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망루에 불이 났다. 철거민 전원에게 중형을 선고한 재판부는 불이 난 용산 망루에 다시 불을 질렀다. 용산의 철거민들 가슴 속에도, 재판부의 치졸한 판결을 지켜보던 우리 가슴 속에도 천불이 났다. 국가가 사람을 죽여 놓고도 그 살인 행위에 면죄부를 주다니, 이충연 용산철거민대책위원장의 형 이성연 씨가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게 원망스럽다”고 했듯이 참으로 알량한 이 나라의 국적을 태워버리고 싶은 심정이다.
필자의 기억으로도 중학교 시절 소위 ‘딱지’라는 것을 경험해 본 일이 있다. 기억은 가물가물 하지만 필자가 살던 연희동 무허가 집에 웬 아주머니가 딱지를 들고 나타난 이후 필자의 식구들은 도시의 외곽으로 밀려나기 시작했다. 연희동에서 모래내로 모래내에서 다시 화전으로 집을 빼앗긴 자들은 조세희 선생의 난장이들처럼 아파트가 들어서는 도심에서 밀려나고 배제되기 시작했다. 그 후로부터 2006년까지 대한민국이라는 나라 안에서는 개발이익을 챙기려는 더러운 욕망이 정점에 치달았고 투기꾼 - 지자체 - 건설족 - 은행 등의 공모 아래 가진 것 없는 자들은 맞아가며 살던 집을 빼앗겼고 죽어 나가기까지 했다.
애초에 기대하지도 않았던 판결이었기 때문에 단순 철거민들을 조직폭력단으로 둔갑시킨 재판부의 능력에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가진 것들이 가지지 못한 자들의 울분을 이해할리 만무하다. 개발이익을 횡령 하는 더러운 욕망의 손에 짓눌려 목숨을 잃은 용산 철거민들, 그 욕망 때문에 보금자리를 약탈당해 밀려나면 갈 곳 없는 사람들을 계급적으로 우월한 재판부 판사들이 이해한다는 것은 애시당초 불가능했다. 특목고 출신 등 경제적으로 우월한 자들이 판사가 되고 철거 한 번 당해보기는커녕 어떤 식으로든 한번쯤은 남의 돈을 우려먹었을법한 계급집단들이 돈보다 생명, 법전보다 경제적 불평등을 생각했을 리 없다.
누군가가 국가의 본질이 마피아라고 했던가. 국가의 폭력을 정당화하는 방식에 법이 있다면 이번 판결은 개발 이익에 눈 먼 마피아 집단이 저지른 폭력을 정당화하는 법전의 집행이었을 뿐이다. 재판부가 이야기하는 법은 법이 아니라 어려운 한자가 깨알같이 박혀 있는 무식한 법전 내용을 앵무새처럼 적용시킨 것일 뿐이다. 사람을 때려잡은 경찰과 국가를 비호하고 나서는 법이 어찌 법일 수 있는가. 1년이 다 돼가도 용산 학살에 대해 철면피처럼 입을 다물고 있던 국가 뒤에서 결국엔 이렇게 뒤통수를 때리는 재판부의 결정이 어찌 법적인 결정일 수 있는가?
엔 케리 트레이드로 개발차익으로 위장전입으로 사기로 온갖 경제적 특권을 다 누리고 있는 강 부자 정권 밑에서 저질러진 이번 판결은 결국 국가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었던 정치적 결정 아닌가. 용산을 위로하겠다고 찾아간 정운찬 국무총리를 믿었던 것도 아니고 그 또한 일이 이런 수순으로 흘러가기 위한 방편뿐이 아니었던가. 정치적인 결정을 하는 자리하고는 전혀 무관한 국무총리라는 자리로부터 무엇을 기대할 일도 아니었다. 철거민들이 죽고 문 신부가 탈진해 실려 나가도 이렇듯 무모하게 모르쇠로 일관하는 강부자 정권의 강심장 안에 있는 것이라곤 오로지 삽과 불도저로 도시를 지옥처럼 뒤집어 놓고 쑥대밭 되어 버린 도시 공간 안에서 돈과 자본을 탈취해가고자 하는 끔찍스러운 욕망 덩어리일 뿐이다.
참으로 온 몸에 천불이 나서 글을 쓰지도 못하겠다. 원래 글발도 약하지만 뭔가가 그 글발마저 훼방 놓고 있는 기분이 든다. 무엇인가가 분노를 억압하고 있는 듯하다. 철저하게 노동자들을 죽이겠다고 발 벗고 나선 정권 앞에서, 공무원으로부터 모든 권리를 박탈해버린 국가 앞에서, 철거민들을 쓰레기 취급하고 조폭으로 규정한 사법부 앞에서 유구무언일 따름이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순간에도 아침 해는 붉게 솟구치건만 어쩌다가 두 발 담구고 살게 된 이 두 번째 세상은 칠흑같이 어둡기만 하다. 도대체가 첫 번째 세상은 찾을래야 찾을 길 없는 듯하고, 가슴 속에 천불을 안고 죽어간 용산 철거민들의 망루 속에 던져져 흔적조차 없이 다 타버린 듯 하여 막막하기만 하다. 이거 어찌해야 하나. 정말 이거 어찌해야 하나.
