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비자금 조성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김용철 변호사의 주장에 대해 삼성 측이 공식 입장을 밝혔다. 5일 삼성이 총 분량 25쪽에 달하는 '김용철 변호사 주장에 대한 삼성의 입장'이라는 해명자료를 낸 것.
이 자료에서 삼성은 김 변호사 제기하고 있는 △이건희 회장 '로비지침서' △차명계좌를 통한 비자금 조성 △검찰 ‘떡값’ 로비 △에버랜드 편법증여 사건 증인·증언조작 등의 의혹들을 전면 부인하고 나섰다.
삼성은 이 자료 서두에 "근거 없는 허위 폭로가 잇따르고 억측과 오해가 확산되어 삼성의 기업 이미지가 훼손되었다“며 "정상적인 경영 활동 및 해외 현장의 글로벌 사업 수행이 심각하게 위협받는 상황에 이르게 되었다"고 반박 배경을 밝혔다.
차명계좌 통한 비자금 조성 의혹
: “김 변호사 동료가 양해 얻어 개설.. 회사와는 관련 없어” 부인
삼성 측은 김 변호사가 삼성 비자금 조성의 핵심 근거로 제시하고 있는 '자신 명의의 50억원 규모의 차명계좌 개설'과 관련해 이미 알려진 대로 계좌 존재 자체는 인정했다. 그러나 삼성 측은 "그 돈은 회사와는 전혀 무관한, 말 그대로 이름을 빌려 쓴 계좌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삼성은 김 변호사 명의의 차명계좌에 대해 "김 변호사가 구조본(구조조정본부) 재무팀에 근무할 당시 친하게 지냈던 동료가 김 변호사의 사전 양해를 얻어 개설해 사용한 것"이라며 "김 변호사는 퇴직 이후에도 매년 이로 인해 발생하는 세금을 제공받아 자신이 대신 납부해 왔다"고 재차 주장했다.
삼성은 그간 법률적 검토 후 이 계좌의 실주인을 공개하겠다고 공언해 왔다. 그러나 이날 삼성은 "이 차명계좌와 관련한 진상은 해당 계좌에 대한 구체적인 입출금 내역 조사 등을 통해 쉽게 확인이 가능할 것"이라고만 밝혔다.
‘떡값’ 로비 의혹 - ‘사실무근’ 일축
‘로비 명단’ - “검찰 사정 밝은 사람이면 반나절 안에 작성할 수 있어”
삼성은 이어 "검사나 판사를 상대로 떡값이나 휴가비 등을 돌린 적이 없다"며 "김 변호사에게 그 같은 일을 지시한 바도 없다"고 김 변호사가 제기하고 있는 검찰 ‘떡값’ 로비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삼성은 "김 변호사가 현직 검사 출신으로는 처음 입사한 케이스여서 예우에 각별히 신경쓰고 있었기 때문에 로비를 지시할 상황이 아니었다"며 "만일 김 변호사가 법조계 등의 인사를 만나 술을 마시거나 식사를 했다면, 이는 전적으로 김 변호사가 사적 관계에서 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가 확보하고 있다고 주장한 '뇌물수수 명단'과 관련해서도 삼성 측은 "김 변호사가 로비 명단을 갖고 있다고 주장하는데, 검찰 사정에 밝은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이런 명단을 반나절 안에 손쉽게 작성할 수 있다"고 그 진위여부를 일축했다.
‘이 회장 지시사항’ 문건
: “이 회장 발언 적은 것 맞으나, ‘로비지침서’는 아니다” 해명
지난 3일 공개된 '(이건희) 회장 지시사항' 문건과 관련해 삼성은 존재 자체와 이 회장의 발언을 기록한 문건이라는 점은 인정했다. 그러나 삼성은 "로비지침서는 아니다"고 반박했다.
삼성은 '회장 지시사항' 문건에 대해 "이건희 회장이 식사 자리나 일상생활에서 자유롭게 한 말을 수행하는 직원이 메모해 두었다가 나름대로 정리한 것"이라며 "이를 거창하게 '로비 지침서'라고 주장하는 것은 왜곡"이라고 주장했다.
