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1년 전 이명박 정부의 집권 1년 문화정책을 평가하는 기자회견 자리에서 야만적이고 폭력적이라고 평가를 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1년이 지난 현재 다시 이명박 집권 2년 문화정책을 평가한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자문해 본다.
그것은 문화정책의 내용과 대상 그리고 범위와 가치를 평가할 만한 요소가 매우 적기 때문이다.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는 여전히 대중과의 소통을 귀찮아하고 있고, 문화정책에서 일관성과 공공성이 사라진 적은 이미 오래됐으며, 주야장천 4대강 사업 홍보만 하고 있다.
‘품격 있는 대한민국’을 목표로 내세운 문화부는 지난 2009년 12월 28일 토론회에서 지난 2년간 콘텐츠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하여 수출액이 30억 달러를 돌파하는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하면서, 앞으로 4대강 사업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에게 문화정책의 핵심은 단지 자본의 이윤확대를 위한 문화의 상품화다. 자본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다.
이미 윤도현·김제동의 퇴출 등 개인에 대한 조치(?)가 있었다. 아울러 광화문광장과 서울광장에 대한 통제는 여전하다. 대중문화에 대한 감시와 통제는 이미 공공연한 사실이다. 표현의 자유를 비롯한 기본권을 확보하는 것도 버겁다.
가장 핵심적인 것은 미디어법 개정이다. 이를 통해 저작권법과 함께 문화산업 전반이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가장 큰 변화는 자본의 미디어 진출 규제가 풀리며 문화의 상품화 과정이 가속화되는 것이다. 이제는 더 이상 공공재처럼 소비될 수 없고 돈을 주고 소비해야만 내 것이 되는, 타자화된 상품이 될 것이다. 흔히 말하는 자본으로 치장된 엣지있는 모습으로는 쉽게 다가오겠지만, 인간으로 충만한 엣지있는 모습을 구경하기는 어려워진 것이다.
역대 정권들이 문화의 발달을 자신들의 치세로 평가받고자 문화정책을 내세웠지만 그러한 평가를 받은 정권은 찾아볼 수 없다. 이명박 정권도 예외는 아니다. 그가 취임사에도 밝힌 문화정책은 산업화와 선진화라는 미명하에 돈벌이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그들의 과도한 시장중심주의는 문화정책을 대중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정책이 아니라 자본의 이윤확대를 위한 정책으로 퇴행시켰다.
정책이나 제도는 어떤 방식으로든 변화하고 발달하기 마련이다. 정책은 생활과 인간관계의 특별한 방법이기 때문에 선택에서 중요한 요인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명박 정권의 문화정책은 시장의 기질을 갖고 태어난 일부 계층을 선택했고, 그들의 기질과 습관을 더욱 잘 적응하도록 하였다.
문화는 사회적 모순과 끊임없이 긴장관계를 형성하고 발전하기 때문에 문화정책도 사회적 모순을 척결하는 방향으로 수립되어야 한다. 문화정책이라는 것이 문화예술인들의 전문성을 포함하여 대중과 함께 호흡함으로써 문화민주주의를 구현하는 바로미터가 되어야 한다는 극히 상식적인 자그마한 소망도 이제는 한 겨울밤의 꿈이 되어버렸다.
새로워서 낯설기만 한 생각으로 가는 진보의 길은 힘들지만 오래 익숙했던 습관을 갖고 과거 출발점으로 역행하는 퇴보는 쉽다고 했다. 그들의 본성이 보수적이고 역행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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