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가 몰려온다

[이수호의 잠행詩간](11)

더위가 몰려온다
먹구름 소나기 한 번 지나자
기다렸다는 듯 무진의 안개처럼
특공부대 앞세우고 거침없이 몰려온다
검은 헬멧 방패 쿵쿵 찧으며
수많은 바퀴벌레들처럼 새까맣게 달려온다
세종로는 어디론가 서두르는 차로 가득하고
시청광장은 언제나처럼 나른하다
대한문은 한때의 거대한 물결을 추억할 뿐
먼지를 휘몰아가는 바람도 멎었다
더위가 몰려온다
유월도 가기 전 저 푸른 느릅나무 잎에 매달려
흔들리는 분노 아직 마르기도 전
맑은 햇살도 난도질하며 망나니처럼 칼춤 추며
달려온다
이 축축한 무더위에 너는 어디 있느냐?
눈 날리듯 꽃잎 그렇게 지고 달콤한 향내도 가고
숨을 곳도 없는 젖은 하늘
짝짓는 새소리마저 멎어버린 아침
어디로 가고 있느냐?

* 6.15 지나면 우리의 공세는 소강상태가 된다. 장마전선은 예고 없이 북상하고, 반격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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