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아프간 정상회담, “맞교환 불가”확인할 듯

계속되는 탈레반 소탕작전...부정적 신호 줄 수도

5일(현지시간)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과 부시 미 대통령이 미국의 캠프 데이비드에서 정상회담을 시작했다.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미-아프간 정상회담을 통해 이번 피랍사태의 돌파구가 마련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분석이 지배적이다. 오히려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강경입장을 재확인함으로써 사태악화의 도화선이 될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미군 공습으로 6년 만에 최대 사망자
...'대다수 민간인' 주장도


2일 헬만드 주 북부 바그란에서는 미군과 나토군이 탈레반 무장세력을 소탕하기 위한 파상공세를 벌여 150명의 사망자가 발생하는 등, 긴장은 계속 고조되고 있다.

미군과 나토군은 탈레반의 근거지를 소탕한다는 이유로 북부 바그란 지역을 공습했으며, 이 공습으로 어린아이를 비롯한 민간인 부상자 40여 명이 병원으로 옮겨졌고, 150여 명이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고 한 외신은 목격자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만약 외신의 보도대로 민간인 희생자가 150여 명이라면, 민간인 희생자 수는 2001년 카불에서 탈레반 정권이 몰락하고, 카르자이 정권이 들어선 이후 최대 규모다.

그러나 아프간 정부는 미군의 “정밀타격”으로 민간인 희생은 거의 없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탈레반 세력이 100여 명 사망한 것으로 발표했다.

아프간과 파키스탄 국경지대에서도 탈레반 무장세력과 파키스탄 정부군과의 교전과정에서 4일 23명이 숨진 것으로 외신은 보도하고 있다.

24일에도 미군과 나토군의 공습, 아프간 정부군의 소탕작전으로 탈레반 무장 세력이 75명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탈레반 세력에 대한 미 주도 연합군과 나토군의 파상공세가 더욱 강도를 더해가는 형국이다.

강도높은 탈레반 소탕작전
탈레반에 잘못된 신호 줄까 우려


아프간 정부와 미국이 “수감자 맞교환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고, 미 정부가 “잠재적 군사적 압력”을 시사하고 있는 시점과 공교롭게도 맞아떨어진 이번 공습이 한국인 인질들을 잡고 있는 탈레반 세력에게 자칫 부정적인 신호로 이해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높다.

특히 이번 공습은 이번 피랍사건을 지휘하고 있는 탈레반 남부지역 총사령관 다둘라 만수르의 목숨을 노렸다는 점에서도 탈레반을 소탕하기 위한 통상적 작전으로만 보이지는 않는다.

미국 정부가 한국 정부의 승인없이 군사작전을 수행하지 않는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고 정부가 주장한 가운데, 이런 미국과 아프간 정부의 ‘외곽 때리기’가 탈레반에게 부정적인 신호로 읽히게 된다면, 한국 측 협상단과의 직접협상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다시 급격히 사태가 악화될 가능성도 있다.

“납치와 테러를 조장하지 않은 한” 모든 수단 동원
카르자이 CNN에서 밝혀... 사실상 인질 맞교환 거부 재확인


5일(현지시간) 시작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과 부시 미 대통령의 회담에 회의적인 것은 바로 이런 정황을 미루어봤을 때, 수감자 맞교환 등 탈레반 측의 요구를 받아들이는 등의 긍정적 해결책이 나올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카르자이 대통령이 CNN과의 인터뷰를 통해 한국인 인질들을 석방하기 위해서 모든 것을 다 하겠다고 했지만 “납치와 테러를 조장하지 않는 한”이라는 단서를 붙여 아프간 정부가 수감자 맞교한을 할 의사가 없다는 점을 정상회담에 앞서 미리 확인했다.

아프간 정부협상단의 일원인 가즈니주 출신 국회의원 마흐무드 가일라니도 4일 외신에 “미국이 수감자 교환에 반대할 뿐만 아니라, 수감자 맞교환은 정부 정책에도 어긋난다”고 밝혔으며 “협상이 주요하게 한국인들에 의해 되고 있으며, 돈, 몸값에 대해서만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가일라니는 아프간 정부와 탈레반 세력간의 협상은“교착”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아프간-미 정상회담 협상 불가 재확인 할 듯
워싱턴 포스트,“미, 강경책 압박할 것”전망


오히려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두 대통령이 탈레반에 대한 강경입장이 더욱 고조될 수 있는 가능성도 높다.

올해 초부터 “(부시 2기 정권들어서) 그 어느 때보다도 알 카에다가 강력해졌다”며 대 테러전쟁의 강도를 높일 것을 주장해온 미국의 입장에서 탈레반의 요구를 들어주거나 긍정적 사태해결을 위해 개입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정부는 2명의 인질이 살해되기 전까지 이번 사태와 거리를 두고 원칙적 입장만을 강조해왔으나, 한국 사회에서 미국이 전면에 나서라는 요구가 거세지가 “잠재적 군사 압력” 등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며 탈레반을 ‘사악한 세력’이라고 비난의 강도를 높여 군사작전을 우려하는 사람들을 긴장시키기도 했다.

특히 애초에 이번 정상회담이 아프가니스탄 남부지역에서 파슈툰 탈레반이 세력을 확장하는 가운데, 대응책을 마련하기 위해 마련된 배경을 감안한다면, 탈레반을 이롭게 할 수도 있는 이번 사태에 대한 급진적인 해결책을 기대하기는 더욱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내일로 예정된 정상회담 결과발표 기자회견에서 맞교환 불가라는 기존입장을 두 정상이 공식화할 경우, 소강국면에서 탈레반이 실질적 성과를 내기 위해 또 다시 인질들을 내세우며 사태가 악화되는 시발점이 될 수도 있다.

미 워싱턴 포스트는 아프간 피랍사태와 관련해 4일 “미국 관리들이 카르자이 대통령에게 탈레반에 대한 강경책을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런 워싱턴 포스트의 보도는 ‘잠재적 군사 압력’이라는 무력 사용을 배제하지 않는다는 미 행정부의 입장의 연장에서 미국의 시각을 드러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양국 정상은 아프간 재건 사업과 대테러전쟁 대응을 위해 이번 회담을 마련했으며, 한국인 피랍자 사태가 악화되면서 피랍사태도 주요 의제로 올랐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미 주도 연합군과 나토군의 공습으로 민간인 희생자가 급격히 늘고 있는 것에 대한 대책도 논의할 예정이다.

한편, 최근 아프간에서는 대 테러 전쟁으로 민간인 희생자가 급격이 늘어나 이번 2일 공습을 제외하고도 올해 들어 350여 명의 민간인이 교전을 직접적 원인으로 사망했다고 아프간 정부는 발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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