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길 민주노동당 대선 후보가 경선 기간 중 내걸어 온 '코리아연방공화국'을 두고 당내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당초 권 후보는 '코리아연방공화국'을 핵심 기조로 경선에 임했고, 당 대선 슬로건과 기조 역시 이대로 결정될 것이라는 게 유력한 관측이었다. 그러나 민주노동당 선대위는 지난 29일 이번 대선의 주 슬로건을 격론 끝에 '세상을 바꾸는 대통령'으로 최종 결정했다.
찬성하는 쪽이나, 반대하는 쪽이나 내부 논의가 깔끔히 정리되지 않은 채 결정된 이번 대선 슬로건과 관련해 할말이 많은 듯 하다. 찬성하는 쪽은 권 후보가 내걸었던 애초 슬로건이 채택되지 못해서, 반대하는 쪽은 슬로건 이름만 바뀌었지 대선 기조는 역시나 '통일'에 방점이 찍혀있다는 불만이다. 이런 와중에 권 후보 캠프에서 선대위장까지 지낸 주대환 전 당 정책위원회 의장이 권 후보의 '코리아연방공화국'을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또 이에 대해 이용대 현 정책위의장이 결정된 슬로건 변경을 요구라도 하 듯 '코리아연방공화국'을 재차 강조하고 나섰다.
주 전 의장과 이 현 의장은 각각 지난 29일과 30일 서로 다른 인터넷매체에 기고를 해 '코리아연방공화국'에 대한 찬.반 입장을 밝혔다.
주대환 전 의장, “‘코리아연방공화국’, 국민 우습게 알고 내놓은 저질 정치 상품”
주 전 의장은 지난 29일 인터넷매체 <레디앙>에 기고한 '코리아연방공화국은 저질 정치 상품'이라는 글을 통해 "현실에 비추어볼 때 '코리아연방공화국'은 전혀 진지함이 없고 매우 황당무계하다"며 "'코리아연방공화국'은 소비자인 국민을 우습게 알고 내놓은 저질 정치 상품"이라고 혹평하며 '코리아연방공화국'의 정책 실현가능성을 일축했다.
그는 이 글에서 연방국가 건설을 위한 전제조건으로 "인민들의 생활수준이 비슷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가 간 생활수준을 맞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유럽연합 사례를 들며 "그래야만(생활수준이 비슷해야만) 국경을 허물어도 갑자기 사람들이 한 방향으로 대이동을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라며 "연방이라면 국가연합보다 한 단계 높은 수준의 통합이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주 전 의장은 "물론 '코리아연방공화국'을 선포해놓고 남북한 인민들이 오고 가지도 못하게 할 수도 있지만, 그건 연방국이 아니다"며 "하기야 북한 안에서의 여행과 이동도 아직 자유롭지 못하니, 북한식의 나라를 만들자고 한다면 연방국을 못 만들 이유도 없다"고 일갈했다.
주 전 의장은 결론적으로 "모든 정황을 고려하면 남한 국민과 북한 인민의 생활수준을 비슷하게 만들려면 일이십년으로는 불가능하다"며 "그러므로 일이십년 내에 연방 수준으로 남북한을 통합하는 일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는 흔히 우리가 파는 상품의 수준이 소비자의 눈높이에 비추어 너무 높아서 잘 안 팔린다고 생각해왔다"며 "아직은 고객들이 이 좋은 상품의 내용을 잘 몰라서 안 팔리지만 꾸준히 우리가 홍보를 하면 몇 년 지나지 않아서 틀림없이 잘 팔릴 거라고 생각해왔는데, 아무래도 '코리아연방공화국'의 경우에는 전혀 그렇지 않은 것 같다"고 밝혔다.
이용대 현 의장, “단순한 통일정책 아닌 민주노동당만의 고유한 국가대안”
반면, 이 같은 주장과 달리 이용대 현 정책위의장은 30일 인터넷매체 <민중의소리>에 기고한 글을 통해 '코리아연방공화국'의 국가비전으로서의 성격을 한껏 강조하고 나섰다.
이 의장은 ‘코리아연방은 어떤 나라인가’ 제목의 글을 통해 "코리아연방 메시지를 통일에 대한 강조로 이해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그러나 코리아연방은 단순히 통일정책이 아니라 민주노동당 말고는 그 어느 당도 낼 수 없고 동의할 수 없는 민주노동당만의 고유한 국가대안"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분단국가에서 태어나 분단체제에 길들여진 분단세대는 '대한민국이 아닌 우리나라'를 상상하기가 태생적으로 어려울 수밖에 없다"며 "대안국가로서 코리아연방공화국의 메시지가 잘 다가오지 않는 근본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덧붙였다.
이 의장은 글에서 주 전 의장 등 비판하는 쪽을 의식한 듯 "80년대 말 이래 한국의 경제력이 이북을 앞지르는 고도성장을 이루었다는 현실 판단을 근거로 이제 남북관계는 '국가연합'이나 '흡수통일'이 현실적 대안이라고 생각하는 지식인들이 의외로 많은 것이 사실"이라고 적었다.
그는 이어 "일반적으로 지식인계급은 현실을 '바꾸는' 존재가 아니라 현실을 '해석하는' 존재인데, 그 해석의 근거는 언제나 그러한 해석의 노고를 통해 자기 밥그릇을 얼마나 유지하고 늘릴 수 있는가에 초점이 있기 십상"이라며 "밥그릇에 매인 지식인의 '순응주의적 속성'은 새삼스러운 발견이 아니다"고 '코리아연방공화국'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지식인들을 싸잡아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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