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능한 교육개혁을 가능케 하라

[진보논평] 학부모들에게 고함

진보전략회의(준)는 한국사회 주요 전략아젠다에 대한 진보적 정책생산을 목표로 모인 연구자, 활동가들의 전략네트워크이다. 사회운동의 통합적 활동이 가능하도록 운동과 운동을 이어주고 지역, 부문, 현장에서 운동기획을 자극하고 촉진하는 역할을 표방하고 있다. 진보전략회의(준) 회원들이 주요한 사안에 대해 발표하는 '진보논평'을 민중언론참세상에 게재한다.- [편집자 주]


해마다 이맘 때만 되면 한 바탕 회오리가 지나간 것처럼 모든 국민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정신없이 하루를 보낸다. 수능시험을 국가대사로 인식한 지가 이미 오래전의 일이라 특별한 거부감 없이 비슷한 느낌으로 시간을 죽이는 것이다. 학부모들의 100일 기도와 삼천 배 그리고 고사장 앞에서의 종일 철문 기도 역시 예전부터 우리에게는 익숙한 풍경이다. 수험생과 그 가족들은 유치원 2년을 포함해 최대 14년 동안 이 날을 위해 죽으라고 함께 뛰어왔는데, 불안 초조 긴장감이 배가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러한 인식과 풍경은 두말할 나위 없이 시험 점수가 소위 명문대로 불리는 메이저리그의 진입을 좌우하는 결정체이기 때문이다.

교육 커넥션은 작업의 정석

최근 김포외고, 명지외고 등 외국어고 입시문제 유출사건은 많은 이들의 분노를 자아내게 했다. 역시 명문고등학교 진학이 명문대로 직행한다는 보편적인 인식을 확인케 한 사건이었다. 그동안 제기돼 온 특목고와 입시전문 학원 간의 유착의혹이 낭설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시켜주었다. 또한 학교와 학원 그리고 학부모 3자간의 굳건하고도 부적절한 커넥션이 드러난 것이다.

대한민국이 커넥션 공화국이라는 것은 상식에 속하며 그리 충격적이지도 않다. 삼성과 비교하면 깜도 안 되는 조족지혈에 불과할뿐더러 전형적인 작업의 정석이다. 사건 이후 이런 학원에 학부모들의 상담이 줄을 잇는다는 점이 바로 이를 증명하고 있다. 태교를 영어로 하고 수십만 원이 넘는 영어유치원을 보내는 현실에서 특목고를 보내겠다는 학부모들의 열망을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엄마들의 극성을 얘기하지만 그렇다고 아빠들의 방기는 공범에서 배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들 학부모들을 몰염치와 뻔뻔함으로 비난할 수도 있다. 또 그렇게 해야 한다. 그들에게 더 이상 면죄부를 주어서도 안 된다. 국가와 사회 모두가 공범이라는 추상적 수준에서 문제를 바라보는 것은 해법의 현실 가능성을 더욱 어렵게 만들기 때문이다.

위로부터의 혁신과 아래로부터의 통제가 만나는 것이 바람직하겠지만 국가나 정치사회에게 기대할 수 있는 것이 전무한 상황에서 학습자 당사자의 노력이 가장 중요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들은 국가의 교육정책에 대해서 근본적으로 불신하고 있기 때문에 자기 스스로의 방법과 수단으로 이를 돌파하려는 것이다.

자신의 인생을 시험 하나에 맡기는 것도 곤란하지만 그렇게 만드는 이 사회가 정말 정나미 떨어진다. 우리 사회는 그 결과에 따라서 장밋빛 인생이 펼쳐지느냐 아니면 인생 최대의 삑사리가 되어 고난의 행군을 걸을 것이냐 하는 두 가지 갈림길만 생각하고 있다. 다른 길도 많이 있다는 것을 알지만 그것은 예외사항이라고 치부하기 일쑤다. 그러면서 자신들의 자녀들은 상위 3%에 들지 못하는 것을 알면서도 예외조항을 내세우며 맹목적으로 도전하고 있다. 그들 역시 필요시 공교육 정상화와 학벌주의 타파를 외치지만 그 순간 자신도 모르게 덫에 걸리곤 한다. 그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학벌이기 때문이다.

교육개혁의 희망을 학부모에게서 찾을 수 있다

특목고 입시문제 유출은 자신이 쌓아 온 실력을 바탕으로 해서 공정한 절차와 방법으로 경쟁하고 있다는 신뢰와 믿음을 저버렸다는 사건이란다. 이는 문제유출은 불공정하고 공교육을 무너뜨리고 학원 중심의 사교육을 강화하는 것은 공정하다는 논리다. 그야말로 어불성설이고 논리적 모순의 극치다. 현실적 조건이 불공평하고 불공정한데, 절차와 방법이 공정할리는 없잖은가. 이는 게으르기 때문에 빈곤하고 그런 빈곤층은 대물림할 수밖에 없다는 부르주아지의 논리와 너무 똑같다. 상식이 통하지 않는 사회에서는 불공정 거래가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현상이다.

그럼에도 한국 교육의 희망적 요소를 학부모들에게서 찾을 수 있다. 김포외고의 시험지 유출 사고는 명문대 입시경쟁이 낳은 우리 시대의 슬픈 자화상이라고 다들 얘기한다. 서울대를 정점으로 하는 대학서열이 존재하는 한 이러한 현상은 해마다 반복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정답은 이미 나와 있다. 문제의 핵심이 학벌주의이기 때문에 이를 폐지하면 되는 것이다. 이는 당연히 현재의 입시제도 폐지에 모아지게 된다. 이것이 불가능하다고?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이다. 세상에 불가능한 것은 없다.

사족하나. 몇 년 전 동네에 있는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수학여행을 가는데, 학부모들이 자발적으로 돈을 걷어서 교사들에게 목욕비를 1-20만원 줄 것이라는 소문을 들었다. 소문의 진상을 파악해 보니 거의 대부분이 사실로 드러났다. 관행이라는 명분으로 자행된 이러한 행태를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것이 쉽지는 않겠지만 일단 부딪쳐 보자는 심산으로 학교장에게 전화를 걸어 사건의 진상을 확인해 보니 절대 그럴 리 없다는 대답과 함께 어떠한 일이 있어도 그런 일은 만들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았다. 그 결과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몇몇 학부모들의 시도가 불발로 끝났다는 얘기를 들었다. 이러한 일이 있은 후 몇몇 학부모들이 학교에 일이 발생하면 가끔 필자에게 전화를 걸어달라는 부탁을 하였다. 이에 필자는 거창하게 한국 교육의 미래를 생각하여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곤 하였다. 성공률이 높은 것은 엄마에게 일임했던 자신의 임무와 역할을 아빠들이 되찾아왔기 때문이다. 학부모는 엄마만 있는 것이 아니라 아빠도 포함되어 있다. 그래서 교육의 희망을 학부모에게서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덧붙이는 말

배성인 님은 진보전략회의 회원으로, 한신대 교수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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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개혁 , 특목고 , 입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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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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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찬영

    돈을 걷어서 목욕탕가는 것 당장 신고 하세요
    저도 사기당하면 신고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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