'회장 지시사항' 문건에 적힌 '돈 안받는 사람에게는 호텔할인권과 와인 등을 주면 효과적'이라는 내용과 관련해 삼성은 "와인이나 호텔 할인권에 대한 언급도 주었을 경우 문제가 있는지 검토해 보라는 취지였다"며 "이 같은 회장의 발언 메모는 이행되지 않고 검토 단계에서 폐기된 것들도 많다"고 밝혔다.
에버랜드사건 조작 의혹
: “어떤 증인을 어떻게 빼돌려 수사 방해했는지 밝혀라” 역공
에버랜드 편법증여 사건 증인 및 증언 조작 의혹에 대해서도 삼성은 "터무니없는 주장"이라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그간 <한겨레21> 등과의 인터뷰를 통해 "에버랜드 고소·고발이란 게 결국 이재용(삼성전자 전무)의 재산을 만드는 과정에 관련된 일이다. 시나리오를 짜서 증거를 조작하고 위조했다"며 "김인주 사장(2003년 당시 구조본 재무팀장, 현 전략기획실 전략지원팀장)이 그걸 기획하고 이학수 부회장(2003년 당시 구조본 본부장, 현 전략기획실장)이 승인했다"고 밝혀왔다.
이에 대해 삼성은 "기업 법무실은 기업 활동과 관련해 형사고발이 되면 변호사가 관련 당사자들을 면담하여 법률적 쟁점과 증거관계를 분석한 후, 그들이 수사기관이나 법정에서 효과적으로 방어권을 행사하도록 도와주는 것이 당연한 업무"라고 지적했다.
삼성은 이어 "수사과정에서도 전환사채 발행에 관여한 에버랜드 실무진, 이사진, 개인 및 법인 주주 전원은 물론 관련 참고인은 빠짐없이 조사를 받았고, 김인주, 유석렬, 이학수, 현명관 등 당시 비서실의 핵심 임원들도 모두 검찰에 소환되어 수차 조사를 받은 바 있다"며 오히려 김 변호사를 향해 "도대체 어떤 증인을 어떻게 빼돌려 수사를 방해했다는 것인지 분명히 밝혀야 할 것"이라고 역공을 가했다.
폭로 배경
: “일반인이 힘든 거액 받을 때는 아무말 없더니..” 도덕성 트집잡기
한편, 이날 해명자료를 통해 삼성은 이번 폭로 배경과 관련해 김 변호사의 도덕성을 문제 삼기도 했다.
'삼성이 법무법인 서정 측에 압력을 행사해 나를 퇴출 시켰다'는 김 변호사의 주장에 대해 삼성은 "서정 측의 설명에 따르면, 김 변호사가 개인적 비리, 내부 변호사들과의 마찰과 갈등, 부적절한 처신과 변호사 직업윤리 위반 등의 문제가 있어 파트너 회의에서 2개월 휴직을 결정했다"며 "휴직 이후에도 같은 문제가 계속돼 (서정 측이) 퇴출을 결정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삼성은 "김 변호사의 개인적 문제는 퇴직 후에도 이어져 서정에서 나간 뒤에도 서정의 법인카드로 4천800만원 상당의 상품권을 구입해 간 사실이 드러나 현재 서정 측이 법적조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또 삼성은 "김 변호사는 97년 입사 이후 2004년까지 구조조정본부 재무팀, 법무팀의 임원으로 재직하면서 스톡옵션 차익, 급여 등으로 일반인이 생각하기 힘든 거액을 받았다"며 "회사 재직, 고문변호사 기간 중에는 아무 말도 않다가 고문계약이 끝난 시점에서 이처럼 근거 없는 주장을 하는 것을 과연 양심의 움직임이라고 할 수 있는가"라고 이번 폭로 배경에 대해 강한 의구심을 나타내기도 했다.
또 삼성은 김 변호사의 폭로에 대해 "그의 명의로 된 차명계좌의 존재 외에는 구체적인 자료나 근거가 없고 대부분 일방적인 주장 뿐"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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