할 말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음을 보여준다. 그런 가운데 성명서 마지막 문장은 유난히 시선을 끈다. "정부는 또다시 우리 국민의 인명을 해치는 행위가 일어난다면 이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며, 반드시 우리 국민들의 희생에 대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혀 둡니다."

두 명이 피살되고, 또 다른 비극이 예고될 수 있는 상황에서 '좌시하지 않을 것' '책임을 물을 것'이라는 문구가 주는 암시는 자극적일 수밖에 없다.

  조선일보 8월 1일 사설

오늘 조선일보는 '또다시 인질 살해하면 비상한 각오를'이라는 제목의 사설을 내보냈다. "지금 상황으로는 아무런 돌파구가 보이지 않고" "이러다 또 비보를 듣게 되는 것은 아닌지 두렵다"며, 좌시하지 않겠다는 정부 성명을 들어 또 다시 인명을 해치는 행위가 일어난다면 "정부와 국민 모두가 비상한 각오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쓰고 있다. 동아일보와 중앙일보는 각각 '군사작전 나설까' '아프간 최후선택 군사작전 고개 든다'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중앙일보 기사는 "전문가들은 특전사 2개 여단(2000명)과 해병 1개 연대, 보병 및 지원 병력 등으로 구성된 작은 사단급(1만명 이하)이면 충분할 것"으로 규모까지 거론한다.

좌시하지 않고 책임을 묻고, 비상한 각오를 하고, 특전사를 포함한 사단급 병력을 투입하는 시나리오가 거론되고 있는 것이다. 현재까지 청와대는 분명하게 부인하고 있지만, 어디선가 누군가에 의해 또다른 '화려한휴가'가 준비되고 있는지 모를 일이다. 필시 부추기는 세력과 지배이데올로기가 있다는 이야기다. 이게 분명 현실이 맞는가. 27년 전 이희성 육군대장의 경고문이 되살아나는 것은 아닐까. 대한민국에는 아직도 광주가, '화려한휴가'가 계속되고 있는 건 아닐까.

"이제까지는 여러분의 이성과 애국심에 호소하여 자진해산과 질서회복을 기대해 보았습니다. 그러나, 총기와 탄약과 폭발물을 탈취한 폭도들의 행패는 계속 가열되고 있으며, 이러한 상황에서는 부득이 소탕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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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병 , 아프간 , 한미동맹 , 화려한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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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려한휴가

    아프칸에 민노총의 쇠파이프,죽창 특공대를 보내라!!


    우리 인질 21명을 구해 오라...

    붉은 마스크 쓰고,

    붉은 깃발 휘두르며,

    죽창을 휘둘러 아프칸 테러리스트의 눈을 멀게 하고,

    쇠파이프를 휘둘러 사망내지 중상을 입힌다..

    그리고,인질과 함께 귀국!!

    니들은 민족적 영웅이 된다...

  • 잘못된 기사

    특전사가 광주에서 역사적 오점을 남긴 것은 특전사 홈피에서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광주의 역사와 아프칸을 대비하는 것은 지나치기도 하고 맞지도 않는 대비같군요.군은 명령에 절대 복종하는 특수집단이기 때문에 특전사 자체가 무슨 큰 잘못이 있겠습니까. 자기들의 영달을 위해 국민을 사살토록 특전사를 이용한 지휘관들에게 전적으로 책임이 있을뿐이죠. 이 기사를 읽어보니 아프칸이든 어디에서든 우리국민이 누구에게 살해를 당하든 우리군은 방관만 하고 있어야 한다는 논지로 보입니다. 피는 더 큰 피를 부른다는 단순한 논리로 그저 당해야만 한다는 것인지.

  • 허허헐

    피를 피로 갚는 일은 인류이래로 다양한곳에서 많이 나타 나고 있죠. 근데 위에 님들은 이게 맞는 논리라고 생각하시는 지요? 그피는 또 다시 피를 보겟죠
    그때 광주와 다를게 뭐가 있습니까? 가서 두드려 잡을 것은 불보듯 뻔한일 아닙니까? 그나라 사람들은 머 테러리스트입니까? 그렇다면 안중근 윤봉길은 어떻게 생각하시는 지요? 이슬람국에서 선교라... 말그대로 최악에 상황에 휘발유 들이 붇는 일입니다. 그사람들도 자신들 정체성데로 자국문화 유지하면서 살겟다는데 그 무슨 개 뻘짖입니까? 일본인들이 우리나라에서 창시개명시킨것보다도 더 한 일입니다. 세태 파악좀 하십시오. 님들이 옹호하는 특공대는 우리나라에서 자살특공테러로 돌아올것입니다.

  • 진리경찰

    닥쳐라. 어디 특전사 나가리를 보낼생각을 하냐.
    광주에서 13명이 자기편이 쏜 총에 맞아 죽고
    총을 들고서도 폭동을 제압하지 못한 치욕에서 하나도 배운게 없다.
    작전구상을 했으면 전의경 전사중 최우수 자원을 선발해
    몇주간 훈련시켜 파견하면 능히 해결할 수 있다.

  • 휴가좋다

    아래 글 화려한 휴가!
    너같은 인간들이 남의 나라 사람들 죽이러 군대파병하지?
    그런 놈들이 가서 구해와라!
    니들이 말하는 국익을 위해서!
    노동자들 투쟁에 특공대 푸는 놈들이
    남의 나라에서 죽음을 앞에 두고 있는 국민들은
    왜 외면하나?

    그리고 너!
    이런데 글 올리지마!
    오죽 할 줄아는 일이 없으면
    이런데 글 올리고 밥 빌어먹고 사니?
    그러면서 목구멍으로 밥이 넘어가니?
    이 무식해서 용감한 인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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