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태어난, 서울하고도 가장 서민적이고 전국에 버스를 연결해주던 장소, 시외버스 터미널이 있었던 용산을 나는 기억하고 있다. 시골에서 친척이 오신다면 마중을 나갔던 어릴 적 추억이 배어 있는 그 장소. 용산 터미널 시절부터 주변에서 장사하며 삶을 일궈온 일터에 이제 국제 신도시를 만든다며 재개발 선전을 해댄다. ‘빛 좋은 개살구’ 정책에 속아 원주민들은 쫓겨난다. 부자들의 왕국을 만들고 건설자본만을 살찌우는 뉴타운 재개발이라는 괴물들이 전국에 도사리고 있다.
지난 기축년 새해에 용산에서 일어난 참혹한 소식을 접하며 가슴이 찢어지는 고통을 느껴야 했다. 이권만 된다면 ‘막가파’ 식으로 재개발을 밀어붙이는 정부와 건설자본, 이들에 의해 무고한 다섯 명의 생명이 희생되었다. 이 분들의 죽음이야말로 우리사회가 낳은 사회적 살인이라는 아픔에 가슴 패이는 고통을 느껴야 했다.
미국산 쇠고기 문제로 촛불을 밝힌 청소년들과 시민들을 경찰력을 동원하여 무참히 삼키더니, 이제는 집에서 쫓겨나 고달프게 살아가는 철거 국민을 한 마디 대화도 없이 시커먼 주검으로 내몬 이명박 정권. 이들의 실체가 백일하에 드러났다.
우리는 아픔을 당한 용산참사 현장에서, 이명박 정권의 민주주의 역주행과 독선에 항거하며 촛불평화 시국미사를 드렸다. 유족들을 위로하며 망자들의 영혼을 위한 기도를 하며 어두움이 빛을 이길 수 없다는 진리에 대한 확신으로 용산참사의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전국철거민연합(전철연)을 도심 테러리스트로 몰아가는 새빨간 거짓말을 보면서 정말 일말의 양심도 없는 정부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나를 비롯한 천주교도들은 진리와 양심, 정의의 부름에 따라 용산범대위 활동을 결의하였다.
한편 김수환 추기경의 서거와 추모행렬을 보면서 용산참사로 희생당한 고인들의 죽음에 너무 냉담한 여론에 적이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어찌하여 힘없는 철거민들의 죽음은 외면당하는가? 냉동실에 안치된 고인들은 주검도 아닌가. 언론은 정권의 나팔수가 되어 여론몰이를 해간다. 교회와 성당 첨탑에 십자가는 날로 늘어 가는데 세상은 악행과 욕심으로 얼룩져 가는가? 하느님 앞에 다 같은 생명일진데 이 시대에 신앙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너무 부끄러웠다.
용산참사 현장은 그야말로 비상사태였다. 경찰 차벽으로도 모자라 인의 장벽이 가로막고 우리를 마구잡이로 잡아갔다. 우리들은 참배도 할 수 없었으며 슬픔도 함께 나눌 수가 없어서 남몰래 눈물을 흘리며 돌아서야 했다. 망자들을 참배하고 유족들을 위로하는 것이 불법이 되는 세상이 되었다.
하느님의 으뜸계명은 사랑이며 이웃을 내 몸같이 사랑하는 것이다. 이웃의 고통과 억울함을 나누는 것이 불법이고 잡혀갈 일이라면 그 현장에 있어야 함이 마땅했다. 우리는 신앙인의 사명이라고 믿으며 항거했지만 경찰들은 성직자에게도 폭행을 가하고 종교 예배와 미사조차 막았다. 그러나 3월 28일 용산참사 현장 남일당 골목에서 문정현 신부님의 집전으로 미사가 시작된 이래 전국 사제단과 신도들의 기도행렬은 9개월이 넘게 이어졌다. 전국 방방골골에서 오신 신부님과 수녀님, 신도들의 천막 기도소도 유족들의 눈물과 함께 어우러졌다.
숨겨진 것은 드러나고 진실은 밝혀지게 마련이라는 성서 말씀이 있다. 수사기록 3천쪽 공개를 비롯하여 참사의 원인과 책임자를 밝히는 작업은 용산참사를 해결하는 출발이자 우리 기도의 첫 번째 과제였다. 우리 남편과 아버지는 화재로 돌아가신 것이 아니라 경찰과 용역에 맞아서 돌아가신 것이다. 화마에 던져진 주검이다. 이렇게 울부짖는 유족의 원한은 우리의 양심을 울린다. 이명박 정권은 유족의 원한을 묻어버리고 지나칠 수 있다는 듯 갖은 오만을 부리나 알 사람은 이미 다 알고 있지 않은가.
1년이 다 되도록 장례를 모시지 못하여 차가운 냉동고에 갇힌 시신들, 구천을 떠다니실 다섯 분의 영령들…. 가시는 길이라도 편히 모실 수 있도록 정부는 상주와 구속자, 수배자를 석방해야 한다. 이것이 지금이라도 정부가 해야 할 기본이며 예의다.
고인들 앞에서 다시금 가슴을 도려내는 결의를 해야 할 때이다. 용산참사는 끝나지 않았다. 지금부터 시작이다. 호랑이가 이빨과 손톱과 발톱이 있어야 야성을 가진 맹수이듯이, 우리는 주권과 인권이 있어야 민주주의를 가진 시민이 된다. 이명박 정부 아래에서 민주주의의 사각지대에 있는 우리 국민들이, 병인년 새해를 맞이하여 권력과 금력으로 백성을 압제하려는 기득권자들의 야만을 꺾어내는 야성을 발휘할 것이라 믿는다.
전쟁 같은 뉴타운 재개발은 이제 중단되어야 한다. 인간의 생명과 삶을 우선 생각하는 마음으로 지금이라도 우리사회 모두가 어리석은 마음을 내려놓고 반성해야 한다. 이제는 열사들을 고이 보내드리려고 한다. 고인들의 편안한 안식을 기원하며, 국민 여러분들의 동참을 다시 한 번 호소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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