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철 변호사(전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 법무팀장)의 폭로로 삼성의 직원 명의 차명계좌 개설 의혹이 일고 있는 가운데, 우리은행이 삼성 계열사 직원의 계좌를 불법 조회한 단서가 공개돼 주목된다.
민주노동당 삼성비자금특별대책공동본부장을 맡고 있는 심상정 의원은 26일, '우리은행의 불법 계좌조회' 사건을 수사 중이었던 서울지방경찰청이 지난 해 5월 금융감독원에 보낸 수사협조의뢰서 공문 사본을 공개했다.
금감원.우리은행, '계좌조회 자료 제출' 경찰 요청 거부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이 수사협조의뢰서에서 "우리은행 삼성센터 업무팀이 제일모직 직원을 감사하는 과정에서 감사대상자의 장모 계좌번호를 불법 조회한 것을 비롯해 2004년 1월 1일부터 2005년 5월 5일까지 734건의 계좌에 대해 3천5백 번 조회했다"고 사건 개요를 설명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이어 공문에서 "(우리은행 측에) 3천5백 번 조회 중 합법적인 조회에 대한 소명자료 제출을 요청했으나, 이를 거부하고 있다"고 밝히며 "금감원에서 소명자료를 제출하도록 조치해달라"는 협조사항을 적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서울지방경찰청의 수사협조 요청에 대해 금감원은 "우리은행으로 하여금 자체조사를 하도록 한 결과 불법사실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답변을 보냈다고 <경향신문>은 보도했다.
자체조사를 지시했다고 밝혔지만, 금감원이 사실상 경찰의 자료 제출 요구를 거부함으로써 사건을 덮으려고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대목이다.
심상정, "금감원, 도둑의 주장을 빌어 도둑이 아니라는 판정 내려"
심상정 의원은 이에 대해 "금감원은 경찰의 수사협조의뢰 공문을 받아 우리은행의 불법행위를 인지하고도 조사하지 않았다"며 "이는 금감원의 직무유기일 뿐 아니라 도둑을 잡아달라는 데 도둑의 주장을 빌어 도둑이 아니라는 판정을 내림으로써 실질적인 공모행위를 저지른 것"이라고 지적했다.
우리은행 측이 경찰의 자료제출 요구 거부한 것과 관련해서도 심 의원은 "계좌를 조회한 일이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면, 우리은행이 경찰에 자료제출을 거부할 이유가 없었다"며 "그런데도 자료제출을 거부한 것은 무언가 말 못 할 사실이 담겨있다는 것이며 추가 불법조회 또는 비자금과 연계된 조회가 포함돼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불법 계좌조회 사건이 일어난 곳은 김용철 변호사가 삼성직원 명의의 비자금과 차명계좌가 존재한다는 우리은행 삼성센터지점"이라며 "이번 불법 계좌조회 사건은 삼성출신 황영기 씨가 우리은행장으로 재직할 당시 삼성과 우리은행이 짜고 벌인 공모극"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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