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Tae Hoon Kang - http://www.flickr.com/photos/fguy/] |
나무로 만든 집에,
그 그늘에,
마음 짐 부려 놓고자 애쓰면서
정작 나는 나무 한 그루 심지 못했네
늘 연푸른 잎이 가만가만 돋아
마음이 파래지는,
아름 들이 몸통을 꿋꿋이 세우는
그 알 수 없는 깊이의 뿌리
땅의 정령(精靈)과 하늘의 정령을 불러 모아
밤마다 강물위에 별 잔치를 벌이는
그런 나무 한 그루 심지 못했네
나무의 속삭임에 마음 준 적 없어
나는 이기적이고
강물의 말씀 새겨듣지 않아
나는 오만방자한데
산을 무너뜨려 나무를 뿌리 채 뽑고
수천 년 내려온 민족의 핏줄,
그 도도한 강줄기를 돌려 세우고자 하는
역사의 탕아 앞에
망나니의 삽자루 앞에
오늘에야 나무 한 그루 심지 못한 것을 후회하네
바람이 쉬어가고
새들의 집이 아늑한
골짝에서 골짝에서 솟은 맑은 물이
동구 밖을 유유히 흐르는 역사의 길에
족쇄를 채우고자 혈안인 그대들 앞에
나무 대신 몸을 세우노니
마흔이 넘도록
나무 한 그루 심지 못해
강물의 말씀에
그 유구한 깊이에 나 오늘,
귀 기울이지 못한 죄를 씻고자 하노니
- 덧붙이는 말
-
글쓴이 소개-1966년 경남의령출생. 1995년 제 6 회 <마창노련문학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 시작 시집으로 『아침 햇살이 그립다』,『저 겨울산 너머에는』,『개나리 꽃눈』,『공장은 안녕하다』등. 한국작가회의 회원, 객토문학동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