국민법정을 통해 대통령을 포함한 경찰 등 용산 학살의 책임자들을 모두 기소했어도 분이 풀리지 않는 이 가슴 팍팍 막히는 상황을 어찌 해야 하나. 1년 여 동안 피 말리는 심정으로 망자들의 한을 풀고자 그토록 백방으로 전국을 순회하며 싸워 온 용산 학살 책임자 처벌 투쟁이 가을 낙엽도 아니고 이렇게 참담하게 무너져 내릴 수 있는가? 낙엽 쌓인 공원이 아름답기는커녕 처참해 보이는 것은 푸르던 나뭇잎을 죽이고 솟아나는 단풍 때문만이 아니다. 지금도 개발욕망에 밀려 이곳저곳으로 뿔뿔이 흩어지며 하우스며 움막이며 짐승이나 살법한 토굴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생명을 짓누르고 그 뒤에서 킬킬대는 가진 자들의 웃음, 아니 그 웃음소리마저 진압한 타워팰리스의 그 살벌한 표정 때문이다.
다시 겨울을 준비하고 또 다시 봄을 맞이할 준비를 해야 하지만 사람들이 불타 죽고 매 맞아 죽은 한겨울 용산의 기억을 망각할 용기가 나지 않는다. 겨울이 와도 무슨 옷을 챙겨 입어야 할지 모르겠고 봄이 와도 입고 나갈 옷이 없다. 살겠다고 철거민들이 올라간 망루의 죽음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 사진
-
재난 연극
- 영상
-
[영상] 현대기아차비정규직 농성..
쇠사슬 몸에 묶고 저항했지만, 끝내 비정규직..
오체투지, 비정규직 해고노동자의 희망 몸짓
영화 <카트>가 다 담지 못한 이랜드-뉴코아 ..
- 카툰
-
로또보다 못한 민간의료보험
건강보험료, 버는만큼만 내면 무상의료 실현된..
위암에 걸린 K씨네 집은 왜 거덜났는가
팔레스타인인 버스 탑승 금지
- 판화
-
들위에 둘
비정규직 그만
개자유
다시 안고 싶다
- 기획연재 전체목록
-
- 어서와요 소소부부네
- 팔레스타인평화연대의 INTERNATIONAL
- 워커스 상담소
- 99%의 경제
- 미디어택
- 비문명의 역습
- 초고령화 사회, 돌봄을 요구하다
- 나현필의 INTERNATIONAL
- 워커스 사전
- 엄한진의 INTERNATIONAL
- 여성, 노동의 기록
- 녹색스트라이크
- 화성, 어쩌다 사회주의
- 10.29 이태원 참사 피해자의 항변
- 랑희의 질문들
- 배성인의 혁명을 꿈꾼 여성들
- 챗GPT가 말했다. "인간보다 더 많은 색임을 지게 될 줄이야!"
- 연정의 르포
- 약속의 8회, 위기를 돌려세우는 녹색 스트라이크
- 양지로 떠오른 국정원, 이적異的 행위의 기록
- 선을 넘는 사람들
- 연정의 바보같은사랑
- 2021위클리웨비나
- 이김춘택의 ‘무법천지 조선소’
- 파견미술-현장미술
- 러시아혁명 100주년 | 자코뱅 온라인시리즈
- 노동의 시대
- 배성인의 정치적 사유
- 비정규직의 세상보기
- 주례토론회
- 양규헌 칼럼
- 국제포럼
- 무슨 일 하세요?
- 소셜파워
- 반올림 이어 말하기
- 원영수의 국제칼럼
- 박병학의 글쓰기 삶쓰기
- 정영섭의 낮은 목소리
- 윤성현의 들풀이야기
- 세월호 1년
- 제갈현숙의 봉당풍경
- 이정호의 보수언론 벗거보기
- 기사로 풀어보는 경제
- 유럽 민중의 오디세이
- 2015 총파업
- 쿠오바디스 진보정치 그리고, 노동자 정치세력화
- 편집장 칼럼
- 참세상 특강
- 마르하바, 팔레스타인!
