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우, 삼성이 사는 길 다섯 가지

이건희 왕국을 넘어 민주공화국으로

이정우 경북대 교수는 삼성이 왕국에서 민주공화국으로 발전하는 것이 삼성이 사는 길이고, 그래야 대한민국도 삼성왕국이 아니라 민주공화국이 될 수 있다며 이건희-이재용 일가의 발상의 전환을 요구했다.

이정우 교수는 '삼성이건희불법규명국민운동'이 주최하고 경제개혁연대와 참여사회연구소가 주관한 오늘(3일) 토론회 '이건희왕국을 넘어 민주공화국으로'에서 기업 지배구조의 개혁, 노동조합의 활성화와 경영참여의 도입, 소유지분과 종업원지주제의 확대, 부정부패의 근절, 민주적이고 유연한 기업문화 등을 강조했다.

  3일 오후 2시부터 참여연대 지하강당에서 열린 '이건희 왕국을 넘어 민주공화국으로' 토론회 장면. 이정우 교수와 홍윤기 교수

이정우 교수가 오늘 발언에서 주목한 건 경제민주화. 한국 경제에서 (스웨덴과 같은) 북구형의 경제민주주의 실현은 요원하며, 전제로서 민주적이고 진보적인 정부가 들어서지 않고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보면서도, 삼성이 지금까지 쌓아온 기술력과 기업 이미지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삼성의 지배구조를 해결할 몇가지 기업 민주화 방향을 제시한다며 위 다섯 가지를 들었다.

기업 지배구조의 개혁과 관련, 삼성이 불과 4%의 지분으로 60여 개의 회사를 지배하는 현실은 소유권과 의사결정권 사이의 심각한 괴리를 의미하며, 이는 삼성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나라 재벌의 공통된 문제라고 지적했다. 순환출자는 가공자본의 성격이 있으므로 금지하는 것이 맞으며, 그렇게 되면 삼성의 주인이 이씨 가문이 아니라 국민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노동조합의 활성화와 경영참여 도입에 대해 이정우 교수는 기업이 적극적으로 노동조합의 권리를 인정하고, 기업의 제반 정보를 공개하며, 노사 쌍방이 대등한 입장에서 기업경영의 의사결정을 해나가는 것이 경제민주화와 노사화합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짚었다. 이를 위해 기업이 노조를 적대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정우 교수는 미국의 고성과기업이 대부분 종업원지주제를 도입.운영하고 있으며, 1만 개 이상의 기업이 이 제도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경영참여와 자본참여를 병행하는 기업일수록 생산성, 이윤, 노동자의 사기, 창의력 등에서 좋은 성과가 나온다는 설명이다. 이정우 교수는 우리 나라 대기업의 소유집중을 견제하고 장차 국민기업으로 만들기 위한 방편으로 성과분배와 종업원지주제의 획기적 확대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부정부패는 우리 나라가 아직 선진국이 못 되고 있는 가장 중요한 이유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건희 회장이 "부정은 암이다. 부정을 하는 조직은 반드시 망한다"는 인용과 함께 조직 현장에서는 모범적으로 행동하는 삼성이 (김용철 변호사의 증언이 사실이라면) 조직의 수뇌부에서는 조직적으로 대규모 부정을 저질로 온 셈이라며, 실핏줄은 깨끗한데 심장은 왜 혼탁하냐며 역설했다.

이정우 교수는 민주적이고 유연한 기업문화와 관련, 삼성이 이번 일을 거울삼아 그 동안 자만이나 과욕이 없었는지, 내부에 비판적 언로가 봉쇄된 것은 아닌지 찾아보고, 바른 말 하는 사람을 발탁하는 기업문화를 도입하여 민주적이고 유연한 기업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은 부정과 탈법은 비난하지만, 기업으로서의 삼성이 잘 되기를 바라고, 법의 테두리 안에서 합리적인 경영, 기술혁신, 고용창출에 매진하여 세계가 본받을만한 국민기업으로 우뚝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정우 교수는 발제 말머리에 어젯밤 KBS 심야영화 '장고'를 봤다며, 장고 한 명이 48명의 악당을 물리치는 믿을 수 없는 극적 반전이 흥미로웠다고 말했다. 이정우 교수는 영화는 그렇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는 경우가 훨씬 많다며 말을 이었다. 거악과 거악에 아첨하는 무리가 이기고 정의와 양심을 가진 쪽이 패배하는 경우가 대부분의 역사라고... 삼성 왕국이냐 민주공화국이냐 기로에서, 용기를 내 발제를 한다며 소회를 피력했다.

이날 토론회는 이정우 교수의 주발제에 이어 김진방 인하대 교수가 '삼성부조리'를, 홍성태 상지대 교수가 '삼성공화국과 삼성이데올로기'를, 박진형 민주언론시민연합 활동가가 '삼성왕국 지킴이 자처하는 언론'을 각각 발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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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 이건희 , 비자금 , 김용철 , 삼성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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