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지고 보면 파업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일 필요도 없고, 최후의 행위일 필요도 없다. 파업이 무엇인가? 일을 중지하는 것이다. 일을 하고 하지 않고는 법이 이래라 저래라 할 문제가 아니다. 일을 하는 주체가 판단해서 행동할 일인 것이다. 파업은 노동법이 정한 단체행동권 이전에 인간의 자유의지인 것이다. 어떤 이유를 통해서든 파업을 제한한다면 그건 헌법 정신에 위배되는 것이다.
파업이 폭력과 파괴를 동반해서 이루어질 때 타인의 신체나 재산에 피해를 주었다면 문제는 달라질 수 있다. 이미 폭력과 파괴를 동반한 파업을 감행을 했을 때는 파업 당사자도 이미 법적 책임을 감수하겠다는 의지가 동반된 것이고, 법적 책임을 지더라도 이 방법 이외의 선택이 없었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그렇다면 직접적인 폭력과 파괴로 타인의 신체나 재산에 피해를 주지 않은 파업, 말하자면 노동의 주체인 노동자가 스스로 일하지 않는 행위는 어떠한 법으로도 제한되거나 처벌받지 않아야 한다. 기득권자들이 신처럼 받들고 떠드는 ‘자유민주주의’의 법칙이기도 하다.
▲ 참세상 자료사진 |
지난 1월 6일 철도노조 김기태 위원장이 기소되었다. 주된 이유는 지난해 11월 26일부터 12월 3일까지 파업을 해서 여객 운송 및 화물 수송 업무에 차질을 주었다는 것이다. 또한 파업 이전의 준법 투쟁도 기소의 이유가 되었다.
준법 투쟁이 무엇인가? 법과 규칙에 따라 일을 한 것이 아닌가? 승객의 안전을 위해 당연히 행해져야 할 규칙에 맞게 열차를 운행한 것이 처벌을 받아야 하는 일인가? 승객의 안전은 무시하고 돈벌이에 눈이 어두워 규칙을 무시하며 열차를 운영하게 강요하는 사업주가 처벌받아야 하는 일이 아닌가?
또한 8일간의 철도노조 파업은 자유민주주의 국가가 정한 헌법 정신에도 어긋난 하위법의 모든 규정을 적법하게 지키고 진행한 합법적이고도 평화적인 파업이 아닌가? 철도 노동자들이 일을 하지 않으면 여객 운송 및 화물 수송에 차질이 생기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 처벌을 받아야 할 일은 아니지 않는가? 파업 조합원들이 폭력을 쓴 것도 장비를 파괴 때문에 운송에 차질이 생긴 것은 아니지 않는가? 아니 노동자가 스스로 임금을 포기하면서까지 파업을 하면서도 필수유지인력은 남겨 파업 중 운송에 협력을 하지 않았던가?
법을 지키려는 의지와 행동을 했으면서도 불구하고 법의 잣대로 처벌한다면 법 이전의 세월로 돌아갈 수밖에 없지 않는가? 법의 절차도 무시하고 힘을 동원하여 단 한 대의 열차도 운행하지 못하게 했다면, 과연 파업 8일 동안 경영진들이 노동조합과 대화를 하지 않고 버틸 수 있었을까? 아마 두 손 두 발은 들지 않았을지언정 노동조합과 대화에 나서고 최소한의 요구에 합의를 했을 것이다.
합법 파업의 결과는 참담하다. 김기태 위원장만이 아니라 백여 명이 넘는 조합원에게 형사 처벌을 예고하고 있다. 파업을 풀면 대화하겠다던 경영진은 대화는커녕 160명의 노동자를 해고하고 그것도 모자라 1만 명을 징계하겠다고 기고만장해 있다.
집안 문제는 집안에서 해결하라며 노동자의 문제를 외면하던 대통령이 직접 나서 철도 노동자의 합법파업에 조직폭력배처럼 엄포를 놓은 일도 이게 법이 있는 나라의 대통령인가, 하는 의문을 들게 하였지만 말이다.
철도 노동자들의 자진 파업 철회 이후 진행된 일련의 일들을 보며, 정부와 기업이 과연 법 수호 의지가 있는지에 대한 강한 의구심을 들게 하였다. 불온한 상상도 들게 한다. 혹 정부와 기업이 법 이전의 사회, 불법의 사회, 폭력이 이기는 사회를 선동하는 건 아닌지 하는?
실업자가 330만명이라고 한다. 이명박 정권의 일자리 만들기라는 게 끊임없이 불안한 일자리만 더욱 양성하여 노동자가 노동을 할 수 없게 하는 정책이다. 일을 해야 할 사람들이 일을 중지하는 게 사전에서 말하는 파업이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의 가장 큰 파업은, 철도노조의 파업도 쌍용자동차의 파업도 아니다. 바로 이명박 정권의 잘못된 정책으로 시행되는 330만의 파업인 것이다. 국민의 행복을 지켜야 할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이 비정규직을 양산을 비롯한 불안전한 일자리를 통해 대규모 파업을 주동하고 있는 것이다.
철도 노동자들이 오는 14일 대전역 앞에서 회사의 성실한 교섭을 요구하며 집회를 개최한다. 이제 정부와 철도공사는 노동자에게 불법과 파업을 선동하지 말고, 노동자가 평화롭게 일할 수 있도록 대화를 해야 할 것이다. 대화보다 더 나은 ‘엄정한 법 집행’은 없다.
파업을 풀면 대화를 하겠다던 철도공사의 약속, 이제 지켜져야 한다. 대화 없는 ‘엄벌’은 명분이 없다. 노동자가 일을 중지하는 파업은 노동자의 선택 이전에 강요라는 걸, 이제는 눈 있고, 귀가 있는 국민들은 알고 있다는 걸 정부와 철도공사는 명심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