- 일본사회운동의 편지
- 유럽경제위기
- 김한울의 표본실
- 오늘, 이곳의 투쟁
- 북아프리카 혁명
- 월드컵에 정의의 슛을
- J에게 경제를
- 명숙의 무비, 무브
- 비정규직 사회헌장
- 감시·통제 벼랑 끝 감정노동자
- 불붙는 세계교육투쟁
- 여성 살해, 침묵하는 사회
- 탈핵
- 끝나지 않은 용산참사
- 언론노동자들의 공정방송 되찾기
- 쌍용차 정리해고 노동자의 눈물
- 4대강 논란
- 진보전략회의 진보논평
- 참세상 책방
- 노조파괴, 그림자 정부
- 강정마을 해군기지 논란
- 조성웅의 식물성 투쟁의지
- 이득재의 줌인 줌아웃
- 통합진보당 분당
- 18대 대선과 노동자정치세력화
- 투쟁하는 세계노동자
- 복수노조, 약인가 독인가
- 참세상 국제통신
- 박진의 인권이야기
- 희망뚜벅이
- 편집위원회 정세좌담
- 무상급식
- 이원재의 예술,대화
- 쿡! 세상 꼬집기
- 방방곡곡 99절절
- 최인기의 빈민운동사
- 양한승의 정세이야기
- 현대차 비정규직 파업
- G20 서울 정상회의
- 전노협 창립 20주년 - 내가 함께한 전노협
- 주용기의 생명평화이야기
- 천안함 국민미스테리
- 근로시간면제(Time off), 충돌
- 의료 민영화 논란
- 전교조 명단 공개 파문
- 2011년 최저임금은?
- 김병기의 호주통신
- 기후변화와 노동자
- 쌍용차와 파업
- 지방선거 2010
- 2010 교육감 선거
- 임성용의 달리고 달리고
- 빛바랜 취재수첩
- 세미나네트워크 새움
- 콜트콜텍 미국원정투쟁
- 용산 철거민 대참사
- 용산참사범국민장 릴레이 기고
- 홈리스문제, 이렇게 하자
- 두 책방 아저씨
- 이수호의 잠행詩간
- 철폐연대-참세상 기획: 비정규직 10년 전망
- 콜트콜텍일본원정투쟁
- 그들만의 비정규법
- 해방을 향한 인티파다
- 혁명50년, 사회주의 쿠바 이야기
- 1단기사로 보는 세상
- '특별하지 않은 사람' 박종태의 죽음
- 배고프다! 영화
- 가자의 재앙
- 강우근의 들꽃이야기
- 박수정의 사람이야기
- 뉴코아 - 이랜드 비정규직 철폐투쟁
- 한미FTA를 저지하라
- 이정호의 미디어 비평
- 도요타반대세계공동행동
- 한반도 대운하를 가다
- 진보정당, 길을 묻다
- 38 여성의 날 100주년
- 또 하나의 왕국, 삼성
- 1·26 세계행동의 날
- 박영균의 철학으로 보는 세상
- 사이버 정치놀이터 미끄럼틀
- 2007 대통령 선거
- 대선후보들, 성소수자 인권과제 좀 들어보슈
- 아프간 피랍 사태
- 2007 남북정상회담
- 소통/연대/변혁 - 사회운동포럼
- 아그네스 쿠의 흐르는 강물처럼
- 리얼리스트 작가 선언
- 한상진의 레바논통신
- 백원담의 시와 모택동
- 맹세야, 경례야 안녕∼
- 제3회 맑스코뮤날레 - 맑스와 함께 상상하기
- 금속노조 한미FTA저지 총파업
- 비정규법 패기! 폐기!
- 한진의 사회복지노동자
- 정혜주의 바리오 아덴트로
- 평택,철조망을 걷어라
- 고길섶의 쿠바이야기
- 개토의 우울과 몽상
- 석궁이야기
- 민주노총 5기 지도부 선거
- 유영주의 전망좋은談
- 북한 핵실험과 한반도평화
- 조선남의 옥중수고
- 정대성의 독일통신
- 이영채의 일본사회운동
- 월드컵보다 아름다운 진실
- 에뿌키라의 장정일기
- 홍실이의 이상한 제국의 앨리스
- 이종회의 한미FTA 뒤집기
- APEC 밟고 WTO 돌려차기
- 민주노총 보궐선거
- 박석준의 의학철학이야기
- 황우석 사태 진단
- 2005년 하반기 비정규법 총파업투쟁
- 박영자의 북쪽이야기
- 하현의 미디어비평
- 2005세계여성대행진
- 박기범의 어떤 동화책
- 손호철의 남미이야기
- 박기범의 기소인 인터뷰
- 2004년 하반기 총파업투쟁
- 전범기소이야기
- 동화작가 박기범의 단식일지
- 김병돌의 그림세상
- 이현준의 지나가다 한마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