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6월 23일, 막 여름에 들어선 어느 날 거리에 나선 비정규직 노동자는 또 다시 6월 23일이라는 날을 거리에서 맞을 것이라고 상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녀들은 올해도 차가운 아스팔트 바닥에서 ‘파업가’를 부르고 있다. 그녀들은 뉴코아-이랜드 비정규직 노동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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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6월 23일. 뉴코아노조와 이랜드일반노조는 공동으로 파업에 돌입했다. 이랜드 그룹이 뉴코아와 홈에버 매장에서 일하던 비정규직 노동자 700여 명을 계약해지하고 외주용역화 하는 계획을 발표했기 때문. 이는 같은 해 7월 1일부터 시행될 ‘비정규법’을 대비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랜드 그룹은 2년 이상 일한 비정규직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할 것을 명기하고 있는 비정규법이 시행되기 직전 이를 피하기 위해 비정규직 노동자를 외주용역화하기 이른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맡고 있었던 업무를 외주용역화 하면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정규직화 책임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시 김연배 뉴코아 관리담당이사는 “비정규직 보호법에 차별시정과 관련한 부분이 담겨져 있기 때문에 회사에서는 7월 1일부터 법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고, 그렇기 때문에 (외주화를) 진행하고 있다”라고 말했었다.
“우리는 반드시 정규직으로 매장에 돌아간다”
이런 이랜드 그룹의 조치에 하루아침에 길거리에 나앉아야 하는 뉴코아-이랜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살기 위해 매장을 점거하며 파업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파업 1년을 맞아 뉴코아 강남점 앞에 모인 뉴코아-이랜드일반노조 조합원들은 “너무나 당연한 요구를 한 것이기 때문에 여기까지 올 줄 몰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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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코아-이랜드일반노조는 파업 1년 결의대회를 뉴코아 강남점 앞에서 열었다. |
23일, 뉴코아 강남점 앞에서 열린 파업 1년 결의대회에서 이경룡 이랜드일반노조 방학점분회 조합원은 “죽어라 일만 했었는데 노조를 알고 나서 뭐가 옳은 것인지 알았다”라며 “어떻게 일 년이 지나갔는지 모르겠다”라고 일 년을 하루같이, 하루를 일 년 같이 보냈을 지난 1년의 기억을 털어놓았다.
그녀는 “남들은 가을이 되면 가을소풍, 봄이 오면 봄소풍을 가는데 나는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투쟁만 해야 했다”며 “봄이 지나가고 또 여름이 왔는데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우리가 정규직으로 매장으로 돌아갈 때까지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목소리 높였다.
이인숙 뉴코아노조 조합원도 “나는 아무 이유 없이 계약해지 당했기 때문에 정당한 이유를 가지고 요구하면 이뤄질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그런데 지금은 허공에다가 얘기하는 것 같다”고 말하고, “하지만 우리의 싸움은 너무나 정당하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해서 돌아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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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코아-이랜드 노동자들은 "멈추지 않겠다"라고 했다. |
뉴코아 강남점 앞에 모인 조합원의 수는 눈에 띄게 줄어 있었다. 일 년이라는 시간이 그녀들에게 준 무게는 투쟁과정의 어려움 뿐 아니라 하루를 먹고 하루를 살 수밖에 없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안고 있는 삶의 무게였다. 그래서 누구는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이어가며 미안한 마음을 머금고 집회에 나오지 못하고, 누구는 1년이라는 시간의 무게를 견디지 못해 싸움을 포기하기도 했다. 그러나 남아있는 조합원들은 “끝까지 한다”라는 말을 주문처럼 외운다.
얼마전 구속되었다 석방된 박양수 뉴코아노조 위원장은 “우리 실망하지 말자”라며 “간절함은 반드시 승리로 돌아올 것”이라고 조합원의 힘을 돋웠다. 박양수 위원장은 “이랜드 그룹은 1년이 넘게 사태를 해결하기는커녕 노조 죽이기에만 혈안이 되어있다”라며 “노동자를 중히 여길 줄 모르는 이랜드는 여기서 그냥 떠나는 것이 맞다”라고 말하고, “박성수 이랜드 그룹 회장과 최종양, 오상흔 대표이사는 법적 구속은 물론 자신들이 믿는 하나님 앞에서 천벌을 받아야 한다”라고 목소리 높였다.
뉴코아-이랜드일반노조 조합원들은 외친다. “우린 아직 멈추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