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북 투자환경 탐색에 주력할 듯

[남북정상회담]특별 수행원 자격 18명 재계 인사 동행

7년 만에 재개된 남북정상회담의 결과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부담과 기대를 안고 노무현 대통령과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18명의 재계 인사들이 동행했다.

정부는 남북 경제협력 강화를 통한 '남북경제공동체' 건설을, 기업들은 관광단지 개발, 자원개발, 사회간접자본(SOC) 건설 등 다양한 사업들이 거론되고 있지만, 이번 방북을 통해 정부 주도가 아닌 민간 기업들이 어떤 사업을 풀어낼 지는 여전히 미지수 인 상황이다.

정부, 남북경협의 질적 전환을 가져올 중요한 계기

지난 3월 사우디아라비아 동포들을 만난 자리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베트남, 중동특수 이어 세 번째 특수는 북쪽"이라고 강조하며, "남북관계가 열리고 우리 도로가 우리 기차가 중국, 러시아로 바로 연결되고 만주, 연해주 개방이 이뤄지고 또 한국의 상품이 철의 실크로드를 따라서 유럽으로 기차로 연결되는 그런 시대가 오면 우리 한국경제가 또 한 번 기회를 맞게 될 것"이라고 장밋빛 청사진을 제시한 바 있다.

정부는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남북 간 상생의 쌍방형 경제협력구조'를 창출하고, 남측 자본의 대북 투자를 통해 북 측의 경제 발전을 이끌어, 남북경제의 보완적 협력을 통한 상승의 시너지를 얻을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특히 '남북경제공동체' 구축을 통해 한반도종단철도(TKR) 시베리아횡단철도(TSR) 중국횡단철도(TCR) 연결 등 한반도가 대륙과 해양을 연결하는 허브로 발전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TKR-TSR 연결시 동북아 지역 물동량 수송 운임으로 남측은 연간 1억 달러, 북한은 1.5억 달러의 수익이 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SOC, 자원개발 사업 등 물망.. '선물 보따리' 사업 계획 발표는 미지수

북의 신의주를 중심으로 물류시스템 개발, 백두산 및 개성 관광단지 개발 및 확대, 전력 인프라, 자원개발 사업 및 주유소 건설, 북한 남포항 개발 사업을 통한 수리 조선소 건설, 자원개발, 철도와 육로(도로), 전력과 통신 등 북한의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등의 사업 구상안들이 나오고 있다. 철도공사, 현대아산, 한국전력, 대우조선해양 등 구체적인 사업 추진 기업들도 물망에 오르고 있다.

이번 방북에 함께한 재계 인사들은 구본무(LG 회장),윤종용(삼성전자 부회장),정몽구(현대자동차 회장),최태원(SK 회장),이구택(포스코 회장),현정은(현대그룹 회장)등 6개 기업 대표와 김기문(개성공단입주기업협의 회장),김재현(한국토지공사 사장),경세호(섬유산업연합회 회장),권홍사(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 회장),남상태(대우조선해양 사장),박연차(태광실업 회장),이 철(한국철도공사 사장),이원걸(한국전력공사 사장),이종구(수협중앙회 회장),이한호(대한광업진흥공사 사장),김승유(하나금융그룹 회장),김창록(산업은행 총재) 등 12명의 업종별 대표 들이다.

동행자들의 면면을 보면 한국 경제의 주축을 이루는 재벌의 대표 임원들을 비롯해 전기, 통신, 철도, 금융 등 관련 업종 대표자들이 골고루 배치돼 있다.

남쪽 기업들의 경우 채널이 한정 돼 있는 대북 사업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기회로 이번 방북을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주창하고 있는 '남북 경협 확대'의 기본 조건들에 대해 주판알을 튕기며 세부적인 투자 계획을 발표하는 수순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물류 및 통신 인프라 구축, 사회간접자본(SOC) 건설 등 사회 인프라가 부족한 북측에서 한국 기업들의 참여를 요청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그러나 아직 북측의 제안이나 요청 내용들이 공개되지 않은 상황이다.

방북한 경제인들은 방북 둘째 날인 오는 3일에는 인민문화궁전에서 '남북 경제인 간담회'를 통해 첫 만남을 갖는다. 오전 간담회 결과에 따라 오후에도 이 간담회 일정을 이어 진행하거나, 북한 IT의 중심 장소로 알려진 김책공대 전자도서관을 방문할 계획이다.

군사적 불안전성, 경영권 보장 방안 등 난관은 많아

재계의 이번 방북을 통해 '선물 보따리' 로 사업 계획들을 풀어 놓을 수 없는 이유는 투자와 회수가 쉽지 않은 북이 처한 다양한 조건들 때문이다.

북 체제의 정치, 군사적 조건 뿐만 아니라 6자 회담 등 한반도 비핵화와 정치 안정 협상이 성과를 내고 있다고 해도, 북은 여전히 미국에 의해 '적성국교역법(US trading with the Enemy Act)'의 적용을 받고 있다. 이 법에 근거해 미국은 북에 대한 교역을 금지함은 물론이고, 북과 교역하는 상대국에도 경제적 제재를 가할 수 있다. 그래서 자동차와 전자 제품등 대기업의 주요 수출품들의 경우 전쟁물자로 사용될 수 있다는 이유로 북과의 교역이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현재는 북핵 불능화에 대한 정치적 보상으로 미측이 테러지원국 명단삭제, 적성국교역법 적용 종료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으나 명쾌한 답이 없는 상황에서 이 조건들은 여전히 장벽으로 작동하고 있다.

또한 개성공단에 입주해 있는 사업 단위들이 제기하고 있는 통신, 통관, 통행 등 이른바 3통 문제 개선의 과제뿐만 아니라, 기업들의 재산권과 경영권 보장 여부에 대한 의구심이 여전히 변수로 남아 있다.

재계는 이번 방북을 통해 구체적인 사업을 진행하겠다는 '선물용' 계획 발표 보다는 북측의 의중과 투자 환경을 살펴,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남북 경협방안을 발표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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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 남북정상회담 , 방북 , 남북경제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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